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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푸념

옷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외

by 아님말지머 2022. 3. 23.

#1
멋부림병이 시작된 6세 후반부터 7세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뚜렷하게 선호하는 옷이 있을지언정 갖고 있는 옷을 여러가지 잘 돌려입었고, 입으라고 권유하는 것도 잘 받아들였다. 하지만 입학하고 나더니 황소고집으로 돌변하여 본인이 직접 고른 옷(요새는 거진 본인이 고르지만)도 안 입겠다고 하고, 심지어 2주 전에 직접 선택해서 샀던 신상옷도(트레이닝복이지만 어쨌든 직접 고름) 싫다고 울부짖기에 이르렀다. 아마도 유치원때는 주4회를 원복을 입고 평일1회와 주말2회만 예쁜 옷을 골라입었기 때문에 이런 잠재된 진상력이 발휘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고 그때는 잘만 입고 다녔던 멀쩡한 옷도 이제는 싫다고 하니 어찌해야할 지 모르겠다. 돈 아까워...

오늘 아침에도 한참 실갱이를 하다 하얀 레깅스위에 치마를 안두르겠다는 아이를 어르고 달래서 연보라색 트레이닝 바지에 하얀티를 입혀 보냈다. 그리고 등교길에 우르르 몰려나온 여자아이들의 바지를 잘 보라고 했다. 봐라, 다들 검정색 아니면 회색 바지를 입지 않느냐, 너처럼 연보라색 바지나 휘황찬란한 치마를 두른 애들은 없지 않느냐, 연보라색 정도면 충분히 예쁘다, 눈이 있으면 봐라, 했더니 눈을 감겠단다.

흰색 티와 레깅스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요새는 흰색에 꽃혀서 아래위를 다 하얀색으로 입고 싶어한다(그 와중에 태권도 복은 싫단다. 왜? 새허연데??). 그냥 흰색바지는 없고 두껍거나 얇은 레깅스밖에 없는데 그나마 두꺼워서 팬티가 덜 비치는 레깅스를 입혀서 태권도 학원에 보낸 것은 안 비밀이다. 본인이 스스로 흑역사를 만드시겠다는 데 도저히 말릴 수가 없어서 딱 한번이라는 전제 조건을 달고 입혀보냈다. 이런 똥고집을 8세때까지 이어갈 줄이야...


#2
초등학교 1학년때는 학부모들이 엄청 바쁘단 소리를 들었는데 과연 그렇다. 일단 1학년은 4, 5교시만 하는데 그나마도 코로나 때문에 단축수업을 하고 쉬는 시간도 줄여서 12시반~1시면 하교를 한다. 등교가 8시50분까지니 혼자 등교가 어려운 아이를 데려다주고 다시 돌아온 다음, 집안일을 하고 숨좀 돌리고 점심을 대충 먹고나면 설거지 할 사이도 없이 하교시간이 다가온다. 4교시때는 소화도 못 시킨채로 학교를 가니 자주 소화불량 상태를 겪는다.

ㅡㅡㅡ슬픈소식추가. 이마저도 다음주부터는 빨리 먹는 순서대로 하원해서 4교시하는날엔 12시부터 기다려야되게 생겼다. 따흑 ㅡㅡㅡㅡㅡㅡ


그나마 나는 차량지원을 하지 않는 유치원을 다녀서 도보로 등하원을 하는데 익숙하지만 보통은 차량 등하원을 시켰으니 처음엔 도보로 이동하는게 힘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거기다 매일 학원을 데려다 주는데 금요일은 두군데를 왔다갔다 하니, 학교까지 합쳐서 집에서 왕복을 여러번 하게되어 마지막 학원차례에서는 매우 지쳐버린다. 다른 날은 태권도학원에서 하원차량을 이용하는데 금요일에는 태권도에서 바로 영어학원으로 넘어가야해서 내가 데려다주는 바람에 더 많이 걷게 된다.

주로 집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 주말과 평일의 갭. 금요일은 거의 만보를 걷게 된다.
유치원시절에는 목표 걸음이 6천보였고, 그것도 못 채우는 날이 많았는데 이제 7천보도 거뜬하다.


내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학교와 학원사이에 시간이 비지 않게 돌봄수업 내지는 방과후수업을 끼우거나 하교까지 시켜주는 태권도 학원으로 돌리는게 베스트지만, 돌아서면 배고프다는 아이이기도 하고 중간중간 쉬는 시간이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내 시간을 포기하고 듬성듬성 시간표를 짜 놓았다.


초1학부모가 바쁜 이유 또 한 가지. 입학 극초반에 준비물을 챙기느라 좀 바쁘다가 수월해지는가 싶더니 매일 끊임없이 학교에서 알람이 온다. 학교전체 공지를 받는 어플과 아이반에서 담임선생님으로부터 공지를 받는 어플 2개가 있는데 하루에도 몇 번씩 공지가 오는 통에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내용을 놓치기 쉽상이다. 거기다 두군데 학원에서도 종종 알림이 오니 도합 4가지 알림 어플이 쉬는 날이 없다. 지금은 학원을 두군데만 보내지만 점점 늘어날테니 더 정신없을 예정이다. 이 와중에 아이를 둘 셋 돌보는 사람은 너무 위대한 것 같다. 아이가 혼자 등학교를 하고 스스로 학원을 다니는 그 때를 기다리며 인내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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