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번외/도서후기, 문화생활

전시회 <에드워드 호퍼:길 위에서>

by 아님말지머 2023. 4. 24.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 Edward Hopper: From City to Coast>는 서울시립미술관과 뉴욕 휘트니미술관이 공동 기획한 에드워드 호퍼의 첫 국내 개인전이다. 그의 전 생애에 걸친 드로잉, 판화, 유화, 수채화 등 작품과 산본 호퍼 아카이브의 자료 270여 점을 8개 섹션으로 나누어 전시 중이다. 사실 에드워드 호퍼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인터파크 티켓사이트에서 예매 1위를 하고, 그것도 30분 단위로 사전예약을 받길래 어마어마한 대가인가 보다 하고 얼리버드로 예매를 한 것이다. 따라서 이 포스팅은 미술에 대한 조예가 1도 없는 어느 중생의 콧바람 쐬기 후기에 가깝다. 

 

 

 

 

시청역 10번 출구에서 나와 시립미술관으로 향했다. 금요일 오전 11시로 예매를 했는데 이때만 해도 한산한 느낌이었지만 관람 후인 12시 반쯤에는 주변 직장인들까지 합세해서 사람들로 북적였다. 10년 전까지 근무했던 곳이 근처라 중부등기소도 자주가서 매우 익숙한 장소지만 정작 시립미술관 전시회 관람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척에 문화공간이 즐비했을 때는 몰랐다. 그것이 얼마나 축복인지를.

 

 

 

이렇게 흐릿했던 날씨는 전시회 관람 뒤 햇볕 쨍쨍한 맑은 날로 돌변했다. 

 

 

 

 

 

운좋게 사람 없을 때 건진 사진. 2~3층은 촬영불가이고 1층만 촬영가능하다. 여행지도 그렇고 특히 이런 전시장에 가면 나 스스로 사진 찍기가 목적이 아닌가 싶을 때가 있는데 차라리 금지해 주니 온전히 전시에 집중할 수 있어 고마울 지경이다. 그런데 개막전에 초대된 인플루언서들에게는 전 공간 촬영을 허락해 줬다는 글을 어디서 보고 약간 고까운 마음이 들었다. 

 

온라인으로 예매한 사람들은 따로 지류티켓으로 교환할 필요없이 QR코드를 보여주고 팔찌 착용 후 관람을 시작할 수 있다. 시간마다 관람인원을 한정해서 들여보내는 데도 팔찌 대기 줄과 오디오 가이드 대여줄(대여료: 3천 원. 유료어플로 대체가능), 그리고 각 전시장 시작점에서도 대기가 좀 있었다.  주말에 오면 작품 보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2층에서 내려다 본 모습

 

 

 

 

3층에 있는 포토존. 바로 아래 작품을 재현해 놓은 공간이다. 

 

<햇빛 속의 여인> 1961년 작

 

 

 

<와이오밍의 조> 1946년 작

 

 

위 작품 속 여인은 에드워드 호퍼의 아내인 조세핀 호퍼다. 그녀 역시 뉴욕예술학교 출신의 예술가로서 수채화에 두각을 나타냈으며, 문화 전반에 걸친 취향을 서로 공유하고 예술적 영감을 주고받으며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세계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1층 전시관에는 부부의 사진도 있는데 그냥 딱 봐도 조세핀은 외향형, 에드워드는 내향형이라고 얼굴에 써 놓은 것 같아 웃음이 났다. 

 

 

 

비즈니스 매거진에 실린  삽화

 

 

잡지 표지 디자인

 

 

 

입장할 때 받은 가이드북. 40페이지 분량에 작품사진과 작가에 대한 설명이 알차게 담겨있다.

 

 

<철길의 석양> 1929년 작

 

전시된 작품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이었다. 실제로 보면 하늘이 참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다. 

 

그리고 구도가 인상적이다 싶은 작품이 몇 있었는데 알프레드 히치콕, 데이비드 핀처 등 유명 영화감독들이 이에 영감을 받아 작품을 만들었다고 하니 생각보다 대단한 양반이었네... 유명한 작품들은 빠져있어서 아쉬움을 토로하는 후기도 많은데 다음에는 그 작품들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오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전시회의 꽃, 아트샵에 갔다. 전시 규모에 비해 굿즈종류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눈에 띈 두 가지를 찍어봤는데 키링은 구매를 할까 말까 마지막까지 망설였다. 사진상으로는 잘 안 보이는데 팔레트까지 야무지게 달아놓아서 탐이 나긴 했으나 저 사람 모형이 에드워드 호퍼의 정체성을 표현하기엔 부족하지 않나 싶어서는 핑계고 비싸서 안 샀다. 

 

미술관을 빠져나와 시청역으로 향하는 길은 점심시간을 맞아 직장을 빠져나온 회사원들로 가득 차 있었다. 어찌나 활기차 보이던지... 근처에서 일하던 친구와 점심때 차 한잔 하던 시절로 다시 돌아간 기분이었다. 종종 문화생활을 하러 다시 이곳을 방문해야겠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