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꽃을 피우고 나더니 금방 다 꽃을 떨구어 버린 천리향, 개나리자스민과 끝끝내 꽃을 피우지 않은 동백나무 삼형제다. 개나리 자스민은 저때만 해도 튼튼해 보였는데 지금은 시들시들해지고 있다. 오렌지 자스민은 이미 저세상에 갔지만 그래도 몇 개월은 살았는데 개나리자스민 너는 왜 그리 나약하니??
한편 동백이의 오늘 모습.
새 잎이 계속 나오고 있다.
돌아오는 겨울에는 꽃을 볼 수 있으려나?
꽃나무들이 하나같이 꽃을 안 보여줘서 실망한 나머지 직접 심어서 키우기로 결심하고, 다이소에서 봉선화 심기 키트를 샀다.
화분과, 받침, 씨앗, 그리고 배양토가 들어있다.
배양토를 담고 씨앗을 뿌린 다음 다시 흙을 살짝 덮은 뒤, 촉촉하게 물을 뿌려주면 된다.
하지만 2주가 지나도록 싹이 나올 생각을 안하고 있다. 와...이것도 망했어?
하지만 실망하기엔 이르다.
생각지도 못한 존재가 꽃을 피웠으니.
어느날 금전수 옆을 지나가는데 뭔가 새로운 존재가 보이는 것 같아 들여다봤더니 신기한 게 올라와 있었다. 저게 말로만 듣던 금전수 꽃인가?
검색해 보니 금전수 꽃이 맞았다.
비주얼은 옥수수같다.
그러나 슬프게도 이틀만에 줄기가 고개를 숙이더니 영영 저세상으로 갔다.
아니 다들 왜 이리 나약한거야? 꽃 오래 보기는 글렀나 보다.
초록별로 신속하게 떠나고 있는 꽃들을 보내고 난 뒤 헛헛한 마음을 달래줄 키트가 왔다. 그리팅에서 4만 원 이상 주문했더니 가드닝 키트를 선물로 준 것이다.
키트 상자를 열었더니 봉지에서 빠져나온 흙이 먼저 나를 반겨주었다.
네, 그렇다고 합니다.
구성품은 이렇고, 화분만 준비하면 된다. 화분이야 집에 남아도니까...화분이 남아도는 이유는 최근에 시들해진 애들은 다 초록별로 보냈기 때문이다.
난 큰일났다.
미래의 나의 운명은 하늘로 간 초록이들에게 맡기고, 현재의 나는 묵묵히 한 개의 씨앗을 심을 뿐이다. 어쩜 씨앗을 한 개만 줄 생각을 했니 그리팅아? 일주일 내내 별다른 소식이 없어서 얘도 봉선화 루트를 타는 건가 했다.
다행히 딱 8일째 되는 날 새싹이 고개를 내밀었다.
너라도 살아줘서 정말 다행이다.
마지막 잎새를 찍을 뻔했다고.
꽃에 대한 집착은 이쯤에서 접기로 하고, 대신 오랫동안 곁을 지켜주고 있는 식물들을 살뜰하게 돌봐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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