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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푸념

입학 후 일주일

by 아님말지머 2022. 3. 11.

처음 며칠동안은 멋모르고 잘 다니더니, 어제는 등교하기 전에 대뜸, '학교 안 가고 집에서 편히 쉬면서 우유나 실컷 마시고 싶다'라고 하는게 아닌가. 말하는 게 너무 웃겨서 킥킥대다 가슴이 서늘해지기 시작했다. 이제 시작인건가?

 

아니나 다를까 오늘 아침에도 학교가기 싫다, 언제 쉬냐고 물어왔다. 딸내미야 이제 시작이란다. 12년을 다녀야 한다고!!아무래도 코로나확진으로 인해 원격수업을 하는 친구도 있으니 부러운 마음에 그러는 것 같은데  유치원가기 싫다는 투정에 이어 학교가기 싫다는 투정을 언제까지 받아줘야 하나 싶어 까마득하다. 코로나 때문에 1, 2교시와 3, 4교시를 붙여서 하고 쉬는 시간이 거의 없어서 더 힘들 것 같긴하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어제 이것저것 물어보니 선생님도 좋은 것 같고, 쉬는 시간에 옆반도 가보고, 수업중에 손들고 큰 볼일도 보러가고 했다는 걸 보니 적응은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오늘도 데려다주면서 실내화를 갈아신고 학교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것 까지 아련하게 바라보다 나왔다. 그냥 뒤돌아나오고 싶어도 아이가 계속 돌아보며 손을 흔들기 때문에 실망할까봐 하염없이 기다리는 중이다. 혼자 학교에 다니는 때를 기다리면서도 지금처럼 데려다주는 시기도 얼마 안남은 것 같아 이 순간을 즐겨야 할 것 같다. 

 

내 이야기를 하자면, 차량지원을 안하는 유치원을 다닌 덕분에 등하교 길을 걷는 것은 가뿐하게 느껴졌다. 다만 한 번에 아이들이 우르르가서 좁은 길을 걷다보면 기가 빨릴 때가 있다. 그리고 처음 며칠 동안은 교문앞에서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는 엄마들을 보며 소외감을 느꼈으나 지금은 오히려 아는 사람이 없어서 편하게 느껴진다. 전에 살던 곳은 어린이집+유치원+같은 아파트 등등의 루트로 어설프게 아는 사람이 많아서 길을 걷다보면 인사하느라 고개가 아플지경이었는데 지금은 투명인간처럼 다니니 너무 좋다. 외로워서 죽을 것 같다가 하루 아침에 평화가 찾아온 걸 보니 역시 사람은 마음먹기 나름인가보다. 이러다가 또 고독을 씹는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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