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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푸념

문을 열어다오

by 아님말지머 2016. 3. 10.
오늘 겪은 황당한 일. 날씨가 쌀쌀하길래 나갈까말까 하다가 빵이나 사갖고 얼른 오자하고 아기띠를 하고서 외출을 했다. 집에 다시 도착하여 자석처럼 생긴 키로 문을 열려는데, 오잉? 아무런 반응이 없네? 급당황해서 번호로도 입력해보고 다시 열쇠를 갖다대봐도 묵묵부답이었다. 아무래도 현관잠금장치의 건전지가 닳은 것 같았다. 어디서 주워들은 바로는 자동잠금장치의 건전지가 닳아서 문이 안열릴때에는 네모난 건전지(9v)를 아랫부분에 대면 열린다는 것같던데..부랴부랴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맞는 얘기였다(스마트폰의 위대함이란!). 건전지를 대고 번호를 입력하면 열린다고한다. 그래서 동네슈퍼에 가서 건전지를 사다 대봤으나...여전히 묵묵부답. 그 와중에 딸래미는 뒤로 나자빠질 기새였다. 남편하고 통화하는 중에도 계속 핸드폰 버튼을 누르지를 않나 끊임없이 보채는 통에 내 정신은 이미 안드로메다로 향했다.

고객센터 상담원과 통화를 해서 시키는 대로 해도 문은 열리지않았다. 기사한테 전화가 오기를 기다리는 사이 아기를 안은 체로 뭔가를 하려니 너무 진이 빠져서 문앞에 있던 유모차에 앉힌 후 과자를 투입, 진압에 잠시 성공했다. 이말은 즉, 과자를 다 먹은 후부터 다시 징징거리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기사님은 한시간 뒤에나 도착한단다. 복도식 아파트라 이 추위에 집앞에서 서성일 수도 없고 유모차를 태우면 몇분을 못버티는 딸래미를 데리고 어떻게 해야하나 망설이다가 옆집 할머니 댁에서 잠시 신세를 졌다. 안방까지 내주신 할머니 내외분께는 너무 감사했지만 인사만 나눈 이웃집에 아기와 함께 있으려니 시간이 어찌나 더디게 흐르던지...그 와중에 기저귀도 없는데 자꾸 아기가 방귀를 뀌시는 통에 그야말로 좌불안석이었다.

시간이 흘러흘러 드디어 기사님이 도착했다고 연락이 와서 부리나케 나가보았다. 그리고 들은 황당한 얘기. "현관문이 열려있었어요." 응? 마지막에 짜증나서 손잡이도 댕겼었는데?? 자동계폐식이라 손잡이 부분이 고장난 것은 맞다고한다. 밖에서는 안열리지만 문이 제대로 안닫혀 있었나보다. 손잡이가 수평으로 안되어 있으면 문이 열린건데 그 상황을 고객센터나 기사와 통화시에 얘기했으면 다른 방법을 말했을거라고. 아니 그럼 손잡이가 제대로 되어있는지 물어나보든지ㅜ.
어찌됐건 즐거운 나의 집에 무사히 들어온 것으로 너무 좋았다.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았지만 결론은 오늘처럼 내가 아기와 한몸이라는 사실을 절실하게 느낀 적이 없다는 것이다. 나 혼자였다면 그렇게까지 당황하지 않았을 것이다. 인터넷으로 방법을 찾아보고 남편과 의논해보고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상담해보고 기사님이 올때까지 동네 어딘가에서 시간을 때우고...그냥 이렇게 평범한 절차로 끝났을텐데  전화통화도 어려워서 고객센터도 남편이 연결해주고 결국은 이웃집에 신세를 지고 말았으니 말이다. 아기를 안은 채 쭈구리고 앉아서 건전지를 대는데 정말 다 때려치고싶었다. 또 이웃집에 앉아있는 동안 머리속은 지금 아기식사 시간이라는 것과 기저귀를 사러나가야하나, 아기가  과일을 먹는동안 점점 옷과 손이 더러워지고 있는데 물티슈가 이 집에 있을까, 갑자기 화장실에 가고싶은데 애를 이 방에 두고 가면 울고불고 난리를 칠텐데 참아야겠지 등등의 생각으로 복잡해졌다.

육아는 이제 내 일상이 되었지만 오늘 같은 상황에서는 나라는 존재가 통째로 흔들리는 것 같다. 이미 아기와 함께하면서부터 한 개인으로서 평범하게 살기란 그른 일이 되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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