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집에서는 여름이면 하루가 멀다하고 화장실이며 베란다에 집게벌레가 나오고, 잊을 만하면 한번씩 그리마가 등장해서 등골이 서늘하게 만들었었다.
지금집에서는 모기와 날파리(아마도 화분에서 나오는 듯한) 외에는 본 적이 없어서 만족하며 살았었는데, 약 일주일전...
집에서 열심히 홈트를 하고 있었는데 내 시야에 갈색빛의 무언가가 어른거렸다. 오른쪽 너머 천장을 보니 갈색빛의 무언가가 붙어있었다. 설마설마했는데 바로 그게 맞는 것 같았다. 바퀴벌레!! 아...그런데 왜 바닥을 안 기어다니고 천장을 기어다니는거지? 보자마자 '쟤 왜 저래' 소리가 절로 나왔다. 아니 왜 힘들게 천장을 붙어다니는 거지? 굳이 중력을 거슬러서? 스스로를 벌하려는 건가?? 내 눈을 더럽힌 죄로?? 저러다 떨어지지 싶었는데 아니나다를까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는데 그 소리가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너무너무 징그럽고 싫고 무서웠지만 집에 엄마도 없고 남편도 없고 오로지 나 혼자여서 어쩔도리가 없었다. 그리고 지금 안 잡으면 안방 천장이라도 다시 기어다닐것 같은 느낌에 반드시 잡아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일단 비오킬로 녀석의 힘을 뺀 다음, 베스킨라빈스에서 받은 포켓몬 야구 망방이로 귓방망이를 날렸다(?). 그런데 몇 번을 두르려도 계속 몸을 꿈틀거리는게 아닌가? 어휴 지독한 녀석. 이런 근성이 있는 새끼라 천장을 막 기어다니고 있었구나. 어쨌든 반쯤 죽은 건 확실한 것 같았다. 맨손과 얇은 휴지로는 안될 것 같아서 고무장갑을 낀 후 키친타올을 둘둘 말아 싸서 비닐에 싸서 휴지통에 넣는 것 까지 성공했다. 버리는 순간 비닐봉지에 구멍이 뚫린 걸 알았지만 휴지를 다시 빼고 싶지도 않아서 그냥 버렸다. 그리고나서 한동안 천장을 살피는 게 버릇이 됐다.
이후 일주일동안 잠잠하길래 그냥 우연히 외부에서 들어온 녀석인가 싶었는데 바로 어제 저녁!! 세탁실에서, 다행히 이번엔 바닥을 기어다니는 한 마리의 바퀴를 보고야 말았다. 지난번 그 새끼도 그렇고 어제 그놈도 크기가 꽤 컸다. 아무래도 외국산인듯? 이번에도 비오킬로 녀석의 기를 한번 꺾으려고 했는데 애석하게도 세탁실 문이 활짝 안 열리는 구조라서 제대로 명중하기도 전에 녀석이 도망가고야 말았다. 그래, 배수구를 타고 베란다 흡연을 일삼는 바로 아래층으로 가기를 바란다. 그것이 너의 죄를 씻는 유일한 방법이야...
아무튼 왕바퀴를 또 발견하고, 이 바퀴들과 동거를 하고 있다는 점이 너무 불쾌하고 무서워서 다년간 바퀴와 사투를 벌인 경험이 있는 엄마에게 SOS를 했다. 엄마는 일단 관리사무소에 얘기해서 소독을 하고, 왕바퀴용 컴배트를 집안 이곳저곳에 설치해놓으면 사라진다고 했다. 마침 다음주 월요일이 추가소독일이라 그날 얘기를 하고, 컴배트는 이마트몰에 보니 크기와 상관없이 사용하는 걸 팔길래 쓱배송으로 구매했다. 이제는 시커멓고 갈색 빛을 도는 무언가만 봐도 깜짝깜짝 놀란다. 이제 이사온 지 1년이 다 되어가는데 1주년 선물이 바퀴벌레라니, 정말 지독한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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