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프로젝트-라라뜨개 캐시 5 헤이즈민트로 에이프릴 가디건을 뜨기 시작했다. 레글런 늘림까지 한 번도 코를 틀리지 않고 잘 뜬다 싶었는데 소매와 몸통사이에 있는 늘림 코 모양이 이상했다. 그냥 코도 아니고 늘림 코를 수정한다? 내 뜨개인생에는 없던 일이라 그냥 멀쩡한 코를 찾아 되감기를 하다가 일단 아이 몸에 맞는지부터 체크했다. 음... 내가 우리 딸내미 등판을 너무 우습게 봤나 보다. XS로 떴더니 너무 딱 맞아서 S사이즈로 처음부터 다시 떠야 할 것 같다. 여기까지는 기분 좋게 작업을 중단했다.
내 계획은 에이프릴 가디건을 소매분리까지 마치고 엄마아빠선물용으로 비니와 머플러를 만들 예정이었는데 시간상 선물을 먼저 떠야 할 것 같았다. 원래는 헤이즈민트로 꽈배기 무늬 가디건을 뜨려다가 마침(?) 꽈배기바늘이 없어서 에이프릴 가디건으로 전환한 것이었다. 민트색 실은 파우치용이고 오른쪽에 있는 라벨을 달아줄 것이다. 가디건 용 단추도 두 종류 구매했다.
두 번째 프로젝트는 필 모헤어 한볼로 뜨는 머플러. 직접 실을 받아보니 색이 많이 여리여리해서 엄마의 취향에 맞을런가 모르겠다.
이 실은 지금까지 내가 다뤄본 실 중에서 가장 가늘다. 그리고 무지하게 털이 빠진다. 그리고 너무도 잘 엉켜서 수정을 할라치면 끊어먹을 각오를 해야 한다. 한마디로 고약한 실이다. 가격은 또 얼마나 비싼지. 보통 한볼에 만원 미만인 실만 잡아보다가 17000원씩이나 하는 실을 만지다 보니 엉켜서 못 쓰는 부분이 나오면 어쩌나 싶다. 도안은 간단한데 문제는 내가 기존에 알던 코가 아니라서 코수정이 어려웠다. 그래서 저만큼 뜨고 난 뒤 눈물을 머금고 다 풀어버렸다. 재발 방지를 위해 코사진을 찍어둬야겠다.
힘으로 잡아 뜯고 우여곡절 끝에 얻은 소중한 실뭉치. 아직 풀지 못한 첫부분도 어떡해서든 풀어내야 한다.
어려운 거 말고 이제 쉬운 걸로 해보자 하고 잡은 게 비니 만들기. 그런데 가장 애를 먹였다.
보통은 샘플색이 가장 예쁜 경우가 많아서 이 색을 택했다. 그런데 아빠 머리에 얹어 있는 걸 계속 상상해 보는데 과연 소화하실지?? 회색계열을 사려다 왠지 환자 느낌을 줄 것 같아서 쨍한 색을 택한 거였는데 옳은 선택이었는지 모르겠다. 이건 필 모헤어 수아럭스 실보다 더 비싼 2만 2천 원짜리 실이다. DIY패키지로 산 거라 아무 생각 없이 담았는데 도안은 단돈 천 원이라 계산을 해보니?? 상태가 돼버린 것이다. 파타고니아 울 100%실이라는데 솔직히 그 가격만큼인지는 진짜 모르겠다. 수아럭스 실은 비싼 게 짐작이라도 되지만.
난이도 별 3개에 불과한 이 간단한 작업을 얼마나 헤맸는지 적어보자면, 처음엔 시작과 끝 실이 늘어져서 풀고, 두 번째는 원통이 아니라 평면으로 떠 버려서 풀고, 다음엔 뫼비우스 띠로 만들어서, 그다음엔 콧수가 하나 부족해서.... 이쯤에서 때려치우고 싶었지만 절치부심해서 저만큼 다시 떴다. 나름 복잡한 에이프릴 가디건 시작 부분도 잘 떠져서 뜨개왕이라도 된 줄 알았더니 그저 하찮은 뜨개인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리고 처음에 실을 잘못 뽑았는지 저렇게 엉커 버려서 실 뽑는데 시간을 또 허비하고 있다. 난 비싼 실이랑 안 맞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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