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은 2018년 이후 6년 만이었다. 근거리 위주지만 거의 매년 해외여행을 다녀오다 코로나19 유행으로 흐름이 끊기고 나서 나이도 들고 하니 멀리 나가기 귀찮아서 국내여행만 했었다. 작년에는 이제 아이도 한 번쯤 외국에 나가볼 만하지 않나 싶어서 여행을 가려다 갑자기 가을부터 몸이 안 좋아서 패스했다. 때를 기다리다 이번 겨울 방학 때 마카오에 가자하고 어렴풋이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이 11월에 오프가 2일 남았다고 해서 문득 말 나온 김에 당장 표를 끊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은 12월 초에 가게 됐지만. 성수기인 2월보다 티켓값이 저렴하고+어느 저명한 여행전문가께서 12월을 추천해서 곧바로 실천에 들어가 여권 만들기부터 시작해서 보름동안 준비를 했다.
출발 며칠 전에 때아닌 폭설이 내려서 비행기 출발 지연이 이어졌는데 하필 마카오행 제주항공 비행기에서 비행시간을 제외한 13시간 가량을 기내에서 대기했단 소식과 인천공항 터미널 공사로 인해 평소보다 엄청 붐빈다는 얘기에 가뜩이나 걱정이 많은 나는 불안에 떨고 있었다. 정작 핵폭탄급 날벼락이 떨어진 건 여행 막바지였는데 그건 차차 얘기하기로 하고...
일요일 오전 8시, 예상과는 달리 사람들이 엄청 많지는 않았다. 그 전날엔 엄청 붐볐다고 들었는데. 수속을 다 마치기 까지 약 1시간 정도 걸려서 나머지 2시간을 공항에서 시간을 보내다 탑승했다.
좁다 좁다 말로만 들었지 이렇게 좁을 수가. 이코노미석에 신장 180 성인남성이 앉으면 이렇게 된다. 내가 다리가 짧아서 좋았던 유일한 순간이었다. 그렇지만 가운데 자리에 앉았더니 너무 답답해서 나중엔 복도자리에 앉은 남편과 자리를 바꿨더니 그제야 숨통이 트였다. 인천에서 마카오까지 비행시간은 약 4시간이고 이날은 십여분 정도 지연됐다.
비싸긴 하지만 눈을 딱 감고 기내식을 신청했다. 출국땐 불고기덮밥으로 통일하고 입국땐 소고기갈비찜, 제육덮밥, 떡갈비를 각각 주문했다. 내 입맛엔 불고기보다는 갈비 쪽이 더 맞았다.
지루한 비행과 가벼운 수속을 마치고(여권심사때 받는 종이를 잘 보관했다가 호텔 체크인할 때 제시해야 함) 호텔리무진을 타러 갔다. 마카오는 2010년 12월에 홍콩과 함께 다녀왔으니 14년 만의 재방문이었다. 그 당시 여행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는 게 다른 곳에서는 겪지 못한 여러 해프닝이 있었다. 일단 케세이퍼시픽 항공기 문제로 인한 4시간 비행지연을 시작으로 여행박사를 통해 진행한 홍콩호텔 예약이 제대로 안 돼서 한 시간을 또 그냥 날렸으며, 마카오반도에 있는 어느 도서관 화장실문이 잠겨서 갇힐뻔하질 않았나, 한밤중에 길을 잃어서 국제 미아 될 뻔 한 사연까지... 거기다 출국 비행기를 타자마자 생리가 시작돼서 여행 내내 컨디션이 멀쩡할 리가 없었다. 이번에는 부디 무탈하기를 바랄 뿐이었다.
우리가 묵을 예정인 파리지앵 마카오와 더런더너, 베네시안 호텔 등 Sands Resort 계열 호텔 셔틀정류장은 거의 앞쪽에 있다. 파리지앵 셔틀인 핑크버스가 오길 기다리는데 붉은색 런더너 호텔 셔틀버스가 먼저 왔고 대기중이던 사람들이 우르르 타기에 얼떨결에 우리도 탑승했다. 러더너 호텔에서 먼저 하차하고 다음에 파리지앵 순이었다.
이곳은 벌써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한창이었다. 여행하는 동안 호텔별로 꾸며놓은 트리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화려함의 시작은 천장부터.
마카오반도에 있는 주요 호텔들은 외부 내부 할 것 없이 한결같이 으리으리했다. 그중에서도 요란하기로는 파리지앵이 최고인 것 같다. 리셉션은 체크인을 하러오는 숙박객들로 붐볐지만 워낙 데스크가 많아서 대기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줄을 서는 동안 샌즈리조트 멤버십 카드를 만들라고 영업해 오는 직원이 있어서 굳이 Sands Lifestyle 데스크까지 가지 않고 손쉽게 만들 수 있었다. 이 카드가 있으면 샌즈계열 식당에서 1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요것이 샌즈멤버십카드. 비록 한번밖에 안 썼지만 그게 어디야.
체크인 후 현금인출을 위해 리셉션 왼쪽에 있는 ATM기로 향했다. 마카오 공항에 있는 ATM기는 500 mop단위만 인출된다고 해서 100 mop단위로 인출가능한 호텔 내 기기를 이용했다. 예전에 만든 트래블로그 체크카드를 드디어 쓰게 된 순간이다. 은행 가서 환전해 오는 게 여행준비의 시작 아니었나요?? 마카오에서는 현금만 가능한 버스, 택시, 일부 상점을 제외하고 대부분 알리페이가 대세여서 여행 내내 거의 카카오페이만 이용했고, 신용카드는 조식 먹었을 때 딱 한 번 썼다. 현금 300 mop은 택시비 두 번으로 거의 다 쓰고(전에 쓰고 남은 동전을 보탰음), 남은 돈은 경전철 1회, 허유산 간식비로 1달러도 안 남기고 다 썼다.
ATM현금인출 방법: 카드먼저넣고 언어선택/비번입력/savings account/withdraw순으로 선택하고 인출할 금액을 입력하면 끝이다.
숙소로 가는 길. 역시나 화려하다.
호텔 내부는 상대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였다. 막 넓진 않지만 세 식구가 지내기엔 충분했다. 다만 침대사이즈가 퀸보다는 좁아서 둘이 자기에 살짝 벅찼다. 그리고 베개가 왜 이리 크고 높은 것이여.
어메니티는 랑방. 바디로션도 같은 제품이고 매일 새 걸로 채워줬다. 그 외 칫솔, 치약, 면도기, 빗 등이 있다. 칫솔은 두 개뿐이라 한 개 더 요청했다.
생수는 룸에 2개, 화장실에 2개 있었다. 왜 화장실에 있나 싶었는데 수질 때문에 양치할 때 쓰라고 올려둔 것 같았다. 처음엔 적응이 안 돼서 자꾸 수돗물을 사용하다 나중엔 생수로 입을 헹궜다.
처음에 일반뷰로 예약했다가 출발 일주일전에 가격이 내려가길래 에펠탑뷰로 변경했다. 뷰에 별 생각이 없었는데 이곳만큼은 다른 것 같다. 보면 볼수록 에펠탑뷰로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리지앵 푸드코트와 조식룸서비스 후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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