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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도서후기, 문화생활

뒷북으로 오징어 게임 감상한 후기 외

by 아님말지머 2022. 9. 30.

난 너무 잘나가는 드라마나 영화는 안 보고 싶은 삐딱한 습성이 있다. 그래서 오징어 게임도 여지껏 안 보고 있다가 에미상 수상까지 했다는 소식을 듣고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봤는데 어라? 생각보다 재밌네? 잔인한 게 싫어서 안 본 것도 있는데 잠깐 시선을 돌리면 해결되는 문제여서 그럭저럭 잘 볼 수 있었다. 좀 늘어지는 부분이 있어서 9화 때는 급기야 1.5배속 재생을 하고 말았고, 위하준과 이병헌 서사가 부족한 게 좀 아쉬웠지만, 시즌2를 위한 포석이라고 생각하니 너그럽게 봐주게 됐다. 역시 백미는 게임 장면이었는데 이정재팀이 이길 줄 뻔히 다 알면서도 서스펜스(특히 줄다리기)가 유지된 점이 좋았다. 그리고 외국인들 눈에는 우리나라 놀이문화가 되게 신선하게 다가왔겠다 싶어서 오징어 게임 열풍이 이해가 됐다. 깊이 있는 작품은 아니었지만 나름 사회문제도 담아내려고 노력했고, 이 정도면 꽤 잘 만든 드라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많이 보는 이유는 다 있으니 괜히 편견을 가지고 심드렁하게 있을 필요는 없겠다는게 결론이다.

연기자들을 보면, 이정재는 망가짐을 불사하고 호연을 해서 이만한 화제작을 이끌어가는 주연으로서 세계적인 시상식의 주인공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정호연은 발연기를 했네 어쨌네 해서 기대도 안 했는데 생각보다는 역할을 잘 소화해냈고 무엇보다 마스크와 눈빛이 인상적이어서 차기작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았다. 박해수도 잘 했는데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은 것 같아 아쉽다. 한미녀 역의 김주령 연기는...감독이 디렉팅을 그렇게 준 거겠지? 에너지를 쪼금만 덜어냈어도 좋았을 것 같다. 오일남, 알리 등 나머지 출연자들의 연기도 다 좋았다.




장강명의 '재수사'를 한 숨에 다 읽고-오랜만에 읽은 추리소설인데 상당히 재미있었으나 완성도는 기대에 못 미친-탄력을 받아서 독서를 하고자 책 쇼핑을 했더랬다.


오랜만에 책 쇼핑 외 (tistory.com)

 

오랜만에 책 쇼핑 외

가을의 세계문학 + 찻잔세트.접시.우양산(대상도서 포함 소설/시/희곡 2만원 이상 구매 시) : 알라딘 (aladin.co.kr) 가을의 세계문학 + 찻잔세트.접시.우양산(대상도서 포함 소설/시/희곡 2만원 이상

animmalgu.tistory.com

 

첫번째 타자는 표지가 아름다운 '패배의 신호'였다.

 

다 읽은 소감-이렇게 집중이 안되는 책은 진짜 오랜만이다. 원래 잡다한 생각으로 뇌가 가득찼기 때문에 책을 읽다가 딴 생각 하는건 일도 아니지만 이 책처럼 한두 문장 읽고 계속 딴 짓하게 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 원인 중 하나가 등장인물들 이름이 머리에 제대로 박히지 않아서였다. 최근 몇 년간 한국문학만 접하다가 외국 소설을 읽으니 이름이 왜 이리 헷갈리던지. 샤를, 루실, 디안, 앙투안...누가 누구의 애인이고 바람상대인지 매치가 안되고 있는데 클레르와 조니까지 등장하게 되자 머리속이 뒤죽박죽이었다. 루실과 앙투안이 본격적으로 연애행각을 벌이고 나서야 주인공들의 관계가 머리에 입력됐다. 이건 내 주의 집중력이 안 좋은 탓이기 때문에 이 책을 탓할 수도 없다. 되게 단순한 내용이라 어려울 것도 없는데 나의 끝없는 공상(책과 관련도 없는)과 이 책에 집중하기 위한 노력간에 사투를 벌인 끝에 책을 다 읽을 수 있었다. 분명 제대로 읽지 않은 부분도 많기 때문에 바로 재독을 할 예정이다. 이 책을 보기전에는 인간 심리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이 있길 기대했는데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다시 읽으면 또 다르게 보이려나.

p.s 책표지가 찍혀와서 교환을 받았는데, 이번엔 책 내부에 문제가 있었다. 책 안에 있는 북마크용 줄을 따라 선명하게 자국이 나 있는게 아닌가? 내가 졌다, 졌어. 그냥 이대로 살래.

 

 

재독 후기)

딴 생각하느라 놓친 부분이 많았던 초반~중후반부까지 다시 읽은 결과, 위에 남긴 감상평을 수정해야할 것 같다. 인간 심리에 대한 분석은 충분히 날카로웠으며, 세심했다. 특히 앙투안이 디안에게 이별을 고하는 장면은 감탄이 나왔다. 그중에서도 앙투안이 루실을 사랑한다는 말을 내뱉고, 그말을 들은 디안에 대한 묘사가 가장 좋았다.

 

디안이 눈을 내리깔았다. 그녀의 핸드백 위쪽이 살짝 뜯겨 있었다. 그녀는 이 찟긴 흔적에서 고집스레 눈을 떼지 않으며 오직 그것만을 보았고, 그것에 정신을 집중하려 노력했다. "언제 이랬지?" 그녀는 기다렸다. 심장이 다시 박동하기를, 햇빛이 환하게 쏟아지기를, 무엇이 됐든 전화든 핵폭탄이든 거리에서 들려오는 고함이든, 그녀의 소리없는 비명을 덮을 무언가를 기다렸다.

 

이 사랑놀음의 최종승자는 결국 샤를인건가? 그러나 그것도 루실이 샤를에게 온전히 마음을 내주는 순간, 샤를의 애정도 끝날테니 아무 의미없는 승리가 될 것이다. 결혼까지 했으니 결과는 불보듯 뻔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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