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도에 개봉한 영화인데 내가 처음 본 시기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99년이나 2000년대 초반이었을 것이다. '조블랙의 사랑'을 보고 브래드 피트한테 빠져서 출연작들을 다 보았던 기억은 어렴풋이 나기 때문이다. 그 당시 스내치나 파이트클럽을 재밌게 봤었던 기억도 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세븐'에 대한 기억은 주연배우와 마지막 시퀀스에 등장한 택배상자와, 브래드 피트가 오열하던 모습 등이다. 이번에 다시 넷플릭스를 통해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아니 이렇게 강렬한 영화인데 어쩜 기억이 하나도 안 날 수가 있을까? 였다. 당장 기억나지는 않아도 '아 맞다 저런 장면이 있었지!'라고 깨닫거나 피해자들이 잔혹하게 살해당한 모습을 한가지라도 떠올릴 법도 한데 말이다. 아니면 거의 막바지에 갑작스럽게 등장한 범인의 모습이라도 말이다. 기억이 안 나는 이유 중 여러 가설을 세워보았는데 가장 유력한 이유는 브래드 피트의 얼굴에 집중하느라 스토리를 놓친 게 아니었을까 싶다. 당시 브래드 피트의 적수는 아무도 없을 것 같다.
다른 배우들을 얘기하자면 모건프리먼과 케빈 스페이시는 내가 좋아‘했던’ 배우였다. 그러나 지금은 내가 가장 아끼는 영화중의 하나인 ‘쇼생크탈출’과 ‘유주얼 서스펙트’에 똥칠을 한 성추행범일 뿐....둘다 연기력으로 날렸던 배우인만큼 명작에 많이도 출연했는데 다시 복습하자니 께름칙한 마음이 든다. 이 영화에서도 쓸데없이 연기를 잘 하는 것이 더 분노를 일으킨다. 브래드 피트의 아내역으로 나오는 기네스 펠트로의 젊은 시절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된달까.
다시 영화로 돌아가면, 이 영화의 미덕은 잔혹하게 살해당한 결과는 보여주지만 과정은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심신미약자들을 조금이나마 보호한다는 것이다. 굳이 자르고 써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지 않아도 충분히 범인의 잔인함을 설명해줄 수 있다라는 것을 알려주는 영화인 것 같다. 오래된 영화지만 지금봐도 충분히 재미있고 촌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작품이기도 하다. 엔딩 크래딧마저 독특하고 인상에 남는다.
이제 ‘시카리오: 암살자들의 도시’만 복습하고 당분간 범죄, 스릴러 장르는 접어야 할 것 같다. 어제 세븐을 반 정도 보고 잠들었더니 꿈에서 내가 키우는 오리 발이 잘려나간 모습이 나왔다. 보다 평화로운 꿈을 꾸기 위해 보다 말았던 ‘빌리 엘리어트’류의 영화를 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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