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후 영화관을 거의 가지 않다보니 영화 자체에 대한 관심이 저절로 사라졌었다. 정말 보고 싶은 작품이 개봉하면 1년에 한번 보는 정도? 그러다 얼마전 1917을 폰으로(!) 본 후, 갑자기 영화에 꽂혀 틈이 날때 마다 보고 있다.
최근 본 순서대로 영화평을 적어본다.
# 빅쇼트
넷플릭스에서 감상.
2016년 개봉작. 어떤 경로에서 제목을 들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재밌다는 얘기를 듣고 뒷북으로 봤다. '포드v페라리'나 '1917' 가 영화관에서 관람했었어야 했다면, 이 영화는 만약 극장에서 봤다면 눈물을 흘리면서 집에 돌아왔을 것 같다. 가뜩이나 영화 한편을 제대로 집중해서 보기 힘들어하는 타입인데 핑퐁처럼 이어지는 대사안에 생소한 경제용어들이 쏟아져나온다. "응? 뭐라고?" 하다보면 어느새 장면 전환... 그래서 한번은 그냥 대충보고 영화해석을 좀 찾아본 뒤에 두번째는 제대로 봤더니 그제서야 이해가 50%정도 됐다(...). 하지만 경제용어를 100% 이해하지 못해도 충분히 재밌던 영화였다. 배우들의 연기도 굿. 마크바움 역의 스티브카렐의 순도 100% 화내는 연기가 매우 감명깊었다.
#벌새
유플러스TV에서 마침 무료로 보여주길래 냉큼 감상.
주인공 은희는 영화의 시대적 배경인 1994년 당시 중2 학생으로, 나와 비슷한 또래의 이야기라 더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위에 오빠 한명만 있었고 엄마는 전업주부였기 때문에 언니, 오빠의 틈바구니에서 맞벌이 부모의 사랑을 갈구 하는 은희보다는 조금 나은 처지였던 것 같다. 하지만 은희는 일탈도 하고 남친도 사귀고 나름 재미있게 사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모범생이든 소위 '날라리(은희가 날라리로 불리는 건 좀 억울하지만)' 든 뜻하지 않게 찾아오는 관계의 단절로 인한 아픔은 다 동등하게 겪는 것 같다. 그런의미에서 이 영화의 명대사는 "언니 그건 1학기잖아요"가 아닐까.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감자전을 맛있게 먹고 있는 은희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는 엄마의 얼굴이었다. 무심한 듯 보이지만 그래도 막내딸을 자신의 방식으로 사랑하는 엄마의 모습이 잘 보였던 장면인 것 같다.
#포드v페라리
시리즈ON에서 감상.
전혀 관심없는 레이싱에 관한 얘기라 볼까말까 망설이다가 봤다. 영화가 시작되고 한시간 반가량은 지루~하게 보다가 르망24시간 레이스가 시작되자 집중할 수 있었다. 어처구니없는 경기결과에 화가 났다가 불의의 사고로 주인공이 허망하게 떠나는 장면에서는 멍~해졌다. 아무 생각없이 즐기면서 보는 오락영화인줄 알았는데 인생의 철학이 담긴 영화였다. 그런데 크리스찬 베일이 이렇게 연기를 잘 했던 배우였나? 나라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은 크리스찬 베일에게 줄 것 같은데 후보에도 안올랐었네. 흠.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넷플릭스에서 감상.
이 영화도 '포드v페라리'처럼 2/3는 딴짓하며 보다가 샤론테이트가 자신의 영화를 보며 관객들의 반응에 매우 흡족해하는 장면/ 아역배우와 릭달튼이 이야기를 나누던 씬/히피들이 있는 곳으로 클리프 부스가 가면서 요상한 분위기에 휩싸이던 순간/클라이막스 부분만 집중해서 봤다. 1960년대 미국 분위기를 잘 재현-했는지 나는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한 것 같고 그당시 소품들을 보는 재미도 있어서 시간이 되면 다시 볼 생각이다. 이 영화를 보기전에는 '샤론테이트'사건을 알고 봐야한다기에 찾아봤는데..아..정말 끔찍한 그 사건과 대조적으로 영화에서 그려내는 샤론 테이트의 모습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더욱 안타까움이 남았다. 실제 사건과는 다르게 진행되는 마지막 부분은 비극적인 최후를 맞은 아까운 배우에게 바치는 감독의 선물같다고 느껴졌다. 그나저나 화염방사기가 너무 탐이 난다. 지금도 한방씩 쏴주고 싶은 인간같지 않은 인간들이 수두룩 한데.
#결혼이야기
넷플릭스에서 감상.
다 필요없고 막바지에 두 주인공이 피터지게 싸우는 장면만으로도 이 영화를 볼 가치가 충분했다. 두 사람은 화면에서 열심히 말로 패고 맞고 하는 동안 나는 입이 찢어져라 웃고 있었다. 전혀 코믹스러운 장면도 아니고 내가 싸이코패스도 아니지만 말이다. 부부싸움중에 상대방에게 큰 타격이 될 만한 말을 던지는데 성공하면 그것만큼 짜릿한게 없다.
#남산의 부장들
넷플릭스에서 감상.
이 영화를 보면서 네이버 네티즌/관람객 평점에 의구심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면 나와 보는 관점이 다른 사람들이 많은 것인지. 줄거리야 실제 사건을 각색해서 만든 것이라 큰 기대는 없었지만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은 상당히 기대했으나 어쩐지 다들 삐걱거리는 것 같았다. 같은 근현대사를 다루고 수많은 배우들이 줄줄이 나왔던 '1987'은 누구하나 튀는 사람없이 영화에 잘 녹아있었는데 이 영화는 정말 모를이었다. 이병헌은 여전히 자기몫을 하는 것 같지만 그마저도 딱히 인상에 남지 않았다.
#1917
시리즈ON에서 감상.
전쟁영화라면 절래저래 하지만 이 영화는 전쟁장면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길래 보았다. 영화를 보고나서는 큰 화면으로 보지 못한게 못내 아쉬웠다. 처음에는 스코필드가 손도 다치고 죽을 뻔한 위기에 처하길래 다른 씩씩한 군인(블레이크)이 혼자 살아남겠거니 했는데 왠걸? 비리비리 하던 병사가 꿋꿋히 살아남는 게 아닌가. 이제와서 포스터를 보니 영락없이 조지 맥케이가 주인공이네?? 난 역시 헛다리를 잘 짚는다. 줄거리만 보자면 별 내용이 없는 것 같은데 롱테이크 기법으로 촬영한 영화라 거의 끊임없이 쭉 이어져보이는게 신기해서 대체 어떻게 촬영한 걸까 유심히 보다보니 어느새 영화가 끝나가고 있었다. 낯익은 배우들이 잠깐씩 등장하는 것도 반가웠고, 기대이상으로 재미있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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