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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푸념

아직은 때가 아닌가 보다

by 아님말지머 2020. 12. 18.

나는 어릴 때 사교육 안시켜!라고 굳은 마음을 가져도, 주변에서 서너군데씩 학원을 다닌다더라, 학습지를 시킨다더라 하는 소문이 들려오면 귀가 팔랑거릴 수 밖에 없는 것이 평범한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애 기저귀 갈아주고 젖병 물릴 때 생각하던 사교육과 입학이 코 앞으로 다가온 시기에 가지는 마음가짐이 다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남들보다 앞서가는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그저 뒤쳐지지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랄까? 그런데 또 선배맘들을 보면 첫째때나 이렇고 첫째 아이를 기르면서 시행착오를 거치고 사교육의 실제 효과를 몸소 체험한 바, 둘째들은 마냥 놀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영원히 한 아이만을 기르는 외동맘은 미리 경험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이기 때문에 스스로 마음을 다잡을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결론인즉슨, 진도를 나간다기보다 책상앞에 앉아있는 버릇을 들이기 위해 문제집을 풀리기 시작했다. 라고 했지만, 막상 눈 앞에 답이 있는 문제를 보며 헤매이는 아이를 보면 가슴을 칠 수 밖에 없는 것이 인간의 한계인 것 같다. 집에서 학습을 시키면서 아이와 싸우지 않은 부모가 있다면 나라에서 인정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래서 사교육은 학원에 맡기세요, 라는 말이 있나보다.

 

 

[한글]

 

6세까지는 주구장창 놀리고 7세부터 공부를 시켜보자, 라고 생각했었고 그 결과 아직도 까막눈인 딸내미. 본인과 친구들 이름, TV만화 제목만 외우고 그 외엔 엄마, 우유 정도만 알고 있다. 이제 7세가 코앞이고 이 정도면 한글공부를 좀 시켜봐도 되지 않을까? 하고 어디서 받은 한글문제집을 펼쳐 가르쳐보았으나 섯부른 판단이었다. 가령 'ㄱ'과 'ㅏ'가 만나 '가'가 된다는 사실을 전혀 이해 못하고 있고, 방금 '누나'를 알려주고 '나비'를 읽어보라고 하면 나비의 '나'자도 알지못하고 전혀 엉뚱한 단어(주로 삽화보고 때려 맞추기)를 말하는 수준이다. 지난달 유치원 선생님과의 상담때 한글공부에 대해 문의했더니, 유치원에서는 7세가 되야 본격적으로 글자공부를 하고 지금은 아이들 수준에 맞게 도와주고 있는데 우리아이는 따라 쓰기(를 빙자한 따라 그리기)정도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때'가 되면 한달만에도 한글을 떼니 안심하라는 것이 선생님의 말씀이셨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기에 아직 한글 공부의 '때'가 오지 않았거나, 아니면 내가 너무 성급하게 가르치고 있는 것 같다. 12월부터 시작했으니 이제 20일도 지나지 않았는데 알려주는 족족 머리에 흡수하기를 기대해서 실망스러운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1월생치고 받아들이는게 좀 느린건 사실인 것 같고...(먼산).

 

 

[연산]

 

연산책은 지인이 추천해준 '원리셈'으로 선택했다. 연령별로 단계가 있는데 우리아이는 5,6세 4권 '모아세기'부터 시작했다. 아이 수준보다 약간 낮은 편인데 결과적으로 잘한 선택이었다. 도형과 한글에서 버벅거리는데 연산마저 어려우면 완전히 질려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집을 풀면서 '너무 쉬운데?' 하면서 자신감을 가지는 것 같다. 분량은 다른 문제집과 마찬가지로 하루 두쪽씩 풀리고 있고 더 풀고 싶어하면 한 두쪽 더 추가하고 있다.

 

 

이 정도 수준. 처음에는 손가락으로 꼽아세거나 숫자를 써가면서 하더니 지금은 머릿속으로 셈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도형]

 

 

도형은 역시 지인이 추천해준 플라토 문제집 중에서 S1으로 선택했다. 사실 S시리즈가 젤 낮은 단계이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 페이지가 바로 딸내미가 눈물을 뿌리며 어렵다고 호소한 부분인데 사실 내가 여섯살 때 이 문제들을 주고 풀라고 하면 못 풀었을 것 같다. 그런데 혹시나 하며 이 문제집을 풀린 후기들을 찾아보니 앉은 자리에서 다 풀었네 어쩌네 하는 얘기들이 많고 간혹 우리아이처럼 어려워한다는 아이도 있긴 한 것 같다. 아니 언제부터 대한민국 6세 어린이들의 수준이 이렇게 높아졌지??? 여섯살이면 코딱지 파먹다 걸릴 나이 아닌가? 라고 호소해본다. 객관적으로는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주관적으로는 왼쪽에 있는 예시그림처럼 따라그리는게 왜 어려운지 도통 모르겠다. 미리 점을 찍어보고 점선따라 그리면 된다며 요령도 알려줬지만 아직 이해하기 어려운 것 같다. 억지로 시키면 또 역효과 날까봐 빨간색으로 표시한 부분은 나중에 풀어보기로 했다.

 

 

 

이렇게 세 권의 문제집을 각각 두쪽씩 풀어보는 것이 가정학습의 일과다. 시간으로 따지면 대충 10~15분 될 듯하다. 나머지 시간은 TV시청 아니면 그림그리기, 간혹(...) 장난감 가지고 놀기로 채우고 있다. 연초까지 어떻게 버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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