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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

독서 비수기

by 아님말지머 2020. 11. 9.

살면서 이렇게 책을 안 사보기는 처음인 것 같다. 가장 피크였던 때가 2018년 무렵이었는데 그때 한창 알라딘서점에서 스누피 굿즈를 뿌리고 있던 때였고 나는 그 굿즈를 얻기 위해 대충 재미있어 보일만 한 책을 다 사들였었다. 사놓기만 하고 안 읽었던 건 아니고 거진 다 읽었기 때문에 가장 독서를 왕성하게 했던 시기이기도 했다. 스누피 굿즈도 굿즈였지만 아이가 기관에 처음 들어가면서 시간적 여유가 생겼고 그동안 육아하느라 하기 힘들었던 활동 중에 하나가 독서였기 때문에 그동안의 한을 다 풀었던 것 같다. 2019년에는 스누피 굿즈가 잘 안 나오기도 했고 하반기에 다시 슬슬 나왔던 것 같은데 예전만큼 구미가 당기질 않았다. 요즘 타 서점보다 알라딘 서점을 선호하는 이유는 커피를 구입하기 위해서가 더 많을 정도다. 게다가 내가 잘 보던 에세이 분야에서는 일러스트 표지에 '~하지만 ~했습니다'라는 제목을 달고 나오는 책들만 우수수 쏟아지면서 제목만 봐도 질리기 시작했다. 소설 같은 경우에는 좋아하는 작가가 생기면 그동안의 책을 줄줄이 다 읽는 식이었는데 특별히 눈에 띄는 새로운 작가를 발견하지 못했다.

 

밀리의 서재를 이용하기 시작한 것도 책을 안 사기 시작한 데에 약간의 영향을 주었다. ‘약간이라고 표현한 것은 내가 꼭 읽고 싶은 책은 밀리의 서재에 없는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여기 있는 책 중에 내가 읽을 만한 것은 거의 실용서 위주인데 실용서의 특성상 완독하기보다는 필요한 부분만 훑어보는 경우가 많아서 독서라고 칭하기가 모호하다. 그래서 밀리의 서재를 정기구독하고 있지만 예전보다 독서량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던 것이었다.

 

이러한 독서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읽었던 책을 꼽아보자면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 이게 뭐라고’, ‘팔리는 작가가 도겠어, 계속 쓰는 삶을 위해정도다. 전부 다 에세이고 솔직하며 재기발랄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나를 유튜브와 넷플릭스, 왓챠, 티빙, 웨이브 등등 OTT의 늪에서 빠져나오게 할 수 있는 보석같은 책들이 많이 발견됐으면 좋겠다. 다음장이 너무 궁금해서 손을 뗄 수 없는 책을 보고 싶다. 책을 덮고 나서 여운으로 휩싸이고 싶다. 눈이 더 침침하기 전에 활자들을 내 머릿속에 더 많이 집어 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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