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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도서후기, 문화생활

영화 '헤어질 결심'

by 아님말지머 2022. 7. 9.

 

 

 

 

'나이브스 아웃' 이후로 영화관을 찾은 건 처음이었다. 칸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고, 호감가는 배우가 나오고, 이동진 평론가가 평점 5점을 줬다는 얘기에 혹했다가도 막상 극장에 가려니 귀찮아서 나중에  vod로 보자싶었다. 그러다 '마침내' 보러갈 결심을 하게 된 이유는 하도 평이 갈려서 재미가 있는지 없는지 너무 궁금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한텐 평점 3.5정도의 영화였다. 지루할 걸 각오하고 가서 인지 이 정도면 충분히 재밌다 싶었지만, 좀 길다 싶어서 중간에 시계를 한번 봤다. 잘 만든 건 알겠는데 인생영화로 등극하기엔 감정적으로 확 와닿지 않았다. 약간 기생충을 봤을 때 느낌하고 비슷했다(기생충이 더 대중적인 영화이긴 하지만).  왜 호불호가 갈리는 지도 알겠고, 남들한테 선뜻 추천하기는 망설여지는 영화였다. 곱씹을수록 좋은 영화인 건 맞지만 내가 열광했던 다른 영화들 처럼 해석을 막 찾아보게 되지는 않았다. 


주인공들의 감정에 빠져들지 못한 이유는 우선 남주가 부인이 멀쩡하게 살아있는 유부남이었기 때문에 '어...저러면 안되지않나?' 하고 자꾸 팔짱을 끼게 됐다. 나 상당히 열려있는 사람이고 영화의 소재일 뿐이라는 것도 알지만 자꾸 마음의 문을 닫게되네? 이런 불편한 맘을 갖게 되는것도 어쩌면 감독이 의도한 장치일 수도 있다. 서래가 그 지경이 되도록 해준한테 빠지게 된 연유도 딱히 모르겠다. 원래 사랑은 별 것 없는 계기로 시작되는 거라지만. 하지만 일단 그 둘의 사랑을 큰 마음으로 품고 보면 영화의 절정에 이르러서는 아...하고 탄복하게 되는 힘이 있는 작품인 것 같다. 

 

연기자들을 말하자면, 탕웨이의 연기와 미모는 10점만점에 11점, 박해일은 8점 정도? 탕웨이는 이 영화에서 대체불가인 것 같고, 생각보다 훨씬 연기를 잘 하는 사람인 것 같다. 박해일은 '인어공주' 시절의 그 해사한 모습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지만 여전히 그만의 매력은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고경표는 출연하는지 모르고 봤는데 딱 적역을 맡은 것 같다. 딱히 팬은 아니지만 필모를 잘 쌓아서 이런 명감독의 영화에도 다 나오다니 괜히 내가 다 뿌듯하고 그랬다. 박용우도 비슷한 감정으로 그냥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까메오로 나온 박정민은 반대로 모르고 봤으면 더 깜짝 놀랐을텐데 영화보기 전날 예고편 비슷한 걸 보고 나온다는 걸 알아서 약간 김이 샜다. 짧은 출연이었지만 확실히 존재감이 있는 것 같다. 이정현은 이 영화 하나만으로 평가하긴 그렇고 다른 출연작도 봐야 그녀의 진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김신영은 굳이 왜 캐스팅을 했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코메디 연기를 엄청 잘 한다는 것은 알고 있고 그 자리에 있을 때 더 빛나지 않을까 싶다. 

 

이런 저런 이유에도 불구하고 영화관에서 큰 스크린으로 감상할 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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