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는 영화를 볼 때 한번은 딴 짓 하면서 대충 보고, 다시 볼때야 비로소 집중하는 게 하나의 패턴이 되었다. 집중력이 약해진 탓에 영화 한편 보는데 시간을 들여야하지만 반복해서 보면 새롭게 눈에 띄는 부분도 있는 등 나름 이점도 있다.
젠틀맨
가이리치 감독의 초기작인 록스탁앤투스모킹배럴즈와 스내치를 재밌게 봤었던 사람으로서 비슷한 분위기가 난다고 하기에 반가운 마음에 감상을 했다. 그런데 대사량이 많아서 가뜩이나 내용을 쫓아가기 힘든 마당에, 남자 주인공들이 죄다 수염을 덮수룩하게 기르고 나와서 처음엔 누가 누군지 구분이 안 됐다. 가장 말이 많은 저 사람은 휴 그랜트랑 꽤 닮았네..싶었는데 내가 아는 그 휴 그랜트가 맞았다(충격). 두 번을 연속으로 보고나서 아..하고 깨달았고 꽤 재밌게 봤지만 앞서 언급한 가이리치의 두 작품들 보다는 덜 재밌었다. 셜록홈즈보다는 백만배 재밌고.
콰이어트 플레이스
최근에 봤었던 '호텔 뭄바이'와 더불어 처음부터 몰입 가능했던 영화였다. 두 영화 모두 시작과 동시에 본론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단순한 내용이지만 흡인력 있는 연출이 좋았고, 군더더기 없이 직진하는 영화라 마음에 들었다. 아빠가 아이들을 위해 희생하는 장면이 신파로 느껴지지 않고 큰 울림을 줄 수 있었던 이유도 좋은 연출의 힘인 것 같다. 얼굴만 보고만 있어도 같이 겁에 질리게 만드는 에밀리 브론트의 표정연기와 더불어 첫째 딸로 나온 밀리센트 시몬스의 눈빛이 인상적이었다.
겟아웃
신선한 공포영화라 하길래 기대하고 봤는데 공포영화라기보다 인종차별에 대한 메세지가 더 크게 다가오는 영화였다. 공포영화를 잘 안봐서 신선한 것 까지는 분간할 수 없으나 독특한 분위기의 영화인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여자친구 집의 관리인 역할을 한 연기자들, 특히 가정부의 표정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킬링디어
보는 내내 귀를 갉아대는 듯한 날카로운 사운드와 베리 케오간의 반쯤 넋이 나간 것 같은 연기(잘 한다는 소리)가 맞물려 굉장히 이질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영화다. 난 겟아웃보다는 이쪽이 더 공포스러웠다. 엄마고 아이고 간에 다들 자기가 살아남겠다고 스티븐에게 잘 보이려는 노력들이 애잔했다. 그들중 가장 어리고 속세에 덜 물들은 아들내미만 불쌍할 뿐이다.
더 랍스터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킬링디어에 앞서 만든 작품인데 이 영화가 내 취향에 더 가까웠다. 여자주인공을 장님으로 만든다는 설정을 얼핏 듣고 절대 안봐야지 했는데 생각보다 그렇게 잔인한 장면은 없었다. 가장 잔인했던 장면은 호텔방에서 뛰어내린 여자가 한번에 안죽고 서서히 죽어가면서 비명을 지르는 장면이었다. 으으...호텔안에서는 일정기간안에 커플이 못되면 동물로 변하고, 밖에서는 반대로 커플이 되면 처절한 응징을 당한다는 황당한 설정안에서 벌어지는 일들 때문에 웃음이 픽픽 나오는데 냉혹한 내용과는 달리 화면은 참 예쁘다. 이 영화의 가장 백미는 뭐니뭐니 해도 호텔직원이 '솔로들이 듣기 좋은 장르'인 일렉트로닉스 음악에 맞춰 예사롭지않은 춤사위를 선보이는 장면이었다.
'번외 > 도서후기, 문화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뮤지컬 '반짝반짝 캐치티니핑' (0) | 2022.01.15 |
---|---|
도서 '예쁜 쓰레기에 진심입니다' (0) | 2021.05.10 |
애니메이션 보기 (0) | 2021.01.11 |
영화 '세븐' (0) | 2020.11.18 |
영화 '프리즈너스' 외 (2) | 2020.10.2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