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끼를 뜨기 시작한 게 11월 초였으니 거의 두 달 만에 완성했다. 그 사이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서 아예 손도 못 대거나 한 두줄 뜬 날이 거의 2~3주가량 되니 작업 시간은 대략 5주 정도 걸린 것 같다. 특히 11월 말에는 '과연 내가 올해를 넘길 수 있을까?' ' 싶을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다(이 블로그에 언급한 적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건강염려증도 앓고 있다). 지금은 거의 원래 컨디션으로 돌아왔지만.
11월 중순경에 이만큼 떴었다. 4mm바늘이었지만 직전에 이미 같은 호수로 가디건을 만든 경험이 있어서인지 늦게 자란다는 느낌은 못 받았다. 80cm 케이블만 집에 6개가 있다 보니 뒤판과 양쪽 어깨 늘림 작업 후 코를 쉬게 하면서 따로 실에 안 빼고 그대로 둬도 돼서 너무 편했다. 역시 뜨개는 장비빨이야. 그런데 정신을 또 어디다 뒀는지 몸통 늘리기를 시작하려니 뫼비우스 띠가 돼버려서 멘붕에 빠졌다. 어쩔 수 없이 한 코씩 거슬러 올라가서 분리작업 직전까지 돌아가는데 성공, 다시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몸통 뜨기 작업에 돌입할 수 있었다.
내 수준에는 이해 할 수 있는 부분이 20% 정도밖에 되지 않았던 '눈물 없는 뜨개'. 뜨개고수의 뜨개라이프가 담긴 에세이인줄 알고 샀더니 본격적인 뜨개 기법서에 더 가까워서 당황했다. 하지만 중간중간 유머러스한 멘트들이 있어서 크게 지루하진 않았다(모르는 부분은 그냥 대충 넘기기도 했고). 이 뜨개의 신과 나의 유일한 공통점은 안뜨기를 싫어한다는 것. 무한 겉 뜨기를 했던 몸통 뜨기 부분보다 겉 뜨기와 안뜨기를 번갈아가며 떠야 하는 고무 뜨기를 할 때 훨씬 시간이 더디게 흘렀다. 도안에서는 몸통 부분 고무 뜨기 길이가 7cm로 나와있는데 난 6cm만 떴다. 1cm만 더 뜨다가는 숨이 넘어갈 것 같기도 하고 고무단이 너무 긴 건 안 예뻐보이기 때문이다.
울세제로 세탁을 했는데 생각보다 코가 고르게 보이지 않아서 약간 당황했다. 물기가 마르고 스팀을 한번 쏴줬더니 그나마 좀 나아보인다. 브이넥 가운데 부분이 도안에 나온 완성작과는 달라서 2차 당황. 원래는 내가 입으려고 했는데 나한테는 좀 작고 딸내미한테는 여유 있게 맞아서 아이가 입을 예정이다. 한파인 날을 제외하고는 겨울~초봄까지는 입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로써 대바늘로 옷을 3벌 완성했는데 이제 조금 감이 왔다. 3벌만 더 연습하면 제대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ㅋㅋㅋ. 뜻하지 않게 긴 작업이 돼서 이 다음번에는 가볍게 모자를 뜨고, 옷은 그다음에 뜰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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