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구입하는 이상문학상 수상집. 은희경의 '아내의 상자', 김영하의 '옥수수와 나'가 실린 수상집을 읽었었다.
저 사진을 보니 이제는 표지를 바꿀 때가 되지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김경욱 작가의 사진은 처음 보는데 그의 자전적소설에 나오는 에피소드-일본인으로 자주 오해 받는-가 왜 나왔는지 알 것 같다.
동료작가가 소개하는 그는 늘 평정심을 유지하고 활짝 웃는 법이 없다고 한다. 웃을때마다 잇몸이 만개하고 감정기복이 심한 나로서는 신기한 인류(?)인데 왠지 모를 호감이 샘솟았다.
'천국의 문'을 비롯하여 나머지 글들도 대체로 좋았지만 어린 아이를 잃고 방황하는 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이 두 편이나 있어 몰입하기가 힘들었다. 아니, 오히려 과도한 몰입이 힘들었다고 해야하나. 만약 우리 애가? 라는 생각을 떠올리려니...이런 내용말고도 내가 이 소설집을 다 읽고 왜 이리 머리가 아플까 했는데 그 이유는 한 심사평에 나와 있었다.
살아가기에 급급해서, 혹은 떠올리는 것조차 불쾌해서 외면한 채 살아가는 우리의 가까운 미래, 부재와 소멸을 환기시키는 것은 소설의 오래된 임무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애써 외면하고자 했던 현실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으니 괴로웠던 모양이다. '천국의 문'의 주인공이 처한 일이 나에게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으니까.
처음에는 이런 것도 소설이라고 할 수 있나? 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빠져들어 한 숨에 다 읽었다. 짧막한 소설들을 엮은 책으로, 주로 소외된 이웃들이 등장하는데 그 중에서도 청년실업자들이 단연 많이 나온다. 나는 아무래도 '아내의 방'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내가 베란다에서 자다가 결국 빨래가 되어(아이의 시선에서) 사라진다는 내용인데 살림하다 존재가 소멸되어가는 기분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은유적인 이야기다.
'개밥바라기별' 이후 두번째 읽는 황석영 작가의 장편소설. 60대 건축업자 박민우와 29살 연극감독 정우희의 이야기가 교차되어 나온다. 연극판에 들어섰지만 신통치않고 생계를 위해 심야편의점알바를 하면서 지하셋방살이를 하는 정우희와 가난한 과거를 딛고 성공가도를 달리다 어느덧 은퇴를 바라보는 나이가 된 박민우 사이에 연결고리가 없어보이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접점이 생긴다. 좀 진부한 측면이 있지만 이야기가 워낙 재미있어서 그런부분을 덮어버린다. 타고난 이야기꾼이구나싶다.
머리를 무겁게 만든 한 권과 술술 읽힌 두 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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