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육아푸념

새학기 증후군

by 아님말지머 2019. 2. 28.

1.

유치원은 어린이집과 다르다. 학부모를 상당히 귀찮게 한다는 점이 다르다. 이 유치원만 그런가? 큰 과제는 아니지만 매일매일 뭔가를 끊임없이 아이와 해야하고 피드백을 줘야하고...맘 편하게 보내려면 역시 어린이집이 최고다. 낮잠을 잘 자는 애였다면 한해 정도 더 보내도 됐을 법한데 최근 한달때는 거의 억지로 자는 것 같은 느낌이어서 어린이집에 계속 다니기로 했다면 그것대로 마음이 불편했을 터였다. 이 유치원은 3일에 걸쳐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는데 첫날엔 보호자와 같이 한 교실에 들어가고 이튿날부터는 떨어져 다른 반에 있었는데 이 둘째날 딸내미는 거의 한 시간을 오열한 것 같다. 앞에서 선생님이 교육 내용을 설명해주는데 우리집 거대 꼬맹이의 우렁찬 목소리가 자꾸 귀를 찔렀다. 결국 중간에 선생님한테 불려 교실에 같이 들어갔다 몰래 나왔다. '몰래' 나온게 화근이었는지 그 뒤로 더더욱 크게 울어댔다. 하원할때 선생님 왈, "간식 시간때만 환하게 웃었어요". 정말 투명한 아이다. 다행히 오늘은 웃으면서 들어가서 웃으며 나왔다. 전날 안 울면 원하는 걸 사주겠다고 살살 꼬신 덕도 있었고, 스스로도 너무 심하게 울었다고 느끼는 것 같았다. 잠들기 전 "오늘 많이 힘들었지?" 라고 하니 "응 오늘 많이 힘들었어"라고 하자마자 스스륵 잠들었다. 그러더니 오늘 하원후에는 한번도 안 울었다며 스스로 굉장히 뿌듯해했다.

 

 

 

2.

어린이집 수료 후 유치원 입학까지 약 열흘간을 쉬며, 입학 후 2주간은 적응기간을 둬서 단축수업을 한다. 거진 3주 넘게 꼭 붙어 있으려니 영혼이 탈탈 털리는 기분이다. 딸내미(=영혼탈곡기)는 만 49개월에 다 되어서 인지 아니면 새학기 증후군을 겪는 탓인지 꽤 신경이 날카로워보인다. 40개월 초반이후로 비교적 말을 잘 듣던 평화로운 시기를 지나 다시 이춘기의 시절로 접어든 것이다. 씻자고 한 열번쯤 부르면 오려나. 그리고 어휘력이 급증해서 이제 논리력만 갖추면 나 하나 정도는 그냥 쌈싸먹을 것 같다. 빨리 갱년기가 와야 대적할 수 있을 듯하다.

 

 

3.

사실 새학기 증후군은 내가 더 심하게 겪는 것 같다. 이 나이에 정규교육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밟고 있는 기분이랄까. 아이가 새로운 기관에 잘 적응하는지도 관건이거니와 나는 나대로 학부모들과의 관계도 신경을 써야하니 이중고가 따로 없다. 요즘에는 엄마가 아이 친구를 만들어준다는 얘기에 코웃음을 친 적도 있는데 막상 닥치고 보니 그말이 맞았다. 원내에서는 어떻게든 잘 놀겠지만 하원후에는 각자 맘에 맞는 친구들과 놀게 해주는 것은 전적으로 보호자의 몫이었다. 집순이인 내가 여기저기(래봤자 몇집 안되지만) 연락해서 약속을 잡고 처음보는 엄마와 말이라도 붙여보려고 수줍음을 떨쳐내는 것도 다 그때문이다. 내 친구만들때도 이렇게 적극적이지 않았거든 딸내미야?? 아이를 낳기전에 이런저런 상황들을 예상해보고 아, 역시 나와는 맞지않다라고 느꼈건만 내 안의 0.1%의 무모함을 발휘하여 아이를 낳은 대가를 치르는 중이다.

3년 동안 잘 해낼 수 있을까?? 아니 30년인가?? ㅠㅠ 

'육아푸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이가 다섯살이 되고나서  (0) 2019.05.08
우리아이 성격분석  (4) 2019.03.27
나는 숨바꼭질을 저주한다  (0) 2019.01.29
3년하고도 9개월하고도 14일차 육아일기  (0) 2018.12.10
영유아검진 5차  (0) 2018.10.2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