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매너리즘에 빠지다

요리라고 하기엔 거창하지만 어쨌거나 삼시세끼 아니, 아침은 대충 때우니까 하루 두번 끼니를 뭘로 먹을것인가가 제일 골칫거리다. 나는 주로 얼큰하고 매운 걸 좋아하다보니 딸내미와 같은 메뉴를 먹지 않을때가 많아서 결국 하루 4가지의 식사를 고민하는 것이다. 내가 또 점심 저녁 같은 메뉴를 먹는걸 싫어하다보니...한가지 다행인건 바깥양반이 평일엔 저녁을 같이 먹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나와 남편의 입맛이 또 천지차이라 남편이 먹을만한 메인메뉴를 선정하려면 머리가 터진다. 하지만 실컷 굽고 조리고 끓여서 내놓으면 맨날 김만 주워먹더라??? 그렇다, 고백컨데 난 사실 요리고자다...여기서 요리고자의 큰 특징을 꼽아보면 레시피대로 안 만들고 꼭 응용해서 요리를 망친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부경력도 어언 3년이 다 되가기에 자신 있는 메뉴 몇가지는 있다. 버뜨, 그것만 주구장창 먹을 순 없잖아? 그리고 남편과 같이 먹으면 신경써서 음식을 만들지만 나 혼자 먹게되면 아무래도 대충 먹게 된다. 그래서 그런가 요새 몸상태가 별루다. 원래 일년에 한번 감기에 걸릴까말까했었는데 이제는 환절기는 물론이요 지금은 3주째 가벼운 감기증상이 이어지고 있다. 역시 사람은 밥을 잘 챙겨먹어야한다. 그래서 다시 뭘 먹을지가 걱정인 그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다. 밥하기 귀찮아서 한참 배달시켜먹다 그것도 물려서 집밥으로 회귀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삼시세끼를 매일 만든 우리 엄마가 존경스러워진다. 우리아빠는 한끼라도 거르면 큰일나는줄 아시는 분이고 그 피를 이어받은 나도 눈 뜨자마자 입에 밥부터 밀어넣는 타입이었다. 그와중에 먹을게있네없네 반찬 타박하던 과거의 나에게로 가서 제발 그 입좀 다물라고 하고싶다. 손수 음식을 만드는 입장에서 가장 서운한 소리가 바로 먹을게 없다, 맛없다는 말이니까. 내가 요새 골치를 앓고있는 그 끼니를 만드는 일을 꼬박 사십년을 해온 엄마가 대단하게 느껴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지금은 먹기싫으면 고개만 흔드는 딸내미지만 말하기시작하면 또 무슨 얘기로 날 서운하게할지 걱정이다. 그때마다 다시 과거의 나를 후회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