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라고 제목을 붙이지 않은 이유는 부산에 가서 별로 한 일이 없기때문이다. 7~8년 전 한~참 젊었을때는 부산 끝에서 끝까지 돌아다니며 1박2일동안 알차게 놀았었는데..뜻밖의 추위와 예상대로였지만 늘 복병인 5세 어린이 때문에 널럴하게 지내다 왔다.
#첫날
영등포역에서 KTX를 기다리면서부터 스산한 바람에 오들오들 떨어야했다. 그때만 해도 남부지방은 무조건 수도권보다는 따뜻할 거라는 고정관념때문에 부산이 서울보다 추울거라는 것은 예상치 못했다. 3시간동안 기차에서 몸을 베베꼬는 딸내미 수발을 들다가 드디어 부산역에 도착했다. 헉!!! 너무너무 추워. 바람막이 안에다 반팔을 입으려다 긴팔로 바꿨었는데 그나마 다행이었다. 딸아이는 경량패딩을 챙겨오긴했다만, 두꺼운 가디건을 입겠다는 남편을 만류했던 덕에 눈흘김을 당해야 했다ㅠㅠ. 택시를 타고 30분쯤 달려서 해운대에 도착했다.
택시에서 내려 숙소로 들어가는 그 찰나의 순간에도 거센 바람에 몸서리를 쳐야했다. 게으름뱅이 남편은 피곤하다면서 침대에 누웠고 그 틈에 딸아이는 만화감상을 했다. 하지만 감상도 잠시, 어서 빨리 나가자며 엄마를 들들 볶았고 나는 남편을 들들 볶아서 나가는데까지 성공했다.
배고파서 밥을 먼저 먹을까 추위를 피해 아쿠아리움을 갈까 잠시 실랑이를 벌이며 아쿠아리움 근처에 가니 해운대바다가 짠하고 보여 들어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마침 바람이 잠잠해졌고 햇빛이 비추면서 거짓말처럼 따뜻해졌다. 모래를 보자 '모래놀이!!'를 외치는 딸내미. 집에서 챙겨온 모래놀이 도구를 다시 가지고 내려왔다.
바지와 신발에 모래를 잔뜩 묻히고 한참을 놀아도 모래놀이를 향한 집념은 줄어들지 않았다. 한참만에 허기를 느낀 딸아이와 함께 밥을 먹으러 갔다. 해운대 시장근처 고기집이었는데 맛없는 쌀밥과 그에반해 꽤 훌륭했던 고기맛이 인상적이었다.
#이튿날
얼렁뚱당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아침 체크아웃을 하고 로비에 짐을 맡긴 뒤 아침을 먹으러 더베이101에 갔다. 호텔에서 걸어서 10분 남짓 걸렸던 것 같다. 어제와는 달리 따뜻한 햇살을 느끼며 걸을 수 있었다. 2층으로 올라가니 벌써 창가자리는 만석이어서 안쪽 자리에 앉았다.
약 두시간 뒤에 점심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간단히 끼니를 떼우고 동백공원으로 향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다가 인어공주상과 전망대쪽으로 길이 나뉘는데 다시 돌아올 줄 알고 더 가까웠던 인어공주상을 패스하고 전망대쪽 길을 따라 걸어올랐다. 전망대라고 해서 크게 뭔가 있는 건 아니고 바다 조망을 조금 높이 볼 수 있는 정도였다.
오빠부부와 만나 해운대 근처 풍원장에서 미역국세트?를 먹었다. 반찬이 깔끔하게 나오고 당연히 미역국은 맛있었는데 양이 너무 많아서 1인 1세트를 하기엔 좀 아까웠다. 두번째 숙소가 있는 광안리로 바로 떠나기엔 아쉬운 마음에 달맞이 길에 있는 카페에서 차를 한잔하기로 했다. 스무디가 7천5백원이길래 되게 비싸다 싶었는데 양이 많았다. 다들 밥을 배불리 먹은 뒤라 초코케이크를 나와 딸내미만 흡입했는데 많이 달지도 않고 맛이 훌륭했다.
차로 20분쯤 달려서 두번째 숙소인 호메르스 호텔에 도착했다. 모텔같은 호텔인데 광안리 해수욕장 코앞에 있어서 접근성은 매우 좋았다.
또다시 '모래놀이'와 '비누방울 놀이'로 신나하는 딸내미와 놀아주다가, 다음날 결혼식 참석을 위해 모인 친척들과 단체사진을 우루루 찍고 호텔 뒤 쌈밥집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식사를 마치고 방에서 치킨과 회파티를 하고..이렇게 짧은 부산여행은 막을 내렸다. 애초에 결혼식 참석을 위해 부산에 내려온 김에 겸사겸사 여행을 하는 것이기도 했고 렌트도 안해서 매우 여유있게 계획을 짰었는데 이렇게 정리를 하고보니 좀더 알차게 놀 걸 그랬나하는 생각도 든다. 한편으로는 집근처 산책하듯 하는 이런 여행도 나름 괜찮은 것 같다. 다음 부산 여행을 기약하며 이번 여행기는 여기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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