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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

스마일게 키우기

by 아님말지머 2024. 6. 14.

 
강아지, 고양이, 새, 토끼, 원숭이 등등 모든 동물 이름을 대며 반려동물을 키우자고 조르는 아이의 말에 귀에서 피가 나올 때쯤, 그나마 제일 키우기 간단해 보이는 스마일게를 키우기로 했다. '스마일게 키우기' 세트를 주문하니, 플라스틱 통, 장식용 돌, 먹이 한 병과 함께 스마일게 암수 한 쌍이 왔다. 
 
 
 
 
 

 
이 둘은 곧 저렇게 뚜껑 부분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아마도 탈출을 시도하는 듯했다. 
 
 
 
 

 

요즘은 보기 힘든 둘이 동시에 활발히 움직이는 모습

 
 
 
 

 

사료를 한 알씩 먹는 모습.
이때만 해도 사료는 몽땅 수컷차지였다. 
 

 
 

 
이게 전용사료인데 생선비린내가 폴폴 난다. 설명서에는 오전 오후 나눠서 사료 5개씩을 주라고 하는데 어느 놈이 5개를 먹는지 10개를 먹는지 알 수도 없고 한 알의 크기가 매우 작아서 5개를 집어내는 것도 일이라 그냥 대충 뚜껑에 살살 덜어낸다. 설마 10개 한번에 먹는다고 배 터져 죽겠어?(실제로 아직까지 멀쩡했다). 
 
 

 

바나나를 시식하는 모습. 

 
 
 
스마일게는 잡식성이라 과일, 채소, 빵부스러기를 줘도 된다고 한다. 우리는 아침에 항상 과일을 먹기 때문에 부드러운 바나나 혹은 키위를 조금씩 잘라서 주고 있다. 주로 어느 한놈이 사료를 다 먹어버리기 때문에 하루에 한 번은 두고두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주는 것이 나은 것 같다. 
 
 

 
기존 통이 너무 작은 것 같아서 다이소에 가서 채집함 중에 가장 큰 걸 샀는데 사실 많이 차이가 나진 않는다. 스마일게 특성상 숨어있는 것을 좋아한다기에 수초와 드럼통 같은 것도 사서 넣어줬다. 근데 전용 수조가 아니다 보니 바닥에 단차가 없어서 집에 있는 도자기 재질의 통을 넣고 그 위에 먹이통을 올려두었다. 
 
 
 
 
 

 
처음 우리집에 온날부터 수조를 바꾼 지 얼마 안 됐을 때까지는 주로 수컷이 많이 움직이고 밥도 거의 혼자 다 먹는 것 같았다. 암컷은 누가 가까이 가기만 해도 혼비백산해서 도망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상황은 역전돼서 수컷은 거의 가만히 있고 암컷이 나대기 시작했다. 저녁에 배식하는 사료도 홀랑 다 먹어버렸다.
 
 

 
먹이그릇이 하나라서 한놈이 다 먹어버리는구나 싶어 작년에 만들었던 도자기 그릇을 넣었더니 수컷 애착그릇이 되어버렸다. 야행성이라 낮에는 거의 안 움직이기는 하는데 암컷은 그래도 드문드문 돌아다니지만 쟤는 정말 건드리지 않는 이상 꿈쩍도 하지 않아서 처음엔 죽은 줄 알았다. 
 
 

 
벌써 탈피를 준비하나 싶어 며칠을 두고 봤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밤에는 좀 움직이긴 하는데 낮에는 여전히 저 그릇에 들어가 있다. 우리가 자는 동안 춤이라도 추는 건가. 
 
 
 
물고기를 안 키우는 이유가 수조 닦기+물 갈아주기가 귀찮아서였는데 스마일게도 마찬가지일 거라는 생각을 왜 못했을까?? 수조가 작아서 만만하게 봤나 보다. 최소한 3일에 한 번씩은 물도 갈아주고 해야 하는데 가장 큰 일거리는 두 게들을 다른 통에 옮기는 것이다. 이놈들이 어찌나 빠른지 암놈은 특히나 쏜살같이 도망쳐서 한 번에 잡히는 법이 없다. 처음에는 무서워서 제대로 만지지도 못했는데 몇 번 해보고 이력이 나서 금방 잡긴 하지만 기빨리기는 마찬가지다. 두 번째는 수조와 나머지 장식품들을 닦는 건데 이것들도 동물이라 똥을 싸대서 결국 똥 싼 물을 갈아주는 것과 같다. 에휴 비위상해...다행히 냄새는 거의 안 나고 사료에서만 생선비린내가 난다. 
 
이 둘을 키우는데 회의감이 드는 가장 큰 이유. 아무리 오랜기간동안 키워도 주인을 알아보는 게 아니라 매번 도망가기 바쁘다는 것이다. 적인지 주인인지...밥 챙겨주고 물 갈아줘도 큰 보람이 없는 이유다. 딸내미한테는 조만간 갯벌에 방생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키우자고 한 게 누군데 뒤치다꺼리는 내가 다 하고ㅠㅠ. 일단 탈피하는 것까지 보고 결정하련다.
 

+영상 추가


오랜만에 활발해진 수컷. 카메라를 의식하기 때문에 다 담아내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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