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
양말키링뜨기를 하면서 2.5mm 대바늘 및 가느다란 실과 사투를 벌였던 아님말지머는 굵은 바늘과 실을 그리워하게 되는데(써본 적 없음)...
https://www.youtube.com/watch?v=zHvKo59khd8&list=PL4gtx0VZp7xnQ4KbgMrZ1b5odOYspoEo2&index=6&t=1346s
그리하여 위 영상에 나오는 키치 브이넥 조끼 뜨기에 도전하기로 했다. 굵은 실! 굵은 바늘!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 필요한 대바늘 사이즈는 6.5mm, 7mm. 둘 다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대바늘 쇼핑에 나섰다. 김대리님의 말씀에 따르면 조립식이 있으면 편하지만 줄바늘로도 얼마든지 뜰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난 뒷문장은 귀에 들어오지 않고 '조립식이 있으면 편하다'에 꽂혔다. 그 즉시 대바늘 세트를 열심히 서치하기 시작했다. 대바늘은 소재에 따라 크게 나무와 스틸로 구분되는데 둘 다 써본 결과 스틸 쪽이 나한테는 맞는 것 같긴 했지만, 나무대바늘은 싸구려만 써본 거라 좋은 바늘도 한 번 써보고 싶어서 소재구분없이 찾아보았다.
뜨개인들이 입을 모아 추천하는 브랜드는 '치아오구'였다. 스틸 바늘인 트위스트나 나무바늘인 밤부 둘다 인기가 있었다. 일명 '버터줄'로 불리는 케이블과 견고하게 만든 바늘팁이 다른 브랜드 대비 우수한 것 같다. 하지만 가격의 압박과 내 취향과는 거리가 먼 파우치 때문에 끌리지 않았다.
할머니가 물려준 것 같은 치아오구 파우치.
치아오구 다음으로 인기 많은 니트프로의 진저 디럭스와 스페셜. 얘네도 파우치가 별로지만 좋다는 사람들도 많다. 호수가 적힌 각인이 잘 벗겨진다는 단점도 있어서 패스.
그에 반해 니트프로에서 나온 데이앤나이트나 자도르 큐빅스는 패키지가 마음에 쏙 든다. 하지만 네모바늘이라는 점에서 탈락.
치아오구 포르테는 모든 것이 마음에 든다. 하지만 가격은 마음에 안 든다.
10만 원 내외의 예산을 잡고 고심 끝에 니트프로에서 나온 마인드풀 실속세트-그중에서도 13cm 팁인 빌리브세트를 사기로 했다. 뜨개 경험치가 적으니 10cm와 13cm 팁 중에서 나한테 더 맞는 게 뭔지 몰라서 필요한 케이블 사이즈(40, 60, 80cm)가 다 들어있는 빌리브를 골랐다. 케이블도 니트프로 중에서는 상급이고 민트색 파우치와 컨셉이 마음에 들었다.
마침 하이마트 S23구매자 중 민팁이용자한테 주는 L-point 5만 점(주는 줄도 모르고 받아서 더 기뻤음)이 들어와서 11번가에서 질렀다. 이건 다 대바늘세트를 사라는 하늘의 계시가 아닐까? 다만 7mm 바늘이 세트에 없어서 추가로 사야 했는데 마인드풀과 함께 바늘이야기에서 사려고 했더니 7mm 대바늘은 모든 종류가 다 품절이라 패스. 마인드풀세트를 판매하는 다른 사이트에서도 마음에 드는 조립식 바늘을 파는 곳이 없었다. 결국 실을 사려고 장바구니에 담아 놓은 청송뜨개실에서 니트프로 심포니우드를 샀다. 진저를 한 번 써보고 싶었지만 바늘만 따로 사자니 배송료도 생각하지 아니할 수 없었다.
일단 대바늘세트를 샀더니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다. 그러다 문득 집에 있는 2.5mm, 3.5mm 니트프로 메탈바늘의 브랜드가 뭔지 궁금해졌다. 니트프로에서 나온 대바늘 종류는 얼추 다 찾아봤는데 내가 가지고 있는건 못봤던 것 같다. 그래서 지난 구매내역을 찾아봤는데...
??? 큐빅스???
바늘이 얇아서 뜨면서도 네모인지 세모인지 구분도 못했던 것이다. 나 네모바늘도 좋아했네...
그렇다면?? 영롱한 자태의 자도르나 데이앤나이트도 잘 쓸 수 있다는 거잖아?? 그래서 마인드풀을 취소하려고 봤더니 4일 뒤에 온다던 바늘이 벌써 택배사에 도착해서 오늘 집에 온다는 것이었다. 헝헝.
우여곡절 끝에 받아든 마인트풀 빌리브세트. 그런데 화면에서 본 것보다 실물이 훨씬 더 마음에 들었다!
종이포장지로 곱게 포장한 파우치와 팸플릿, 보관주머니
한때 민트색 마니아로서 마음에 드는 색감이다.
구성품을 모두 모아 보았다. 집에 대바늘, 돗바늘만 있고 그외 부속품이 하나도 없어서 이렇게 세트로 사길 잘한 것 같다. 바늘구성은 3, 3.5, 4, 4.5, 5, 5.5, 6mm. 가장 대중적으로 쓰이는 호수여서 이 정도만 있어도 웬만한 뜨개를 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저 오른쪽 작은 민트색 파우치 안에는 속주머니가 따로 있어서 작은 부속품을 넣기에 좋다.
이렇게 바늘에 'PEACE'라고 새겨져 있다.
뜨개를 하면서 저절로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같은 날 도착한 심포니우드 바늘팁을 마인드풀 케이블에 끼워보았다.
마인드풀 바늘팁이 13cm인데 심포니우드는 더 길다.
문제의 니트프로 노바큐빅스와 마인드풀바늘을 비교해보니
확실히 네모나다. 그러고보니 양말키링을 뜰 때 왜 바늘이 각져 있을까 생각했던 것도 같고...
춤추는 노바큐빅스 케이블과 얌전한 마인드풀 케이블. 굳이 써보지 않아도 어느 쪽이 더 좋은 지 알 수 있다. 양말키링을 뜰 때 케이블이 걸리적거리긴 했는데 원래 이런가 보다 해서 그런지 크게 거슬리지는 않았다. 역시 사람은 좋은 물에서 놀아야 한다(?).
하지만 아디 케이블은 초심자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거슬렸다. 사람이나 케이블이나 자아가 강하면 피곤해진다(내 얘기).
노바 큐빅스 케이블의 댄스파티
새로운 바늘도 왔겠다, 기쁜 마음으로 동영상을 보며 조끼를 뜨고 있는데 아이가 오더니 3월 안에 다 뜨면 칭찬 도장을 찍어주겠다고 했다. 내 우스운 뜨개실력을 다 알고 있는 눈치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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