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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

제임스의 귀환

by 아님말지머 2019. 11. 13.

주의: 벌레이야기 잔뜩있음.

 

2015년에 제이미와 제임스에 얽힌 일화를 올린 적이 있다. 그 뒤로도 제이미는 잊을만 하면 화장실에서 마주쳤는데, 꼭 새벽에 작은 일을 보러 가면 바닥에 납작 엎드려있어서 기함을 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제이미에게는 면역이 좀 됐는지 묵직한 통으로 몇번 처단을 하기도 했다. 아직까지 맨손으로 모기잡는 건 꿈에도 못꾸는 나에게는 괄목한 말한 성장이다.

 

그런데 2019년 11월, 그가 돌아왔다. 벽에 붙어있기 며칠 전, 베란다 문틀에서 다리갯수가 무척 많은 벌레가 홀연히 나타났는데 이것이 지네인가 돈벌레인가 확신을 갖기도 전에 갑자기 사라졌다. 그리고나서 며칠 뒤 식탁에서 밥을 먹고 있던 아이가 "엄마! 저거 봐! 저게 뭐야?" 라고 묻길래 아이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꺄~~~~악"  거기엔 제임스가 붙어있었다. 5년전 그에 비하면 크기가 좀 작았는데 크기와는 별도로 징그러움에는 별 차이가 없었다. 돈벌레는 자기도 싫다며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는 남편을 다시 불러 일으켰다. 두툼한 걸로 몇번 쳐서 죽였다고 했는데 또 시체가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제임스들은 시체에도 발이 달린 것일까? 남편이 출근하고 아이도 등원한 후 청소를 하려고 주방바닥을 보는데 멸치비슷한게 보여서 전날 먹었던 멸치볶음이 떨어졌나보다 하고 가까이서 봤는데...아...왜 5년전 그날 제임스의 시체를 발견하지 못했는지 깨달았다. 이 녀석들의 다리가 죽는 순간 힘없이 축 쳐져서 먼지와 구분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나는 왜 이렇게 자세히 묘사를 하고 있는 것일까?). 바닥에 있는 것의 실체를 깨닫는 순간 10년전 했던 라섹수술을 처음으로 후회했다. 쓸데없이 시력만 좋아가지고! 왜 못 볼걸 보고야 마는 것일까!! 휴지로 그를 제거 하는데 처음에 놓쳐버려서 또 비명을 지르고 이번에는 면장갑을 끼고 다시 휴지로 훔쳤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돈벌레에 대한 면역력은 키워지지 않을 것 같다. 다리가 지나치게 많은 점이 특히 마음에 들지않는다. 다시는 마주치지말자 제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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