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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푸념

코로나19와 끝없는 방학과 그걸 견디고 있는 나

by 아님말지머 2020. 3. 28.

2월 마지막주 부터 시작된 방학이 어느새 한달이 넘어가고 있다. 4월 6일 개학 예정이지만 언제 또 미룬다는 발표가 나올지 모른다. 남편도 계속 재택근무 중이다. 식비가 무섭게 늘어났다. 난 딱 반나절만 혼자 있고 싶다.

 

 

1. 리얼 사춘기

 

뭐만 하라고하면 왜 나한테만 시키냐며 화를 낸다. 뭐를 시키냐고?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 치우기,. 자기 전에 불끄기, 소변보고 엉덩이 닦기, 혼자서 밥 떠먹기 등등 그냥 일상생활 영역에서 당연히 해야할 행동들이다. 뭔가 대단한 일이라도 시키면 억울하지나 않지. 며칠 전에는 뭐가 맘에 안들었는지 "난 이제 우리집에서 안 살거야. 다른 집에서 살거야. 엄마 도움따위 필요없숴!!"라고 불같이 화를 내기도 했다. 여기 블로그에 두돌 무렵부터 일춘기니 이춘기니 언급을 몇 번 했지만 6세는 정말 "찐"이다. "내가 너한테 설거지를 시켰니, 빨래를 시켰니, 밥을 하라고 했니. 너도 우리집 식구인데 너가 해야할 몫은 해야지않니"라고 하며 저도 할말 없게 논리적으로 잔소리를 늘어놓아야 수그러든다. 소변보고 닦아달라고 할때는 가끔은 닦아주지만 어쩔땐 "너 엄마가 소변보고 닦아달라고 하면 닦아줄거야?" 라고 대답하면 투덜대면서 닦고 나온다.

 

 

2. 칭찬 스티커

 

딸내미가 워낙 물욕과는 거리가 멀기도 하고, 칭찬의 댓가로 뭔가를 준다는게 진정한 인성교육과는 거리가 있다는 생각에 그동안 칭찬스티커를 이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느꼈지만 많은 사람들이 하는 일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었다. 긴 방학동안 하루종일 붙어있다보니 행동교정을 해야할 필요성을 느껴서 드디어 칭찬스티커 붙이기를 시작했다. 처음엔 콩지래빗 아이스크림 트럭을 사달라고  하더니 어느샌가 진짜 아이스크림으로 목표물이 바뀌었다(식욕>>>>>>물욕). 주로 스티커를 받는 경우는  돌아다니지않고 스스로 밥을 다 먹었을때였다. 왜냐하면 다른 칭찬받을 일을 하지않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뭐 도와줄 거 없냐며 팔을 걷어붙이더니 며칠 지나고 부터는 '스티커? 내일 붙이지 뭐'라며 쿨하게 나왔다. 그리고 칭찬스티커는 '붙이기' 기능도 있지만 '떼기' 기능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말썽을 부릴때는 '칭찬스티커 때버린다?' 만한 카드가 없었다. 25개 원을 다 채운 오늘 드디어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3. 한글공부

 

시간도 남아도는데 한글공부나 하자며 예전에 사뒀던 한글 워크북을 들이밀었더니 도망다니는 딸내미. 그뿐인가. 책장 가득 꽃혀있는 그 많은 책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책을 읽으라고 하면 화를 낸다(이렇게 써놓고 보니 정말 화가 많은 아이 같다=> 사실임). 괜히 억지로 밀어붙히다가 역효과만 날 것 같아서 그래, 니 맘대로 해라, 하고 한글공부시키기는 손을 놓았다. 그러면서도 뭔가 글씨를 끄적이는 것은 재미있는지 엉터리 글자들을 색종이에 적어서 이게 무슨 글씨냐고 묻는다. 무슨 글씨냐고? 응 그건 "옫킹두엉홀아히당긋' 이란다. 이왕 쓰는 거 뜻이 있는 글자를 써보는게 어떠니?^^ 라고 하면 "싫어!!"라고 외친다. 그리고서는 만화를 보다가 화면에서 마음에 드는 글씨가 나오면 화면을 멈춘 뒤 따라 그린다(쓰는게 아님). 저 딴에는 저런 식으로 한글을 익히나 보다하고 놔두고 있다. 실은 일일히 간섭할 에너지가 없다.

 

4. 하루 일과

 

한달 넘게 집에서부터 반경 1km를 벗어나지 않고 있는 요즘 일과. 아침에 일어나서 식사와 동시에 주구장창 만화를 보면서 그림을 그리고 편지를 빙자한 엉터리 글씨를 쓰면서 논다. 틈틈히 배고프다며 나한테 배고프다고 어필하여 간식거리를 얻어낸다. 티비를 끄고 점심식사를 한다. 양치를 하고 내가 설거지를 하는 동안 그림을 그리거나 역할놀이를 한다. 날이 좋으면 아파트 놀이터에서 한 시간 정도 논다. 마트에서 장을 보러 갈 때도 있다. 집에 들어와서 간식을 먹고 목욕을 하고 다시 만화를 보다가 저녁때가 되서 밥을 먹는다. 티비를 끄고 안방에 들어가서 탐정놀이, 친구놀이, 엄마와 딸 놀이 등등 각종 역할 놀이를 한다. 책을 읽자고 하면 화를 낸다(...). 잘 시간이 되었으니 불을 끄라고 하면 왜 나한테만 불을 끄라고 하냐며 화를 낸다. 내가 너를 위해 리모콘으로 만화 앞에 나오는 노래를 건너뛰어 주는데 그 정도도 못해주냐는 한소리를 듣고나서야 울면서 불을 끈다. 그리고 옛날 이야기를 들으면서 잔다. 1일 평균 '엄마'를 200번 정도 부르는 것 같다. 그리고 내 귀에 흐르는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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