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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푸념

나는 숨바꼭질을 저주한다

by 아님말지머 2019. 1. 29.

왜 딸내미는 퍼즐맞추기, 블록쌓기, 색칠하기, 인형옷입히기, 스티커 붙이기, 미로찾기 등등 수많은 놀이를 제치고 하필 숨바꼭질에 꽂혀서 이 게으른 에미를 힘들게 하는 것일까.

 

"엄마 나 어디 숨었나 찾아~봐~~" "거실에 갔다가 안방에 와서 찾아봐" "경찰아저씨한테 어딨나 물어봐" 등등 구체적인 디렉션도 빼먹지 않는다. 자신이 기획한 내용과 한치의 어긋남이 없어야 하며, 대사도 전달한 그대로 말해야한다. 난 바닥에 누워서 "엄마는 움직일 수가 없어"라고 말해보지만 딸내미는 발을 동동구르며 안해주면 나쁜 엄마라는 생각이 들도록 죄책감을 불어넣는다. 5번 조르면 한번 해줄까말까 하는데도 매번 포기하지않고 끈질기게 숨바꼭질을 유도한다. 차라리 하루 왠종일 숨바꼭질을 해서 질리도록 해버릴까?

 

물론 숨바꼭질이 나에게 너무너무 재미없는 놀이라 하기 싫은 것도 있지만, 체력만 받춰졌어도 좀더 흔쾌히 받아줬을것 같다. 하지만 난 이제 바닥과 한몸이 되어가고 있다. 부질없는 생각이지만 내가 딸을 20대 초반에 낳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커가는 요즘이다. 뭐랄까, 이제 '(망할놈의) 한국나이'로 40줄에 접어들다보니 이제 나는 점점 죽어가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는데 반대로 딸아이는 점점 체력도 좋아지고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성장곡선이 서로 반대방향으로 향하고 있는 셈이다. 내가 20대 엄마라면 같이 성장하는 맛이 있을텐데, 실제의 나는 무병장수하여 딸내미 환갑까지 목숨을 보전하는 것이 소원인 늙은 엄마일 뿐이다. 최소 30대 초반에 낳았더라면...물론 애들 둘셋도 거뜬하게 돌보는 40대 엄마들도 있을 것이다. 결국 체력이 문제다, 라는 것이 지난 4년동안 육아를 하며 내린 결론이다. 저녁마다 울컥울컥 치솟는 짜증을 잠재울 수 있는 것은 아이가 잘 따라주는 지 여부보다는 나의 체력탓이 크다는 생각이다. 똑같이 진상을 부려도 컨디션을 좋을때는 좋게좋게 타이르는데 그렇지 않을때는 히스테리를 부리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이제는 운동을 시작할 때가 온 것 같다.

 

라고 생각하기가 무섭게 갑자기 허리가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척추도 휘고, 골반도 틀어지고, 허리디스크쪽 간격이 좁아졌으니 도수치료를 받으란다. 척추가 곧은 사람이 있긴 있어? 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이왕 이렇게 멍석이 깔아졌으니 도수치료를 기점으로 운동을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문제는 2월 봄방학과 3월 새학기 시즌인데,,,그래 역시 시작은 4월부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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