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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푸념

코피와 싫어병과 손뿌리치기 등등

by 아님말지머 2019. 5. 24.

지난 시간에는 다섯살이 되고나서 좋아진 점 위주로 언급했다면, 오늘은 빛과 그림자의 '그림자'편이다.

 

1. 딸내미(=배고픈 귀신에 씌인 애)는 침흘리개(침을 잘 안 흘리는 아기도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놀랬었다)와 코흘리개 시절을 거쳐 코피흘리개(??) 시절을 맞이하였다. 한달 전쯤부터 코안쪽에 피가 계속 고이더니 엊그제는 밤 사이에 옷이 피범벅이 될 정도로 흘렸다. 어린아이들은 코점막이 약해서 코피가 잘 난다는 사실을 얼핏 들은 적이 있어서 굳이 병원에는 가지 않고 있었는데, 침과 콧물과는 달리 '피'는 그냥 두고보기에는 신경이 좀 쓰이는게 사실인지라 이비인후과에 데리고 갔다. 역시나 내가 알던 그대로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는 의사의 설명이 있었다. 딱지가 떨어져나가면서 혈관을 건드리게되서 코피가 나는 거고, 피곤함이나 영양섭취와는 관련이 없다고 한다. 코안을 지지고(설명은 무섭지만 코 안에 기구를 살짝 넣는 수준이다), 연고를 발라주는 간단한 처치를 받고 나왔다. 처방받은 연고를 아침저녁으로 발라주니 요새는 코피가 안나고 있다. 여기서 교훈 한가지. 신경을 계속 쓰느니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자.

 

2. 아이들은 18개월 전후로 자아가 발달하면서 무조건 '싫어'라는 말을 달고 살게 되는데 딸내미 역시 그 시절을 거쳐왔다(아련...). 그.런.데. 그 싫어싫어를 다시 듣게 될 줄이야ㅜㅜ. 아직 머리가 덜 자라던 시절의 '싫어'와는 좀 차원이 다르다. 무조건 어깃장을 놓는 그런게 아니라 (1) '싫은뒈~~ 약오르지롱~~' 같은 약올리는 느낌 (2) '왜? 왜 나한테 그런말을 왜? 짜증나'의 짜증내는 느낌 등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종류와 이유불문하고 나도 듣기 '싫어'. 아직까진 살살 달래는거나 협박하는게 통할 정도인데 마의 일곱살의 벽이 쉽지 않을게 빤히 그려진다. 안녕 미래의 나여.

 

3. 최초의 '싫어병'과 동시에 창궐했던게 '손뿌리치기'였다. 얌전히 엄마아빠 손잡고 길을 걷는 동년배(...) 아이들을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손을 잡으면 전기충격이라도 받는 것처럼 기겁을 하며 손을 뿌리치고 다니는 딸내미를 쫓아다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 병이 또 오셨다. 한동안 얌전히 손 안놓고 잘 가던 시절이 벌써 그립다. 제발 횡단보도와 도로변에서는 손 좀 잡아주었으면 좋으련만 그런 거리를 걸을때만 부지런히 손을 놓고, 건물안에서는 또 잘만 잡고 다닌다. 2,3번 병은 언제 고쳐지게 될까??

 

4. 동생타령을 딸내미 입에서 듣게 될 줄이야. 첫날엔 '엄마, 우리집에 동생이 태어났으면 좋겠어'라고 천연덕스럽게 얘기하길래 짐짓 못 들은 척 했지만, 내심 흔들리는 동공을 바로 잡으려고 애썼다. 어쩌다 나온 말이겠거니 했는데, 다음날은 '나도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 언니를 낳는 것은 아예 불가능이니까 모르쇠로 일관하자. 근데 그 다음날. 멀쩡히 잘 걷던 애가 갑자기 대성 통곡을 하는 것이었다.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못알아 듣다가 겨우 뜻을 파악했다. '아기를 낳아줘!!!!!!!' 라는 말이었다. 아~~~~~악. 동생 낳아달라고 조르는 애 이야기는 종종 들어왔지만 지난 4년 동안 일절 그런 얘기를 안하던 애였기에 안심하고 있었는데 이럴수가. 5월이 가정의 달이라고 유치원에서 동생, 언니, 부모님 등등 가족과 관련된 단어를 주제로 학습을 하는 것 같더니만 이런 일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둘째계획은 어른이 정하는 것이지 아이가 정하는게 아니라는 신념+체력 無+재력 無+남편 도움 無 등 4박자를 고루 갖추고 있기 때문에 오늘도 난 흔들리지 않는다,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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