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어먹을까봐 적어두는 그날의 후기. 임신 막달에 출산후기로 엄청 검색했었는데, 지금도 누군가는 출산후기들을 보며 가슴을 졸이고 있겠지.
출산 전날 밤8시경, 드디어 이슬이 비쳤다. 이때가 38주 마지막날이었다. 담당의는 애가 점점 커지고 속골반이 좋은 편이 아니니 40주 전에 낳을수 있도록 많이 걸으라고 했었다. 계속 아기에게 방빼라고 말한 보람이 있었군.
아무튼 이슬이 비친 후 미세한 진통이 있었는데 이게 가진통인지 진진통인지 헛갈려서 폭풍검색을 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긴가민가할땐 가진통이고 통증이 파도처럼 밀려왔다가 파도처럼 사라지면 그게 진진통인것같다.
그리고 진통간격. 초산일경우 5분간격으로 진행될때 내원하라해서 진통어플로 열심히 체크를 해보았는데 출산 당일날 아침에 10분7분5분 다시10분 이런식으로 불규칙해서 병원에 가야하나말아야하나 망설이다 3번 연속 4분을 찍길래 출발했다. 한두번 5분 이하로 진통이 오면 일단 의심을 해봐야할 것 같다.
출산하기전에 미리 밥을 먹어둬야된다고해서 어거지로 몇숟갈 떴는데 허리로 진통이 막 오니 먹기가 힘들었다. 다행히 친구가 전날 사온 떡이 있어서 그걸로 때웠다. 그거라도 없었으면 진짜 다리벌릴 힘도 없었을 뻔했다.
여차저차해서 병원에 갔더니 태동검사부터 하잔다. 흠? 이럴 여유가 있나? 담당의는 검사결과를 보더니 10분동안 강한 진통은 1번뿐이라 아직 많이 진행은 안된 것 같은데 허리진통이면 잘 안잡힐수도 있다며 내진을 해보고 얘기하기로했다.
그런데.."어, 4센치 열렸네요? 어떻게 참으셨어요?" 윙?? 나 참을성 별로 없는데?? 생각해보니 진통이 올땐 되게 아팠던 것 같기도 하고.
의사는 휠체어를 준비해줄테니 분만실로 가서 무통꼽고 출산준비를 하자고했다. 진통이 없을땐 걸을만해서 걍 걸어간다고하고 간호사의 부축을 받고 분만실로 내려갔다. 그리고나서 다시 내진하고 면도하고 관장하고나서도 한참 시간이 흐른뒤에야 무통주사를 꼽았다. 다행히 그사이에 진통이 별로 안와서 망정이지 왔으면 화났을듯.
무통빨은 두시간정도 유지됐다. 정말 아~무 느낌이 없었다. 딸내미가 하늘만 안봤어도 일사천리로 진행됐을텐데 자세바꾸기를 기다리느라 시간은 하염없이 흘렀다. 무통빨이 점점 사라지고..고통을 호소하자 다시 주사를 놓았는데 경미한 고통은 남아있었다.
그리고...마치 항문이 내려앉는것같은, 소위 똥쌀것같은 느낌이 마구 드는것이었다. 이러면 출산이 임박한거라던데? 그런뜻으로 남편한테 간호사한테 얘기하라고했더니 곧이곧대로 들었는지 지금은 화장실을 갈 수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ㅡㅡ
이윽고 진통이 휘몰아쳤다. 일단 소리라도 좀 내야 살 것 같아서 으아으아 계속 앓는 소리를 냈더니 간호사가 소리내지말라고 주의를 줬다. 난 아픈티를 내야 그나마 덜아프단 말이다!!!
정말 말로만 듣던 하늘이 노래지는 현상이 나타날 무렵 분만실은 분만준비태세에 돌입했다. 진통간격은 점점 짧아지고 배와 아래에서 동시에 진통이 몰려오는데 정신이 혼미해져갔다. 근데 이런 진통보다 더 나를 힘들게했던건 간호사들의 명령(!)이었다. 말인 즉슨, 너는 인간이 느낄수 있는 최대한의 고통을 몸소 겪으면서도 호흡은 길게 해야하며 다리를 꼿꼿이 세우고 아기가 잘 나올 수 있도록 최대한 다리를 쫙 벌릴 것이며, 얼굴로는 힘을 주지말고 반드시 배에 힘을 주어라, 그것도 똥싸듯이. 라는 것이다. 아파서 다리가 저절로 비비 꼬이는데 말이다.
'저기요, 안그래도 아침을 부실하게 먹어서 힘도 없는 마당에 거 그러지들 맙시다. 그리고 한가지 간과한게 있는데 나는 똥쌀때 힘을 안 준단 말이오' 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입에선 '살려줘...살려줘..'소리만이 흘러나왔다. 그러자 살려줄테니까 힘을 잘 줘보라네, 힝. 힘을 길게 못 주고 있으니 간호사가 내 배에 올라타서 배를 꾹꾹 눌렀다. 유어 파워 넘버원bbb. 그래도 애가 안 나와...어찌어찌 양수가 터졌고 어느새 담당의의 목소리가 들렸다. 의사가 오면 곧 애가 나온다는 말을 어디서 주워들었기 때문에 난 조금이나마 힘을 낼 수 있었다. 의사는 속으로 10까지 세면서 힘을 길게주라고했다. 그말대로 길게주고 뭐가 쑥~나오는 느낌을 받았다.
아기가 나오자마다 진통이 감쪽같이 사라진다고들 하던데, 난 낳자마자 막 시원한 느낌은 아니었다. 아직 아픔이 채 가시지않은 건지, 하도 아파서 여운이 남은건지..남편은 탯줄을 자르는데 감격의 눈물 한방울도 흘리지않았다. 저런 냉혈한!!ㅉㅉ. 하긴, 아기가 양수를 많이 먹었다면서 입에 있던 물을 제거하고 나에게 보여주는데 갓 태어난 애기를 보는 느낌은 그냥 무덤덤했다. 드라마나 다큐같은 걸 보면 막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그러던데 난 방금 겪은 진통 탓에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왜 아무도 후처리의 아픔을 얘기하지않는거죠? 자궁에 고인 피를 빼야된다면서 배를 있는대로 누르는데 아이고 맙소사. 그리고 병실에 있던 사람들을 다 내보내고 나홀로 회복의 시간을 보내는데 온몸이 저절로 덜덜덜덜 떨렸다. 임신내내 유지됐던 약간 높았던 체온이 내려갔던 것 같다. 또 입원실로가서는 소변이 잘 안나온다고 소변줄꼽고 몇번 검사했는데 그것또한 말안하면 섭섭하다. 아, 그리고 회음부 절개는 절개하는 소리는 들렸는데 아프진 않았다. 아마 부분 마취를 한듯? 설마 생살을 자르는데 진통때문에 못느끼지는 않을 듯?
혹시 이글을 보는 만삭임산부가 있다면, 걱정은 마시라고 하고 싶다. 왜냐하면 난 아주아주 겁쟁이에다가 매우매우 엄살쟁이인데 초기진통의 고비인 4센치까지 참았고, 마지막 진통도 어찌어찌 다 참아지더라(살려달라고 해놓구선).그리고 무통꼽고 출산이 잘 진행되면 많이 아프지 않은 상태에서 분만하는 산모들도 있다고 한다. 아, 그리고 유투브에서 괜히 분만호흡법 연습해서 갔다가 핀잔만 들었다. 거기선 진통4기때 후!후!후!후! 하고 짧게 연속해서 내쉬라고 했는데, 병원에서는 길게 숨을 내쉬라고 했다. 분만하는 병원마다 방식이 다른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호흡하는 법은 당일 간호사가 시키는 대로 하는게 좋을 듯하다. 다만 길~~게 힘주는 연습은 해도 좋을 듯.
하지만 고백하건데, 또 하라고 하면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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