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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푸념

칫!

by 아님말지머 2020. 8. 7.

지난 포스팅에 이은 우리아이의 성격변화. 예전에는 우리 딸내미가 잘 삐지지도 않고 화가나도 돌아서면 쿨하게 잊어버리는 아이인 줄로만 알았다. 아니 실제로 그랬었다. 그러나 이제는 무슨 말만 하면 '칫!' 이러면서 토라진다. 조금 과장을 섞으면 발 한자국 떼면 한번 삐지는 정도? 덕분에 최근 등하원길에 웃으면서 간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등원길에는 잘 가다가도 뭔가에 꽃혀서 엄마랑 안 논다며(제발!!!) 화를 내고, 하원길에는 유치원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나를 노려보고 있다. 주로 수저나 물컵같은 준비물을 빠트렸다던지 하는 나의 실수를 기억했다가 얘기하고, 아니면 유치원안에서 본인이 원하는 놀이를 못했거나 안좋은 일이 있었을때 나한테 화풀이를 할 궁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한 감정에 오래 머물지는 않아서 집에 오기도 전에 혼자 기분이 풀려서 웃고 장난을 치는데 당하는 입장에서는 정말 환장할 노릇이다.

 

하루는 나도 너무 화가나서 너는 어째서 웃으면서 유치원에서 나오는 법이 없냐, 좀 기분좋게 나올 수는 없는거냐하며 한마디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나보다 더 언성을 높이며 화를 내는 울음섞인 말뿐이다. 피곤하면 짜증을 내는 잠투정을 아직도 하는 것인지 밤만 되면 징징거림이 더 심해진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아이아빠는 조곤조곤 얘기하기도 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시끄러운 소리에 민감한 나는 부정적인 감정표현을 너그러이 받아 줄 그릇이 못 되는 것 같다. 어렸을때는 내가 화를 내면 금방 수그러들더니 이제는 그런것도 없어서 좀더 논리적으로 무장해서 다다다다 쏘아붙여야 그나마 잠잠해진다. 이러다 서로가 서로를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이용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된다. 아직은 어린아이라는 것을 스스로 상기시키지만 우선 내가 기분나쁜걸 어떡해???? 아이를 잘 어루고 달래주는 이상적인 엄마와 현실의 나의 간극은 점점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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