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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푸념

육아일기

by 아님말지머 2021. 2. 10.

1.

 

언젠가 여기에 썼던 적이 있던 것 같은데, 밤이 되어 잠들기 직전이 되면 아이는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을 하나씩 고백하듯 들려줄 때가 있다. 며칠전에는 체육시간에 어떤 활동을 했는데 실수한 이야기를 꺼냈다. 체육이라하면 내가 또 할말이 많지. 이 엄마는 체육시간에 제대로 해냈던 게 없었단다. 운동신경이 거의 없다시피하고, 겁은 또 엄청 많아서 체육시간만 다가오면 심장이 벌렁거렸다. 뜀틀은 넘지못할 커다란 산이었고, 앞구르기를 하면 목뼈가 부러질 것 같고, 피구는 말해 무엇하랴. 나에겐 세계 최고 위험한 스포츠였다. 엄마가 오래달리기 빼고 잘하는게 없었다는 말을 듣고 약간의 위안을 받은 것 같았다. 나는 꿈에도 못꿀 '서서 그네타기'와 '철봉에서 거꾸로 매달리기'를 곧잘 하는 딸내미라 체육은 걱정없겠구나 했는데 해보지 않았던 활동을 할 때 실수를 몇 번 해서 나름 스트레스를 받았나보다. 많은 아이들이 그렇듯 딸내미는 게임에서 지면 큰일 나는 줄 알고, 실패를 하는 걸 엄청 분해한다.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좀 누그러지고 있는 것 같긴하다. 얼마전 보드게임을 했을때 나한테 연속으로 져서 울고불고 하길래 이번엔 내가 졌을 때 일부러 오버해서 엄청 속상해하고 화내고 하는 모습을 보이자 뭔가 깨달았는지 그 이후부턴 좀 덜 원통해하고, 졌다고 속상해하는 나를 달래주었다. 사람은 역시 상대방 입장이 되봐야 안다.

 

 

2.

 

이것도 내 욕심이지만 아이가 되도록 여러명의 친구들과 같이 놀았으면 좋겠는 마음이 있다. 몇개월 전부터 어떤 친구와 단짝처럼 지낸다는 말을 선생님으로부터 들었을 때는 그냥 그런가보다 하며 지나갔는데, 다른 친구와 놀려고 하면 그 친구가 화낸다는 말을 들으니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다. 그냥 두루두루 여러친구와 함께 어울려 지냈으면 하는게 나의 바램이다. 마음에 맞는 단짝 친구와 지내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그 친구와 멀어지거나 이사를 하거나 등등 변수가 생겼을 때가 문제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녔던 시절에 같이 붙어다녔던 친구가 갑자기 퇴소하는 바람에 아이가 방황을 했던 걸 보기도 했고, 더 큰 부분은 사실 내가 학창시절에 좁디좁은 인간관계안에서 거의 단짝친구와 지낸 적이 많았고 그로인한 아픔을 겪었기 때문에 더 크게 걱정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앞으로 아이 앞에 펼쳐질 많은 다사다난 한 일들, 특히 친구관계에 관련한 일들을 내가 일일히 컨트롤 할 수도 없는 노릇이므로 아이가 그저 지혜롭게 잘 헤쳐나가길 바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안다. 벌써부터 감정이입하기에는 앞으로 갈 길이 멀다, 라고 나를 다독이고 있다. 그리고 당장 나도 아이로 인해 맺어졌던 주변인들이 하나둘 동네를 떠나가고 있어서 허전한 마음을 달랠 길이 없다. 부모님도 지방으로 내려가신다고 하니...더더욱 외로워지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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