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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푸념

핑크본능

by 아님말지머 2020. 2. 21.

주는대로 입는 편인 우리아이가 작년 가을무렵부터는 검정색 바지를 주면 남자바지라며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사실 난 우리아이가 딸임에도 불구하고 '핑크색'을 고집하지않고 털털하게 하고 다니는 것에 대한 묘한 자부심이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여자는 핑크, 남자는 파랑'이라며 매우 보수적인 의견을 말하기 시작하고 '여자같은 옷을 달라'며 항변을 할 때에는 이제 얘도 다른 여자아이들과 다를 바가 없구나 하고 약간의 실망감이 들었다. 우리아이는 평범한 아이들과는 다르다는 어줍잖은 생각이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검정바지'를 입고 가고, 옷가게에서는 옷 고르기 싫다며 도망가는 걸 보면 확실히 꾸미는 데에 큰 관심이 없는 듯하다. 하지만 언뜻언뜻 내비치는 아이의 주장을 무시하고 편한 옷만 건네주는 건 너무 내 만족에만 치중하는 것 같아 다가오는 봄 부터는 '샤랄라'하고 '핑크핑크'한 옷도 많이 사줘야 할 것 같다.

 

그러고보니 요새는 장난감 가게에 가면 마론인형을 집어오고, 집에서는 '리틀미미 인형 3종(라푼젤옷장, 가방호텔, 고양이카페)'을 열심히 갖고 놀고 있다. 유치원에서도 남자친구랑 잘 안놀고 여자친구들과 주로 논다고하니 여자아이들만의 세계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 같다. 어른들 시각에서는 남녀 구분을 뚜렷이 하는 것이 유치해 보일지언정 아이들에게는 커가는 과정이니까 존중해주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사실 프릴달린 화려한 드레스를 이 나이 또래 말고 언제 또 입어보겠는가. 그 나이만이 누릴 수 있는 것을 최대한 경험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모노톤 신발 대신 걸을 때마다 불빛이 번쩍거리는 운동화도 눈 딱감고 사주고 있다.

 

여기서 내 얘기를 잠시하자면, 2~30대 중반만해도 주로 베이지색 이나 무채색 계열의 컬러를 입음으로서 그렇지않아도 존재감이 약한 마당에 더더욱 사람들 눈에 띄지않게 하고 다녔었다. 그러다 30대 후반이 되어서 문득 40대로 넘어가면 못입을 것 같아 샤스커트도 입고 노오란색 티셔츠도 입어보고 했다. 이제 40대가 된 지금은 한풀 꺾여서 다시 무채색으로 넘어가고 있지만 소품 만큼은 핑크색을 자주 애용하고 있다. 30여년동안 거들떠도 보지않았던 분홍색이 요즘은 왜이리 예뻐보이는지 모르겠다. 애나 어른이나 여자들 가슴 한켠에는 핑크색에 대한 로망이 잠재되어 있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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