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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도서후기, 문화생활

도서후기-천일의 눈맞춤

by 아님말지머 2016. 3. 30.

한때는 육아서는 읽지않겠다며 쿨한척했지만 하루 종일 아기를 마주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사가 육아에 쏠릴 수 밖에 없고 요새는 육아서가 젤 재밌다ㅎㅎ. 그런데 읽다보면 그내용이 그 내용일 때가 많다. 보통 일관성있는 양육태도가 가장 중요하고 1세 전후 아기에게는 엄마와 정서적교감을 이룰 수 있는 모유수유가 중요하다라는 내용이 대다수다. 이 책도 마찬가지인데 원래 심리학에 관심이 많았던지라 정신분석학측면에서 본 육아의 큰 기틀도 그다지 새롭게 와닿진 않았다. 그동안 내가 잘 키우고 있었나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키울지를 점검하는 차원에서 읽었다. 저자가 육아에서 강조하고 있는것은 표지에 나온대로 따뜻한 응시, 안정적인 수유, 엄마의 품이다. 다른 건 몰라도 내 품은 많이 제공했지.

다음은 인상깊은 구절-

이처럼 자아를 쌓아가는 순서의 기층부에 자아(나)가 있고 2층에 엄마가 있는게 아니라, 기층에 엄마(타자)가 먼저 있고 2층에 자아가 생긴다. 필자가 이것이 인간의 비극이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기존재를 확인하기위해 끊임없이 타자의 확인을 필요로 하는 메커니즘이 태어나면서부터 우리 내면에 만들어졌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응시에 의해 조각된다' 중에서ㅡ

다음은 흥미로웠던 대목인데 왜 남자아이가 여자아이에 비해 덜 공감적일까 하는 내용이다. 유명한 EBS실험 중에 엄마가 우는척하면 성별이 다른 아기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한 게 있었다. 여자아기는 당황해하거나 같이 울던지하는데 남자아기들은 그러거나 말거나 제 할일 하거나 심지어 웃는 아기도 있었다. 그 실험을 보고는 남자들은 원체 타고나길 그런가보다 하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처음 안 사실인데 미국의 사회학연구결과에 따르면 여아의 젖먹이는 시간이 남아에 비해 70%정도밖에 안된다고 한다. 남아선호사상이 강한 한국에서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엄마의 정서적에너지가 아들에게 더 쏠리고있다는것. 따라서 아들은 타인에게 돌봄을 받는 상황을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또 그렇게 되어야한다고 감각한다. 상대적으로 자신이 누군가를 돌보는것은 어려워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여아는 엄마의 결여된 면을 감지하고 그녀의 상태에 신경을 쓸 가능성이 높다. 결혼전 엄마의 지극정성 보살핌을 아내에게도 기대하는 수많은 남편들의 사례를 떠올려보면 저런 의견이 타당한 것 같다. 나는 딸밖에 안키워봐서 모르겠는데 당장 우리엄마를 봐도 아들을 더 애틋해하는게 있다. 엄마는 아들, 아빠는 딸을 더 좋아한다는 건 놀라울게 없는데(어디나 예외는 있겠지만) 수유시간까지 차이난다는건 놀라울 따름이다. 나도 아들을 낳으면 그러려나? 궁금하긴하지만 낳고싶지않기때문에 궁금증은 집어넣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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