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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푸념

기약없는 방학을 보내는 방법

by 아님말지머 2020. 4. 22.

2월 마지막주부터 아이와 24시간 붙어있은지 어느덧 두달이 다 되어가고 있다. 체감은 한 8개월 정도 된 기분이다. 가장 어려운 점은 깊게 생각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낮에는 초 단위로 말을 거는 아이한테 대답을 해야하기에 생각이 끊기기 일쑤이니 혼자 생각에 잠길 수 있는 시간은 아이가 잠든 시간뿐. 하지만 아이가 9시 반~10시 사이에 잠들고 나는 11시~11시 반쯤 잠드는데(평소보다 1시간 늦게 자고 있음) 그 시간에는 누워서 밀린 영상 감상 및 인터넷 서핑을 해야하므로 뭔가를 골똘히 생각할 겨를이 없다(매우 소듕한 시간임). 때마침 회사상황이 파도처럼 다이내믹하게 돌아가고 있는데 기막혀 할 틈이 없다는 것이 참으로 애석하다.

 

아무튼 기나긴 하루를 어떻게든 때워야하는데 아이와는 만화시청 및 색연필로 그림그리기 외에 대략 아래와 같은 활동을 하는 중이다(더 정확히 얘기하면 하라고 던져주고 난 딴일을 하고 있다).

 

 

'1인용' 보드게임. 1인용인게 중요하다. 이것도 결국 같이 하자고 조르긴 하지만, 다만 몇 분이라도 아이가 혼자 놀 수 있기에 만족하는 아이템이다. 현재 6세인 아이에게 빨간모자는 좀 쉬운 편이고, 유령사냥은 힌트가 주어진 40번대까지는 수월하게 하나 50번대는 그날그날 결과가 다르다. 다른 보드게임을 사달라고 조르고 있지만 유령사냥을 다 돌파해야 사준다고 말해줬다. 50번대는 나한테도 좀 어렵다.

 

 

 

 

 

 

 

 

한글을 떼주고 싶은 원대한 야망이 있지만 각잡고 공부할라치면 질색팔색을 하는 아이에 맞춰 마련한 차선책. 6세 누리과정과 지능개발은 한글을 알아야 혼자 풀 수 있는 문제가 대다수라 옆에서 같이 봐줘야 한다. 미로탐험은 난이도가 6세에게는 살짝 쉬운 편이다. 마지막에 있는 '머리쓰는 찾기 책'은 '다른그림찾기, 보기에 있는 그림찾기, 미로찾기' 등이 다양하게 있어 가장 흥미를 보이는 책이다. '해적의 보물찾기'를 거의 끝내고 사준 것이 사진에 있는 '몬스터 찾기'.

 

 

 

 

 

하루에 두번정도 물감으로 그림그리고 색칠하기를 하는데 종이가 금방 동나서 아예 대량으로 구매했다.

 

 

 

 

 

 

가위질도 하고 풀로 붙여 만들기도 할 수 있는 책. 아직 가위질이 서툴러서 갈기갈기 찢어지기 일쑤이지만 그러려니 하고 마음을 내려놓으면 된다. 하지만 처음 만들때만 잘 가지고 놀고 하루만 지나면 방 여기저기를 굴러다니는 결과물때문에 처치 곤란이기도 하다.

 

 

이외에 인형옷입히기 스티커 놀이, 트램폴린에서 공굴리고 쇼파로 뛰어내리기, 안방 침대에서 화장대로 공차서 내 화장품 쓰러트리기 등등을 주로 하고 있다. 최근에는 다시 블록놀이를 시작해서 블록으로 집안을 만든 다음, 인형을 나에게주고 놀아보라고 시키고 지켜보는 것을 좋아한다.

 

 

 

 

 

나의 개별일과로 말할 것 같으면,

 

 

친구가 보내준 버섯키우기 키트. 처음에는 하얀 배지만 있었는데 같이 들어있는 상자에 물을 반컵정도 부어서 촉촉함을 유지해주면 며칠 사이에 저렇게 버섯이 올라온다. 이삼일쯤 더 지나면 따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작년 가을 강원도 아기동물농장에서 받은 다육이(호랑이발톱 바위솔인듯)가  잘 자라고 있다(내기준 잘 자라고 있다=안 죽었다). 우리집에 있는 식물들은 자의로 들여온 건 없고 모두 반강제(...)로 키우게 됐다는 것이 함정이다. 얼마전에는 유치원에서 식물키우기 미션을 주었는데 라벤더 씨앗을 심은지 열흘이 넘었는데도 싹을 틔울 기미가 안보여 다시 레몬밤 키우기 키트를 산 순간 치명적인 실수를 했음을 깨달았다. 처음에는 부드러운 배양토에 씨앗을 뿌려야하는데 다육이 분갈이 할때 사용하고 남은 거친 흙에 심었으니 싹이 안 나올 수 밖에. 부디 레몬밤은 싹이 무사히 나올 수 있기를 바란다.

 

 

 

 

 

반강제로 키우기 원조인 커리플랜트. 어린이집에서 부활절 선물로 준 것인데 2018년 봄부터 키워서 벌써 두번의 겨울을 견뎠으며 작년 여름에는 꽃도 피웠다. 저렇게 쑥 자란 줄기끝에 노란 꽃봉오리가 맻힌다. 작년에는 훨씬 풍성했는데 가지치기를 해줘서 빈약해졌다. 우리집 베란다가 단열이 잘 안되서 인간이 살기에는 춥지만 식물이 자라기에는 통풍이 잘되서 꽤 좋은 장소인 것 같다(+남향이라는 이점). 식물들이 과습으로 죽는 경우가 많다고 해서 흙이 완전히 마를 때 한번 씩 물을 주는데 그때문인지 막 싱싱해보이지는 않는 것 같다.

 

 

 

 

 

방학동안 브라우니를 3번 구웠다. 처음에는 브라우니 믹스를 이용해 만들었는데 너무 달아서 인터넷에 달지않은 브라우니 레시피를 찾아 만들었다. 두번째 구운것은 버터를 레시피보다 덜 넣고 밀가루를 섞을때 많이 저어준 탓인지 퍽퍽한 질감이었는데 세번째 구울 때는 버터를 레시피대로 넣고 덜 저었더니 두번째보다는 촉촉하게 잘 나왔다. 견과류와 초코칩도 팍팍 넣어주었다.

 

 

 

앞으로는 또 무얼하며 보낼 것인가...아이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싶은 요즘이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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