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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푸념

아이가 다섯살이 되고나서

by 아님말지머 2019. 5. 8.

1. 아이가 다섯살이 되고나서 변한 행동 중 긍정적인 부분은, 자신이 사진 찍히는 것에 대해 우호적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몇개월 전만 하더라도 연속으로 세장이상 찍으면 "찍지마!! 찍지말라고!!!"라며 울부짖었다(괜히 미친 네살이라고 하는 것이 아님). 요즘은 우호적이다 못해 즐기는 단계로, 틈만 나면 핸드폰으로 자신을 찍어달라고 요구한다. 춤도 췄다가, 노래도 불렀다가 하는데 자신한테 잔뜩 취해있는 모습이 웃기기도하고 귀엽기도 하다.

 

다섯살이 되고나서 엄마인 나한테 가장 좋은 점은 감기에 덜 걸리게 됐다는 것이다. 작년 어린이집을 처음 다니고 반년간은 병원에서 살다시피했는데 유치원에 입학하고나서는 초반 콧물감기 외에는 별다른 질병에 걸리지 않았다. 따라서 해열제를 먹일 일도, 똥꼬에 좌약을 넣을 일도 없게 되었다-똥꼬 주인과 넣는 자 모두 자괴감을 느끼게하는 일을 안해도 되는 것이다!!! 작년 하반기부터는 항생제도 곧잘 먹어서 더이상 요거트나 쥬스에 약을 타먹이는 꼼수를 쓰지 않아도 되었다. 아이가 다니는 소아과는 기본 대기시간이 한시간이고 한참 독감이 유행할때는 두시간도 기다렸는데 아픈 아이들이 우글거리는 소아과에서 대기하는 동안 기가 쪽쪽 빨리고 기다리는 시간도 너무 아까웠는데 그 시간을 벌 수 있어서 너무 좋다.

 

 

2. 반면 다섯살이 되면 사라지겠거니 했는데 아직도 '잠투정'이 있다. 애들은 잠이 쏟아지면 오히려 흥분하는 무슨 호르몬이 분출된다던데 아직도 저녁 무렵해서 피로가 쌓이면 승질을 있는대로 부리거나 졸리면 졸릴수록 한껏 고무되서 방방 뛴다. 또, 한동안 놀이터에서 눈물을 안보이길래 이제 우리애가 드디어 눈물샘이 말랐구나 싶었는데 이 글을 올릴까 생각하자마자 하루에 평균 세번씩 눈물을 쏟고 있어서 갈길이 멀구나 싶다. '다섯살의 반항기'는 언젠가 따로 글을 올려야겠다ㅂㄷㅂㄷ.

 

 

3. 유치원의 영향인지, 나이탓인지 모르겠는데 글자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자기 이름과 친구이름이 어떻게 생겼는지 써달라고 하기도 하고 알파벳을 써보라고 하기도 한다. 지적호기심이 높아졌달까? 유치원에서 '요일'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정확히 얘기하기도 한다(아마도 유치원에서 알려준 그대로 읖는 듯). 아직 시간개념이 정확하지 않아서 "어제 어디로 갈꺼야?"  "다음주에 거기 갔었잖아" 와 같이 과거와 미래 시제를 틀리게 얘기하는데 이게 꽤 귀엽게 느껴진다. 만약에 "다음주 목요일 오전 9시까지 유치원앞으로 모이래" 이런 식으로 정확하게 얘기하면 조금 서운할 것 같기도 하다. 같은 맥락에서 까막눈이던 아이가 어느날 갑자기 한글로 된 책을 줄줄 읽으면 기특하기보다는 귀여운 매력포인트가 사라진 것에 대해 더 아쉬울 것 같다. 이렇게 써놓고서는 '일곱살이 되도록 애가 한글을 몰라요 ㅠㅠ' 이렇게 고민을 토로하게 되는 것은 아닐지ㅎㅎ.

 

 

4. 아이가 다섯살이 되면서 나에게 일어난 변화는 '다섯살 아이'를 보는 관점이 달라진 것이다. 아이를 낳기전에는 미취학 아동은 물론 미성년자들은 그냥 애들일 뿐이었지만 아이를 낳고서는 내 아이 기준으로 상대를 보다보니 아이보다 나이가 많으면 무조건 '형님'으로 생각하게 되고 성숙한 행동을 기대하게 된 것이다(둘째를 낳은 엄마들이 첫째를 보는 시선도 비슷할 듯).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사실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키즈카페나 놀이터에서 아이 주변을 휙휙 날라다니는 다섯, 여섯살 언니 오빠들이 정말 '큰 애'로 보였다. 특히 키즈카페에서는 텃세 아닌 텃세를 부리는 아이들을 뾰족하게 보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우리아이가 다섯살이 되고보니, 다섯살은 이제 막 아기티를 벗은 어린아이일 뿐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다. '텃세'라고 느꼈던 행동도 사실은 그맘 때 성향상 자기것을 지키려는 태도가 그렇게 비쳐줬던 것일뿐 자기네들보다 어린동생들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뜻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되었다(물론 개중에는 진짜 나쁜 의도를 가진 애들도 있다). 시간이 더 지나면 아직은 '큰 형님'으로 느껴지는 초딩들도 그저 아가들로 느껴지는 때가 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더 넓은 아량을 가진 어른으로 성장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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