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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푸념

끄적끄적 8

by 아님말지머 2015. 10. 1.
1.
이제 딸아이와 나는 콩한쪽도 나눠 먹는 사이가 됐다. 왜냐. 아기가 나 혼자 뭐 먹는 꼴을 못 보기 때문이다. 사과 한쪽도, 커피 한 모금도, 심지어 비타민 한알라도 씹어먹을라치면 두팔을 휘휘 젓고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끙끙 소리를 낸다. 어떻게보면 참 알기 쉬운 녀석이다.

2.
울 아기는 아직 손가락을 섬세하게 사용하진 못한다. 손가락 두개만 이용해서 물건을 잡는게 안된다. 그래서 '해피퍼프'라는 어른 손톱만한 과자도 내가 직접 입에 넣어야 먹을수 있었는데, 어제는 징징 거리길래 바닥에 몇개 뿌려놓아 주방에서 일할 시간을 벌려고했다. 아니 근데 잠시 한눈판 사이 열개 남짓한 과자가 거의 사라졌다! 지켜보니 다섯손가락으로 과자를 어떡해든 집어서(침 땜에 접착력이 생긴듯) 두손으로 모아 모아 과자를 한손의 엄지와 검지 사이 위로 올려 입에 넣고 있었다ㅡ.ㅡ 너란 아기 참...아기들은 이렇게 일일히 알려주지 않아도 다 알아서 터득하나보다.

3.
간만에 미스터리. 다른 때는 잘만 엉금엉금 기어오면서 꼭 분유를 타서 젖병을 들고 있으면(분유타는 시점부터 애절해지고 있음) 가까운 거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서 붙박이 마냥 앉은 채 칭얼댄다. 그리고나서도 바로 안주면 오열...대체 와이?? 이제 두손으로 젖병들고 잘 먹드만 나한테 다가오려하지도 않고 폭풍 오열을 하니 기가 막힐 뿐이다. 사람이 너무 간절하면 몸이 안 움직여지나? 매일매일 하루 4번 식사 시간마다, 올해들어 분유 첨 먹어본 애 마냥 저러니 웃기기도 하고, 참...

4.
오늘은 아기 여름옷을 정리했다. 유난히 여름이 길었던 탓에 거진 5개월을 입혔더니 첨엔 커서 헐렁했던 옷이 지금은 단추가 저절로 열릴 정도로 꽉 낀다. 내년부턴 입히지 못할 옷들을 정리하다보니 기분이 묘했다. 빡시게 키운 것 같으면서도 지가 알아서 다 큰 것 같기도하고...올해 나의 삶도 그런 것 같다. 출산, 육아라는 큰 일을 겪었지만 뭔가 아무것도 안한것 같은 그런 기분? 그래서 온통 육아뿐이던 일상을 비집고 나만의 무언가를 진행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아기가 혼자 노는 틈을 타 책을 조금씩 보고 있는 것도 그 중 한가지인데 논지 1분도 안돼 나한테 달려들어 책을 뺏을려고 해서 장편소설은 아직 무리이다.

아래는 등치에 비해 발이 작은 딸내미의 여름 양말이다.


빨리 커서 대화좀 했음 좋겠다 싶지만, 이 양말이 언제까지나 맞았으면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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