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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2424

인테리어 고민을 하다말고 생각에 잠기다

by 아님말지머 2021. 8. 3.

지금 살고 있는 집은 그야말로 얼렁뚱땅 휩슬리듯 사게 됐고, 금전문제도 그렇고 당시에는 집 꾸미는 것에 관심이 1도 없었기 때문에 되는데로 살았다는 게 맞는 표현이다. 그러다 차차 이렇게 저렇게 집을 꾸미고 싶은 욕구가 스물스물 올라왔고, 마침내 새 집을 구했으니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 전 주인이 뼈대는 다 바꿔놓아서 도배, 장판(잘 하면 안 해도 될 것 같다), 필름시공 정도만 하고 가구와 소품으로 꾸미기만 하면 되니 즐겁게 고르기만 하면 될 줄 았았다. 하지만 정작 이것저것 선택을 하려니 머리가 복잡하다. 전체적인 컨셉을 정하고 그에 맞게 고른다는게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안그래도 우유부단한 성격에 이걸로 해야하나 저걸로 해야하나 고민하는 과정이 끝도 없이 이어지니 꽤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전에 읽은 뇌과학 책에 따르면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모호한 상황이 뇌에 큰 스트레스를 준다고 하더니 그 말이 맞나보다.

 

그리고 지금보다 더 넓은 집을 가려다 동일한 평수로 가게되서 수납의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보니 가구배치를 어떻게 해야하는지가 관건이다. 평수만 넓으면 이런 고민을 안해도 되는데, 하는 생각에 이르자 갑자기 현타가 오기 시작했다. 멋들어지게 인테리어를 한 집 사진들을 보면 공통점은 잡다구리한 짐들이 눈에 안보이고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있다는 것이다. 코딱지만한 집을 예쁘게 꾸며봤자 생활용품들이 이리저리 튀어나오면 소용이 없는 것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나는 과연 왜 이사를 가는 것일까하는 근원적인 물음에 도달하게 된다. 동일한 평수에, 화장실도 여전히 1개고, 아는 사람 한명도 없고, 지금 집은 탑층이라 층간소음도 없는데 이사갈 곳은 어떨지 모르고, 재개발지역 옆이라 몇 년동안 시끄러울 것이고 지하철역에서 더 멀이지고...하필 갑자기 몰아닥친 회사일 때문에 깊에 고민도 못하고(계약을 하자마자 한가해졌다), 더위에 시달리면서 집구하는 것도 곤혹이라 빨리 결정을 내린 것이 후회가 된다. 게다가 사고 났더니 그제서야 예전 실거래가가 눈에 들어올게 뭐람. 우리가 시세를 크게 올려놓은 꼴이 됐다. 한마디로 싸게 팔고 비싸게 샀다는 거. 웃긴 건 이집 말고 다른 후보군들은 틈틈히 장단점과 시세분석을 해서 표로 만들어놓기 까지 했었는데 지금 이집은 분석이고 뭐고 동네 애들이 순하더라~ 아 그래, 동네분위기도 조용하고 괜찮네 그럼 이집이다 하고 그냥 샀다는 것이다. 사실 모든 애들이 순할리도 없고, 살아봐야 아는 일인데 가장 주관적인 평을 듣고 옳거니하고 사고 만 셈이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 긍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굳이 이사를 택한 가장 큰 이유는 학교였는데 뛰어난 학군은 아니지만 어쨌든 무난한 학세권에, 산책할 곳도 있고, 몇 년뒤에 동네가 정비되면 편의시설도 많이 들어올 것이고, 버스정류장이 코앞이라 지하철 이용에 큰 어려움은 없고, 30년을 바라보는 지금 아파트에 비하면 덜 낡았고, 1군은 아니지만 나름 브랜드고, 복도식에서 계단식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고, 이미 수리된 집이라 올수리 인테리어로 머리아플 일 없다. 여기까지가 쥐어짜본 장점들인데 뭐에 홀려서 계약을 하게 된 것일까?? 나는 일단 적게 움직여서 일을 벌여놓고 어떻게든 일이 잘 수습되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한마디로 얻어걸리게 되길 바란다는거지.

 

 

스스로에게 위안을 주자면, 결혼 전에 번화가에 살다가 조용하다 못해 시골같은 동네로 이사를 가게 된 적이 있었다. 그게 너무너무 싫어서 엄마한테 왜 시골로 이사를 가느냐고 항변했었는데 막상 이사와보니 정말 조용해서 마음에 들었다. 편의시설이 거의 전무하다시피했음에도 불구하고 번화가가 주지 못했던 마음의 평화를 얻었달까. 이런저런 단점이 있다해도 뚜렷한 장점 하나만 있다면 정을 붙일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다. 다만 그 집은 초역세권이었다(...). 살다보면 지금 집은 생각도 안 날 만큼 좋아질 것이다! 제발 층간소음과 누수만 없기를 간절히 바랄 뿐. 

 

 

지금 계획으로는 아이가 초등학교 다닐 때까지만 살다가 더 넓혀서 이사를 가는 것인데 살아봐야 알겠지. 나도 넓은 집에서 한 번 살아봤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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