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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푸념

불안감을 떨쳐버리기(feat. 초등자존감수업)

by 아님말지머 2022. 9. 14.

며칠 전에 2학기 담임선생님과의 면담이 있었다. 아직 1학년이고, 새학기가 시작된 지 얼마 안되서 궁금한 점이 그닥 없었지만, 안 하고 넘어가기는 서운해서 그냥 신청해보았다. 평소에 친한 친구가 누구냐고 물어도 답이 없길래 교우관계를 물어보았더니 선생님 왈,

 

'oo는 특별히 친한 친구는 없어요.'

'...네?' 

 

가끔 같은 반 친구들끼리 서로 인사를 하길래 별 문제가 없겠거니 했더니 실상은 쉬는 시간에 혼자 앉아서 책을 보는게 대부분이라는 것이었다. 1학기 하반부에는 그나마 친구들과 가끔 놀았던 것 같은데 개학 후 다시 1학기 초반부처럼 되돌아갔다고...

 

한 가지 위안인 것은 아이들 사이에서 비호감이거나 그런 건 아니고, 친구관계에 관한 설문을 했을 때 딸아이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다고 답한 아이들이 꽤 있었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지켜 봐온 바로는 친구들사이에 못 껴서 속상해하거나  특별히 친구를 만들고 싶어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조금 디테일하게 물어보니 먼저 다가가기 부끄럽다는 답이 나왔는데 내가 유도심문을 해서 얘기를 한 건지, 평소에 그런 생각을 품어왔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친구문제만 물어보면 무조건 '모른다'는 답변을 하기 일쑤니 원. 이런 질문을 계속 하는 자체가 아이에게 부담을 줄 수 있기에 나의 문제로 돌려 내 마음을 정리해보기로 했다. 

 

사실 아이는 큰 생각이 없는 것 같은데 정작 나만 '아이가 계속 혼자 놀면 어쩌나' 싶어서 불안한 점이 크다. 아직까지 단축수업을 하고 있어서 하루에 쉬는 시간이라 봤자 10분, 20분이 전부라 혼자 놀아서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진 않은데 선생님 말씀대로 무리를 이루기 시작하는 학년이 되어서도 혼자 있는게 고착화 될까봐 그부분이 가장 걱정이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자꾸 아이상황을 내 상황과 맞물려 생각하게 된다. 집단으로 있는 곳에서는 거의 대부분 겉도는 느낌을 받고 있고,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가는 것을 무척 어렵게 생각하는 나의 성격을 아이가 고스란히 물려받았다고 생각하니 견딜 수가 없다.

 

이사를 온 뒤로, 작은 무리라면 무리라고 할 수 있는 엄마들 집단에 끼는 것도 이제 겨우 자연스러워 질락 말락하고, 친절하게 대하지만 보이지 않게 그어놓은 선을 느끼며 체념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던 터라 아이의 친구문제가 더 크게 다가온다. 몇몇 아는 사람들에게 털어놓아도 해소되지 않는 점이 있어서 예전에 봤던 책을 다시 열어보았다. 

 

 

제목은 '초등자존감수업'. 이미 엄마들 사이에서는 초등학교생활의 길라잡이로 유명한 책인 것 같다. 마침 저학년 친구문제도 다루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인 저자의 말에 따르면, 저학년 때는 아이가 혼자 놀았다고 해서 친구가 없는 건 아니고, 어른들이 생각하는 친구의 기준과 1학년 아이들이 생각하는 친구는 다르기 때문에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누구랑 놀았냐, 친한친구가 누구냐는 질문들은 오히려 아이로 하여금 친구에 대한 걱정을 자극하기 때문에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친구를 사귀고,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것 모두 때가 되면 아이가 스스로 하기 마련이다. 역시 내 성격이 성급한 거였군. 하루 단위로 걱정을 하다보니 초조해 질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생각의 단위를 한 달, 한 학기, 1년으로 바꾸고 서서히 바뀌길 기다릴 수 밖에 없다. 저자는 아이가 초등학교 때로 돌아간다면, 자신의 불안을 해결하고자 별거 아닌 일로 아이를 추궁하고 다그치는 대신 오직 아이를 믿어주는 것에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한다.  

 

조금이라도 같은 반아이들과 어울리게 해주려고 아이가 가겠다는 말이 없어도 일부러 놀이터에 데리고 가고 있는데 이건 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사오기전에는 매일 놀이터에서 살다가 이 동네에서는 초반에만 조금 놀고 지금은 놀이터에 잘 나가고 있지 않았다. 아이들이 대부분 학원을 다니다보니 친구들과 놀 기회도 거의 없기도 했고 같은 반 아이들이 많아도 인사만 할 뿐 정작 아이는 자처해서 혼자 노는 경우가 많았다. 지켜본 바로는 아는 아이가 여럿 있으면 오히려 혼자 놀고, 한 두명만 있을 때 더 잘 어울려 놀았었다. 이런 성향이라 내가 같이 놀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면 좋은데 공교롭게도 이 동네에서 알게 된 사람들은 죄다 아들엄마들 뿐이다. 

 

 

다시 책으로 돌아가면, 친구가 없어서 혼자 노는 아이의 경우 두 가지 사례로 구분할 수 있는데, 친구들 사이에 끼고 싶어도 못 껴서 노는 경우, 아니면 딱히 친구를 만들고 싶어하지 않고 혼자 노는 것을 재미있어하는 경우다. 앞에서 말했던 대로 딸아이는 2번에 더 가까운 것 같기는 한데, 유치원때는 분명히 친구랑 노는 것을 좋아하고 계속 친구를 찾던 아이라 아리송하다. 두번째 경우처럼 능동적으로 혼자 노는 것을 선택한 아이라면, 그저 믿고 격려해주면 되고, 첫번째 경우에는 혼자만의 즐거움을 찾아 주도적으로 놀 수 있는 방법을 찾아주다보면 친구가 다가오기도 쉽다고 한다. 또 선생님과 상의해서 친구와 놀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면 좋다. 나도 좀더 강하게 어필해서 친구들과 놀 기회좀 달라고 할 걸 그랬다. 알아서 잘 해주시겠거니 했는데 그게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세번째 방법은 엄마가 속상해하는 것은 아이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으며 학교에서 친구로부터 외면을 받아도 위로해주는 엄마가 있다면 아이는 괜찮다고 한다. 이 3번이 나에겐 젤 어렵다. 괜히 자꾸 아이에게 친구문제를 떠보게 되고... 내 문제를 아이에게 대입하지않는 것이 가장 큰 관건인 것 같다. 

 

글을 쓰면 쓸 수록 결국 아이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였던 것 같다. 그리고 벌써부터 이렇게 불안해 하면 안된다는 것도 안다. 길고 긴 레이스가 될 것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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