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초에 잔잔하게 감기를 앓고 있었는데 갑자기 장염까지 걸리고만 33개월 딸내미. 나중에 비슷한 증상이 있을때 참고하기 위해 기록을 남겨본다.
[ 첫날 ]
오후 2시까지 침대위에서 신나게 공놀이를 하다 졸려하는 것 같더니 스르륵 잠이 들었다. 원래 낮잠을 잘 안자는 아이라 혹시나 해서 이마를 짚어보니 뜨끈뜨끈했다. 체온계로 재보니 39.5도. 식겁해서 맥시부펜을 먹이고 소아과로 달려갔다.
PM 2시 50분: 병원에서 구토ㅜ.ㅜ 해열제를 먹인지 30분이 안되서 토했기 때문에 효과가 없을 거라고 했고, 다시 먹이면 또 토할 수 있기 때문에 약을 먹는 건 토한 뒤 두시간 뒤에 시도하라고 했다. 대신 좌약을 사서(이건 처방이 따로 안되는 모양이다) 넣으라고 했다.
3시 20분: 써스펜 좌약 2개 넣음. 몹시 불쾌해 했고 나도 그 그마음 이해해...병원에서 하란대로 옷을 벗기고 미지근한 수건으로 닦였는데 예상대로 싫어했다.
3시 40분: 두번째 구토.
4시 35분: 38.2도
6시 20분: 37.1도. 처방받은 먹는 수액을 80미리 정도 줌.
7시 20분: 37.5도. 처방받은 세토펜 6미리와 정장제를 먹임(같은 계열의 해열제를 넣은지 4시간 후). 먹는 수액 나머지 120미리를 줬다.
8시 55분: 세번째 구토.
10시: 39도. 해열제 먹는 걸 거부해서 열패치를 붙여보았다.
11시: 38.6도
11시 40분. 잠들었길래 좌약을 넣었더니 깨서 몸서리를 쳤다. 미안해 하며 나머지 1알을 더 넣었다(...).
----------------
[ 둘째날 ]
AM 7시30분: 39도. 세토펜 및 정장제
40분에 먹는 수액 100미리 먹임.
소아과 재방문) 이때는 38도 대였다. 열이 계속 지속되면 내일 다시 오라고 했고 죽을 잘 안먹으려고 하면 밥을 질게해서 국에 말아 주라고 했다.
11시 20분: 먹는 수액 50미리와 약국에서 산 유산균을 먹임. (이번달에 직구로 산 유산균은 효과가 별로 없어서 기존에 샀던 유산균을 재구입.약국에서 장이 안좋을때는 평상시 먹던 양보다 조금 늘려서 먹는 것이 좋다고 함)
12시 40분: 39.3도. 세토펜 및 정장제
PM 6시 40분: 38.4도. 세토펜 및 정장제, 유산균
맨밥 4숟가락 정도 먹었다.
--------------
[ 셋째날 ]
AM 2시30분: 39.9도 ㅠ.ㅠ 자는 애를 깨워서 맥시부펜 8미리를 먹임. 다행히 짜증내면서도 먹어줬다.
여차하면 응급실을 가려고 대기했는데 37도 대로 떨어져서 잠을 잘 수 있었다.
7시 55분: 39.3도. 으아...세토펜 및 정장제, 유산균을 먹임.
김에 밥을 싸줬더니 꽤 먹었다. 배고파 하길래 이제 나아가나 보다 했다.
소아과 재방문) 장염인데 열이 이정도로 높게 올라가진 않는다며, 다시 39도대로 치솟으면 독감검사를 한번 받아보라고 했다.
PM 12시 5분: 37.5도 세토펜, 정장제, 유산균 투약.
밥은 먹는 둥 마는 둥
4시 30분: 39.5도
40분에 맥시부펜을 먹이고 응급실로 갔다.
그동안 패턴을 보아 보나마나 다시 열이 오를거라고 예상했는데 예상과는 달리 점차 내려갔고 응급실에서 나와 집에 돌아왔을때는 정상체온을 되찾았다. 그리고 계속 배고파했다.
응급실 방문기) 그동안의 증세와 소아과 진찰내용을 얘기해줬다. 엑스레이를 찍어보았지만 폐에는 이상이 없고, 고열외에는 독감이라고 할만한 증상(콧물이나 기침 등)이 없어 독감검사를 할 필요는 없는 것 같고 대신 항생제 이틀치를 주었다. 응급실에서 진료를 마친 시점에는 37.1도였다.
------
이렇게 짧고 굵게 고열을 동반한 바이러스성 장염을 앓고 난 딸내미는 이틀동안 못먹은 한을 풀려는 듯 다음날부터 먹을 것을 끊임없이 찾았다. 그래서 여전히 통통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 3일간의 병간호한 뒤 느낀 점을 정리해보면,
1. 컨디션이 별로일때, 특히 감기증상이 아주 가벼워 보이더라도 무시하지 말고 당분간 긴 외출은 삼가할 것.
2. 열은 3일째가 고비인 것 같다. 전에 돌치레를 할때도 3일동안 오르락 내리락 한 경험이 있다.
3. 왠만하면 응급실은 방문하지 말 것. 다른 증상과 함께 열이 오른거라면 몰라도 단지 '열'만 있으면 일단 해열제를 먹이고 외래진료를 보는게 나을 것 같다. 주말 오후라 어쩔 수 없이 응급실을 간 거였는데 사람이 많은 것도 아닌데도 진료받기까지 1시간 반은 기다린 것 같다. 아이도 응급실의 심각한 분위기를 느꼈던지(작은 규모라 중환자는 없었지만) 계속 집에 가자고 찡찡거렸다.
4. 열 때문에 응급실을 찾고자 한다면 해열제를 먹인 후 다시 올라가는 추세일 때 갈 것. 나는 지레짐작으로 다시 오를거라 생각했지만 결국은 아니었다.
5. 식욕을 되찾으면 병이 나아가고 있다는 증거로 봐도 될 것 같다.
6. 애가 밥을 못먹으니 왠지 나도 입맛이 뚝 떨어지고 밥 먹기가 미안해져서 덩달아 밥을 많이 못먹었다.
7. 애가 아프면 '차라리 내가 아프고 말지'하는데 막상 내가 아프면 '역시 보호자인 나부터 건강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시 애가 아프면 '차라리 내가..'의 무한반복.
장염이라고 해서 최소 일주일은 고생하겠구나했는데 3일로 끝나서 천만다행이었다. 이제 다시 일상으로!!!
'육아푸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손가락빨기 고치는 중! (0) | 2017.11.30 |
---|---|
영유아검진 4차 (0) | 2017.11.27 |
만33개월-첩첩산중 (0) | 2017.10.27 |
위기 봉착 (0) | 2017.09.28 |
만31개월 행동발달사항 (0) | 2017.09.0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