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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푸념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말

by 아님말지머 2020. 6. 17.

은 바로 "엄마 나 오늘 유치원 가기 싫어"라는 말이다. 최근 코로나19때문에 몇달을 집에서 지내다가 개학을 한 탓에 몇몇 어린이들이 유치원 앞에서 부모와 실랑이를 벌이는 광경을 보고 남의 일처럼 지나갔었다. 딸내미는 어린이집서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등원거부를 한 적이 없는 아이였기 때문이다. "우리 애가 지랄 맞지만 유치원 하나는 잘 다니니 다행이네. 훗훗" 하고 자만에 빠졌으나 그 생각을 하기가 무섭게 아이 입에서 "유치원 안 가면 안돼?" 라는 말이 나오자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 같았다. 지난 긴 방학동안 아이와 등돌릴뻔한 무수한 일화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면서 어떻게든 이 아이를 설득해서 유치원에 데려다 놓아야겠다(일단 가기만 하면 잘 논다는 것이 대부분 어린이들의 공통점이다)는 목표가 생겼다. 처음 그 말이 나왔을때는 그래, 오늘은 특별히 일찍 데릴러 가마 하며 아이를 구슬렸고 아이도 순순히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두어번 무마하다 어느날  유치원 안 가면 안되냐고 불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얘기하길래 살짝 흔들릴 뻔했다. 하지만 그 전날에도 병원에 들리느라 늦은 김에 등원을 하지않았는데 또 안간다는 것은 나에게 너무 잔혹한 일이었기 때문에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처음에는 다른 친구들도 가기 싫지만 꾹 참고 유치원에 간다, 아빠도 실은 회사에 가기 싫지만 가는 것이다 라고 동질감을 느끼는 전략을 써봤으나 먹히지 않자, 이번주 간식 메뉴를 줄줄이 읊어주며 유치원에 가지않으면 이 간식들을 못 먹는데 괜찮겠니라며 마음을 떠보았다. 그러자 언제그랬냐는 듯 갑자기 기분이 업되신 딸내미는 유치원 갈 준비에 들어갔다. 식탐이 이럴때 유용하게 써먹힐 줄이야...마침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메뉴가 오늘의 간식으로 등장한 것이 얼마나 다행이던지.

 

이 이야기의 교훈은 자기가 안 겪는다고 안심하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다는 것, 그동안 꼬박꼬박 기관에 잘 다녀준 아이에게 고마워하라는 것이다. 앞으로도 종종 등원거부를 할텐데 간식타령이 안 먹히면 어떻게 아이를 꼬셔야 할지 미리 연구에 들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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