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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푸념

멋부리기

by 아님말지머 2020. 7. 22.

아이들 성격은 수시로 바뀐다더니 우리집 딸내미가 이렇게 멋부리기 시작할 지 누가 알았을까. 작년까지만 해도 주는대로 입고, 가끔 자신은 핑크색을 좋아한다며 살짝 어필하는 정도였는데 요새는 완전히 달라졌다. 반지나 팔찌 중에 하나는 꼭 착용하고 신발은 화려한 구두를 주로 신으며 유치원에서 자유복을 입는 날에는 꼭 치마를 입겠다며 이틀 전부터 예고하고 있다. 어느날은 아주 예쁘게 꾸미고 왔어야 했는데 별로 안 예쁘게 꾸미고 나와서 속상하다며 길바닥에서 눈물을 뿌렸다.

 

그러다 장대비가 내리는 오늘 절정에 이르렀으니, 내가 골라준 짙은 남색바지는 너무 지루하고 형편없다고 폭언을 퍼부었다. 티셔츠를 남색 줄무늬(새 옷인데 주륵..) 대신 핑크색으로 바꾸는 것으로 협의를 봤다. 그리고나더니 또 우비가 지루하다며 입지않겠다고 했다. 이유인 즉슨 핑크색이 아닌 노란색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핑크색 바람막이를 입혔다. 마지막으로 레인부츠는 절대 신지않고 양말을 신고서 앞뒤 뚫린 샌들을 신고 가겠다며 고집을 부리기 시작했다. 이 장화는 너가 좋아하는 분홍색인데 뭐가 문제냐고 했더니 무지개색을 신고 싶은데 분홍색인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아아아아아....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실실 나왔다. 결국은 부츠를 신고 나오긴했다. 방수기능이 없는 바람막이는 축축하게 젖었지만 결코 후회하지않는 꿋꿋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래 장하다, 장해.

 

뒤늦게 불어온 공주바람을 내가 어떻게 막을 수 있으랴. 이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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