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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

태풍 링링의 흔적 외

by 아님말지머 2019. 9. 9.

 

1. 태풍링링의 흔적과 나의 감정변화

 

그동안 자연재해에 너무 무심했던 탓일까. 앞으로 경각심을 가지라는 뜻이었는지 이번 태풍에 베란다 유리창이 깨지고 말았다. 지금은 무덤덤하게 글을 써내려가고 있지만 당시에는 흔들리는 유리만큼이나 내 심장도 뛰었고 마침내 유리가 박살나자 내 맨탈도 박살나고 말았다. 남편이 같이 있었다면 덜 무서웠을텐데 아이와 단둘이 있다보니 혼이 나갈 지경이었다. 하지만 내가 너무 놀라면 애가 더 놀랄까봐 내 공포심을 되도록 감추느라 힘들었다. 하지만 과연 감춰졌을지는 의문이다. 때마침 정전이 됐다가 말았다가 해서 공포영화 분위기가 더 무르익었다.

 

태풍이 잠잠해지고 박살난 유리를 다 치우고 나니 수리비 걱정이 슬슬 올라오기 시작했다. 견적을 내보니 고층이라 돈 백만원은 예상해야 된다고. 알아본 바로는 자연재해로 인한 파손이기 때문에 아파트에서 가입한 보험으로 처리가 가능할 것 같긴한데 확실치는 않고 아직 관리사무소 연락을 기다리는 중이다. 돈 걱정을 한참하다가 이제 한동안 공사로 인해 성가실 일만 남은 것 같아 귀찮음이 밀려왔다. 연휴도 껴있어서 빠른 진행이 어려울 것 같고, 추석 지나고 그 다음주에 강원도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기에 여행을 그대로 진행할지말지도 고민이었다. 작년에도 여행가기 2주전에 누수문제가 터져서 골치를 썩히더니 올해도 2주전에 이런일이 생긴 것이다. 이쯤되니 싸돌아다니지 말고 집에 처박혀 있으라는 계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진짜로 그런거면 어떡하지? ㄷㄷㄷㄷ

 

하룻밤 자고 나니 언제그랬냐는 듯 햇빛이 쨍쨍 내리쬐고 있었다. 아침을 먹으면서 멍하니 베란다 창문을 바라보고 있자니, 살면서 한번 쯤은 베란다 유리도 박살나보고 해야 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나지 않겠냐며 정신승리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나의 감정변화를 정리하자면 '공포-충격-비용걱정-귀찮음-정신승리'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다 딸내미가 자꾸 어지럽다고 칭얼대는 통에 혹시 큰 병이 아닐까(나는 건강염려증을 앓고 있다)하는 걱정이 들어서 차라리 돈으로 해결되는 일이라면 간단한 일이라는 생각(물론 액수가 적은 경우에만 해당)이 들면서 유리파손에 대한 심란한 마음이 저절로 정리되고 대신 딸내미 걱정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이러다가 보험적용이 안된다고 연락이 오면 내 머릿속은 두 가지 걱정으로 춤을 추겠지. 다행히 오늘은 몸이 괜찮은 것 같아 유치원에 보냈는데 다시 증상이 시작되면 병원으로 달려갈 일만 남았다. 차라리 열이나 기침같으면 원인을 잡기가 쉬운데 어지러운 건 아이라 제대로 표현을 못하기도 하고 원인을 알기 어려워서 치료도 까다로울 것 같다. 이번주는 이래저래 심란한 상태로 계속 지낼 듯 하다.

 

 

2. 방광염

 

나는 방광염이 이렇게 지랄맞은 병인 줄은 몰랐다. 다행히 혈뇨를 보거나 통증이 있는건 아닌데 잔뇨감과 야뇨증이 있어서 처음에는 산부인과를 찾았다. 질염증상도 같이 있었기 때문에 한방에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주사를 맞고 3일치 항생제를 먹고 나니 증상이 없어져서 안심을 했다. 그러나 며칠 뒤 스물스물 기어오는 잔뇨감. 짜증이 밀려와서 결국 비뇨기과를 찾았다. 처방해주는 약은 비슷했으나 확실히 이 분야 전문이라 그런지 체계적으로 검사도 해주는 것 같았다. 배뇨일지를 3일동안 기록해보는 것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 평상시에도 소변을 자주 보는 편이고, 외출하기 전에 습관적으로 가는 경향이 있어서 내 방광용량이 궁금하기도 했었는데 다행히 방광용량이 줄어든 상태는 아니라고. 이후에는 의식적으로 최대한 소변 보는 간격을 넓혀서 3~4시간 마다 1번씩 가려고 하는 중이다. 그런데 상태가 좋을 때는 이런게 통하는데 장이 안좋거나 생리주기 초기에는 소용이 없었다. 방광이 다른 장기와 떨어져 있으면 병도 안 생길 것 같다.

 

아무튼 비뇨기과에서 일주일 동안 항생체 처방을 받고나서 밤에만 방광조절 약을 먹으면서 '아 이제 괜찮아졌구나'했는데 오늘 다시 잔뇨감이 느껴질락 말랐하고있다. 그동안 수많은 광고글 사이로 실제 치료후기를 찾아보니 '방광염에 한번도 걸리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걸린 사람은 없다'라는 것이 진리인 듯하다. 면역력이 조금만 떨어져도 방광염이 재발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때마다 항생제를 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또 방치하는 것도 아닌 것 같고. 한의원을 가봐야하나? 워낙 광고글이 넘쳐나서 치료가 잘 되는지 여부도 알기 어려운 것 같다. 광고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여행가려고 블로그에서 숙소후기를 찾아볼때 잘 나가다가 결국은 광고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속이 부글부글 한다. 숙소예약 사이트 리뷰가 그나마 정확하긴 한 것 같은데 호평과 혹평이 갈리는 경우가 많아서 뭘 믿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내가 혹시라도 방광염이 완치된다면(애석하게도 방광염에서 완치란 없는 듯하지만) 정직한 후기를 꼭 적으련다. 오늘도 울고 있는 방광염 환우들 모두 안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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