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등원시키고 다가오는 점심시간 때 뭘 먹을까 고민하던 차에 갑자기 유치원 단톡에 긴급공지가 떴다. 같은 반 친구가 코로나 확진이 되서 그 친구가 등원한 날 있던 아이들은 밀접접촉이 의심되니 모두 하원하라는 것이었다.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고 아이를 데리고 선별진료소로 날아갔다. 모 병원에서 안 아프게 검사받던 것만 기억만 믿고 갔더니 왠걸, 코에서 면봉을 몇번을 돌리는 건지 너~무 아팠다. 옆에 아이도 있고하니 아픈 티도 못내고 애써 안 아픈 척 했다. 아이도 엄청 아파했는데 울려고 하는 찰나에 끝났다.
정신없던 하루가 지나고 다음날 밀접접촉이 맞으니 자가격리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ㅇㅇ일까지 자가격리하라는 유치원공지가 있었으며, 보건소에서 개별연락을 다시 받았다. 곧 담당공무원으로부터 연락이 갈 것이란 말과 함께. 아무래도 유치원에서 점심시간때는 마스크를 벗고 식사를 하니 밀접접촉을 피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학원에서 걸려올 것만 걱정하고 있었는데 유치원에서 걸리는 게 더 큰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뻔히 얼굴을 다 아는 아이들과 가족들이 우리 가족으로 인해 검사를 받고 격리를 받는다는게 얼마나 큰 심적부담일까. 이게 내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자가격리하는 내내 공포로 다가왔다.
나는 예방접종을 마쳤기 때문에 원래 자가격리대상자가 아니었지만 아이가 어려서 함께 격리할 '공동자가격리자'로 이름을 올려서 같이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검색을 해보니 이게 의무가 아닌 지역이 있는 것 같다.
온다는 담당 공무원 연락은 감감무소식이었다. 이사를 오는 바람에 다른 유치원 아이들이 자가격리통보서를 받은 날에도 받을 수가 없던 것이다. 자가격리한 지 4일째되는 토요일이 되어서야 사진과 같은 구호물품과 격리통보서를 비롯한 공문서를 받을 수 있었다. 여기에도 담당공무원 아이디는 표기가 안되어 있었다. 나중에 연락해보니 유치원이 있는 지역보건소에서 내가 살고 있는 지역 보건소로 이관되는 과정에서 담당배정이 누락이 된 것 같았다.
내가 진라면 순한맛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알고? 한가지 회사제품만 오는 줄 알았더니 아니었나보다. 꽤 다양한 회사 식품이 왔고, 격리일 동안 몇 개 뜯어먹었다. 마스크와 체온계, 소독제, 폐기물처리봉투가 들어있는 부직포 주머니는 2개가 왔다.
자가격리를 마친 소감. 방학때와 마찬가지로 첫날과 이튿날이 가장 고비고 그 이후에는 견딜만 했다. 접촉일 이후 주말이 끼는 바람에 기간이 짧아서 그나마 다행이었지 만약 10일을 풀로 집에 묶여있었다면? 나는 기절이다. 14일? 상상하기도 싫다. 이것이 마지막 자가격리이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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