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기온이 35도까지 올라간 날, 이경준 사진전에 다녀왔다. 가려고 마음먹었던 차에 마침 29CM에서 40% 할인을 하길래 냅다 결제했다. 전시회 장소는 그라운드시소 센트럴. 서울역 4번 출구에서 1분 거리라 더운 날씨에도 부담 없이 갈 수 있었다.
리플릿과 프레임을 받았지만
정작 사진 찍을 때 써먹지 못했다.
전시장 내부에서 사진촬영은 가능하나 셔터소리가 나면 안 된다고 해서 카메라 성능은 포기하고 무음 카메라로 찍었다. 도슨트는 바이브앱에서 무료로 가수 죠지의 음성으로 들을 수 있는데 전시 분위기와 매우 잘 어울리는 나긋나긋한 목소리였다.
전시를 시작한 지 꽤 시간이 흘렀고 연장이 된 지라 올 사람은 다 온 후여서 그런지 평일 오전 치고도 한산해서 아주 쾌적한 관람을 할 수 있었다.
PUSED MOMENTS
해가 뜨고 지는 무렵, 다양한 빛을 머금은 뉴욕 빌딩의 모습을 포착한 사진들로 전시는 시작된다. 도시 한 복판을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공간 구성이었다. 비록 뉴욕 근처에도 못 가봤지만 사진을 보니 괜히 그리워졌다(...).
인상 깊었던 작가의 말. "어둠이 내린 후에야 도시는 우리에게 솔직한 모습을 보여준다"
MIND REWIND
나의 시선을 가장 오래 붙들었던 건 루프탑에서 평화로운 한때를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었다. 평소에는 물리치료사로 일하고 있는 작가 역시 도시를 약간 벗어난 높은 공간에서 휴식의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본업이 따로 있었다니... 더 멋지게 느껴진다.
여기서부터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차선, 건널목, 신호에 따라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하나의 패턴으로 인식하여 포착한 사진들이 전시됐다.
서울의 거리도 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 무심히 지나치는 거리도 시선에 따라 하나의 작품이 될 수 있다는 평범한 얘기.
REST STOP
세번째 챕터로 가면 공원 속 풍경이 나오는 영상과 함께 은은한 피톤치드 향이 나서 마치 센트럴파크 한 복판에 와 있는 느낌을 준다. 말 그대로 휴식의 순간을 생생히 체험할 수 있었다. 이 공간에 나던 향이 무척 궁금했는데 굿즈샵에서 팔던 룸 스프레이는 정답이 아닌 것 같고, 어떤 제품일까.
진짜 마음에 들던 사진이었는데(왠지 '존 오브인터레스트'의 한 장면이 떠오르기도 하고ㅎㅎ) 이 사진을 배경으로 한 굿즈는 못 찾았다. 혹시 내가 놓쳤나?
무음카메라 어플로 찍었더니 한없이 어둡게 나왔다. 국산(?) 눈사람과는 확연히 다른 미국 눈사람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PLAYBACK
저마다의 고민을 안고 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을 조명하는 공간. 종이에 고민을 적고 그것을 분쇄해서 사라지게 한다는 컨셉이다.
평소 '걱정 인간'인 나는 두 번을 갈아 넣었다.
'ONE STEP AWAY' 문구가 들어간 거울 앞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도 있다.
도시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사람들과의 관계도 마찬 가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굿즈샵
전시된 사진들이 다 내 취향이라 여기 있는 굿즈들을 다 쓸어오고 싶었지만 최대한 이성을 차리려고 노력했다.
그나마 실용적이라고 생각한 북마크, 카드커버, 실용성은 떨어지지만 한 개쯤 갖고 싶었던 레이어마그넷을 구매했다. 도록도 사고 싶었지만 온라인 구매도 가능해서 생각 좀 해보고 사야겠다.
전시는 끝 무렵에 가야 진리라는 큰 교훈을 얻었던 이번 전시회. 너무도 익숙한 대도시 풍경 너머에 숨어있는 이야기들을 잘 담아낸 전시였다. 이경준 작가의 첫 전시회라는데 그 뒤의 이야기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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