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을 코앞에 두고 평일 오전에 아이랑 나갈 생각을 이제야 했다. 점심 먹고 나서 바로 학원스케줄에 따라 움직이니 오전은 여유 있게 보내게 됐는데 아무것도 하기 싫다며 시체처럼 누워있는 아이를 보니 생각이 많아졌다. 진작 좀 할 일을 찾아볼 걸 그랬다. 이럴 때 제일 만만한 게 영화 보는 건데 가격은 만만치가 않다. 평일관람에 청소년 1명 성인 1명 티켓가격 합계가 27000원이라니! 눈이 튀어나올 것 같다. 그나마 영화관람권으로 예매를 해서 2만 원 정도 결제했다.
무엇을 볼까 하다 아이가 소시적(?)에 좋아하던 두다다쿵이 극장판으로 나왔다고 해서 보기로 했다. 이제 초2 되는 애가 보기에 유치하지 않을까 했는데 막상 보니 내가 보기에도 충분히 재미있었다. 일단 등장하는 주요 캐릭터들이 죄다 둥글둥글하고 색감이 예뻐서 눈이 편안했다. 처음부터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박진감 넘치는 장면으로 시작하더니 산속과 바닷속을 넘나드는 장면 전환이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83분 동안 지루하지 않게 스토리 전개가 이어지고 떡밥회수까지 완벽하게 정리됐다. 국내 애니메이션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았는데 이 정도면 유아 대상 만화로서 충분히 잘 뽑힌 작품 같다. 마지막 결말까지 유치하지 않고 아련하게 잘 마무리 됐다.
보는 내내 검은 고양이 '스캣'때문에 웃음이 터졌는데 순둥순둥한 주요 캐릭터 중에서 유일하게 까칠한 성격의 소유자다. 저렇게 할말 다하는데 왜 계속 화가 쌓여있는 지 의문이 들어서 웃겼다. 주인공 두다는 좀 부족한 친구지만 역으로 완벽하지 않아서 보듬어주고 싶고 아이들이 자신의 모습과 대입해 봐도 좋을 것 같다. 뚜렷하게 잘하는 건 없지만 모나지 않은 모습 자체로 사랑스러운 아이니까.
오랜만에 아이 어린이집~유치원 시절에 즐겨보던 만화를 극장에서 봐서 추억도 되고 좋은 경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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