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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뜨개

V넥 탑다운 가디건 + 도서 '뜨개는 우리를 들뜨게 하지' 외

by 아님말지머 2023. 3. 30.

슬로우플로우-v넥 탑다운 가디건

 

 

 

탑다운 조끼를 완성한데 힘입어 다음 과제는 탑다운 가디건을 떠보기로 했다. 아직은 도안만 보면서 뜨기는 이르므로 동영상이 있는 것 중에서 슬로우플로우 DIY키트를 선택했다. 실 색은 샘플과 동일한 올리브색을 선택했는데 실제로 보면 반짝거려서 더 예쁘다. 그리고 보풀이 일지 않는 재질이라 다시 풀어서 떠도 부담이 없다. 하지만 이론상 그렇다는 거고 처음부터 콧수를 많이 잡고 뜨는 거라 중간에 풀고 다시 뜨려니 정말 난감했다. 그리고 직전까지 굵은 실로 뜨다 3.5mm나 4mm에 맞는 가는 실로 뜨려니 힘들긴 했다. 조립식 바늘과 케이블이 자주 풀어지는데 그 틈에 실이 걸려서 계속 빼줘야 했다. 그런데 조립식 바늘이 원래 이렇게 잘 풀리는 건가? 내 것만 이러는 건지 궁금하다. 

 

 

 

 

 

그냥 넘어가고 싶은 유혹에 빠졌다.
풀고 다시 해야지 별 수 있나

 

처음에 82코를 만드는 것부터 헤매기 시작했다. 내가 좀 숫자에 약하다보니...분명히 82코인지 두번 세번 확인했는데 다음단으로 넘어갈 때 보니 81코야...8단쯤 왔을 때 오른쪽인지 왼쪽 사이드가 너덜너덜해서 그냥 처음부터 다시 떴다. 다시 뜨니 맨 처음보다는 탄탄하게 떠져서 처음부터 다시 뜨길 잘했다고 정리승리를 했다.

 

그렇게 마음을 가다듬고 도안에 하나하나 체크를 하며 늘림단을 떠주고 있는데 중간에 잘 못 뜬 부분이 눈에 띄었다. 그냥 넘어가려고 했더니 결국 17단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바람에 대여섯단을 풀어야 했다. 절치부심하여 한 코씩 정성을 담아 다시 바늘에 꽂는 것까진 성공했으나 코수를 다시 세보니 도안이랑 다르다 달라...뭐가 잘 못 됐는지 알 수가 없고 수습가능한지 알아보기도 귀찮아서 바구니에 다시 처박아 뒀다. 결국 또 처음부터 다시 떠야 하나? 하지만 지금 수습방법을 터득하지 않으면 중간에 다시 틀렸을 경우 또 시작코부터 만들어야 하는 불상사가 벌어질 수 있다. 역시 뜨개는 만만치가 않다. 대충주의에 젖어 있던 내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바늘이야기 - 탑다운스웨터

 

 

그렇게 해서 문어발까진 아니고 양다리를 걸칠 수밖에 없었다. 사실 가디건을 말아먹기 전부터 중간에 잠깐 날씨가 쌀쌀해진 때가 있었는데 예전에 찜해둔 반발 스웨터를 입기 딱 좋겠다 싶어서 키트를 샀다. 

 

 

 

필 에어페루 로제실과 마인드풀 40cm 케이블, 진저 8mm, 안전핀까지. 중간에 저 메탈실은 10만 원 이상 구매 사은품이었는데 뜨개책자를 선택하고 싶었으나 품절인지 선택지에 보이지 않아서 울며겨자 먹기로 택했다. 그렇다고 이미 있는 줄자를 또 고를 수는 없잖아? 저 실을 어디다 쓸고...

 

 

10만원 이상 쓰게 한 장본인

 

그리고 소매 달린 옷을 연달아 만들어서

숏팁이 필요할 것 같아 지른

니트프로 데님 숏팁세트.

일단 귀여운 외관에 합격점을 줄 수밖에 없었다. 

 

풍성한 내용물

 

 

손바닥만 한 크기 때문에 귀여움이 배가 됐다.

아직 소매를 만들려면 한참 남았기 때문에 사용기는 먼 훗날 남겨야 할 것 같다.

 

 

그동안 산 실을 모아둔 바구니.

데일리라이크 빈티지바스켓인데

애쉬그레이색도 사서 뜨개용품과 도안을 모아두었다.

다행히 거실장 아래 공간 높이에 딱 맞는다. 

 

 

 

일단 코만 잡고 한단 떠 보았는데 실이 아니라 솜뭉치를 뜨는 것 같다. 그만큼 가벼워서 좋은데 후기처럼 털날림이 심해서 검은색 옷을 입은 오늘 같은 날에는 담요는 필수다. 굵은 실이 그리워서 산 것도 있는데 굵은 실의 장점을 느끼긴 어려운 실이다. 초보자가 다루기 어려운 실이랄까. 진저바늘은 심포니우드보다 더 매끄러운 느낌? 심포니우드가 살짝 더 거친 느낌인데 크게 다른 점은 모르겠고 둘 다 괜찮은 것 같다. 어제 카디건을 몇 시간 동안 집중해서 뜨느라 어깨가 뭉쳐있고 허리상태는 계속 별로라 두 프로젝트는 매우 천천히 진행될 것 같다. 이러다 가을 오고 겨울 오겠어...

 

 


도서-'뜨개는 우리를 들뜨게 하지'

 

 

 

 

 

지난번에 읽었던 '아무튼 뜨개' 저자의 직업이 번역가였다면 이번엔 개발자의 뜨개이야기다.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거주 중인 저자는 무려 도안도 직접 디자인하는 뜨개고수였다. 책에 나온 뜨개작품들 사진을 보고 눈이 튀어나올 뻔했다. 다른 차원에 살고 있는 니터지만  이 초보도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이 많았다. 

 

"한두 단 풀어서 해결할 수 있는 건 그래도 괜찮지만 하필이면 오늘 시작한 부분부터 전체가 다 틀려서 오늘 한 것을 모두 다 풀어야 할 때는 도대체 내가 뭘 한 건가 싶어 속상하고 허무하다"

 

그래, 바로 어제 내 이야기다. 소매옷을 뜰 때 팔이 두 개이기 때문에 같은 소매를 두 번 떠야 하는 것이 니터들의 불만이지만, 팔이 만약 하나라면 뜨개를 할 수가 없고, 팔이 네 개라면 두 가지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지만 똑같은 팔을 4개나 떠야 되기 때문에 그것대로 싫은 일이라는 대목에서는 피식피식 웃음이 나왔다. 바로 내 미래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저자는  '뜨개인생을 위한 꿀팁'을 전수하면서 남에게 좋다고 자신에게도 좋으란 법은 없으므로 세트병을 버리라고 했다. 그러나 이미 데님숏팁세트를 구매한 후 그 글귀를 읽었다. 하하. 

 

좋아하는 분야에 관한 에세이를 읽는 일은 언제나 행복한 일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시켜 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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