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었다면 쌍수를 들고 환영했을 6일 연휴였지만, 삼시 세 끼를 챙겨야 되는 지금은 그다지 반갑지만은 않은 연휴였다. 거기다 생각지도 못한 나와 아이의 감기까지 들이닥쳤다면???
연휴 첫날은 아이의 미열로 시작됐다. 추석당일날은 38도가 넘었고 대기자로 미어터지는 연중무휴 소아과로 가서 진료를 받았다. 명절에도 진료를 해주는 의사 선생님께 속으로 무한 감사를 드리며. 진찰결과 목이 살짝 부은 정도고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그날 밤에는 39도까지 열이 올랐다가 다다음날엔 완전히 열이 내려갔다. 대신 전부터 안 좋았던 장이 다시 탈이 나서 이틀 후에 장염약을 타러 다시 병원에 가야 했다. 시댁방문은 자연히 물 건너갔고 명절 이후 계획했던 외출은 하나 빼고 다 취소했다.
그리고 나. 명절당일부터 미지근한 감기증상이 시작됐고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증상이 이어지고 있다. 미지근한 감기증상이란 약간의 미열과 약간의 몸살끼, 약 먹기도 애매한 목 통증, 가끔 오는 코막힘 정도다. 미열만 없으면 괜찮을 것 같은데 생리주기가 막바지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정상체온을 못 찾고 있다. 한마디로 어디가서 나 아프다고 말할 정도는 아닌데 아픈 건 맞는, 아픈 사람만 억울한 정도다.
외출계획이 거의 다 취소된 덕분에 시간은 남아도는데 뜨개를 할 실이 없어서(사실 양말 실이 있는데 애써 외면하고 있다) 뜨개 금단증상에 시달려야했다. 명절을 맞이하여 각종 뜨개 사이트에서는 세일을 하고 있었고 나는 바늘이야기에서 모니머니를 털어 다음과 같이 주문했다.
매번 나와 친구가방만 떠 제껴서 양심상 아이한테 필통을 떠줄까? 했고 아이는 오케이를 외쳤다. 그런데 동영상이 없어서 자신이 없다... 쨍한 색상이 예쁘다고 계속 어필을 했지만 내 말을 들을 턱이 없는 아이는 연한 핑크색상을 골랐다. 때 탈 텐데 ㅠㅠ. 코튼 10은 가을에 가지고 다닐 가방을 만들 용도로 샀고, 랜턴문 조립식 바늘용 케이블은 전에 썼던 고정형이 불편해서 회전형으로 새로 주문했다. 그런데 나 왜 밀티단추를 10개나 샀지?? 원래 5개를 담았는데 나중에 또 담았나 보다. 내가 미쳐부러. 에어리코튼 실도 궁금해서 패키지를 한번 사보았다. 패키지는 세일을 안 해서 도안만 따로 구매하려다 패키지 가격이나 따로 사나 가격이 비슷해서 그냥 패키지로 샀다.
사실 가장 사고 싶었던 패키지는 이건데, 내 실력으로 이 비싼 실을 썼다간 고급 홈웨어만 만들 것 같아서 다음을 기약했다. 에이프릴 가디건 도안은 따로 사서 저렴한 실로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
손이 심심해서 오랜만에 아크릴물감으로 컬러링을 했다. 채색할 땐 몰랐는데 사진을 보니 잎 줄기 묘사를 엉망으로 해놨다. 드로잉 책도 새로 구매했었는데 그림은 언제 그리고 뜨개는 언제 다 할지 모르겠다.
연휴 동안 금방 다 읽겠다고 호언장담했던 책. 막상 읽어보니 휙휙 읽을만한 책이 아니라 조금씩 아껴 읽고 싶은 책이었다. 그래서 아직도 다 읽지 못했단 얘기.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동네는 아마도 내가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곳 같은데 작가가 섬세하게 묘사한 글을 읽고 있자니 내 눈앞에 그 전경이 생생하게 펼쳐지는 것 같다. 그리고 참 좋은 제목이다.
책 제목과는 달리 나는 가을을 타는 관계로 우울한 상태다. 솔직히 말하자면 몹시 외롭다. 어느 집단에 소속되지 않으면 해소되지 않을 외로움이어서 아마 당분간은 우울모드로 지낼 것 같다. 가라 앉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새 또 비집고 들어온다. 비실거리는 몸뚱이와 그에 못지 않은 마음을 잘 달래가며 이 계절을 버텨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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