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떴던 파우치에 이은 망작 소개 타임.
저 샘플 색이 내가 워낙 좋아하는 색감이라 안 뜰 수가 없었다.
해리와 버디버디실 모두 2 볼씩 필요하다. 색은 '아이스블루'. 사진으론 살짝 칙칙하게 보이지만 실제론 청량한 색이다.
시작부터 좋지 않았던 것이, 도안에 나온 바늘은 12호(7mm)였고, '12호'라는 글자에만 꽂혀서 바늘만 따로 주문했더니 내 눈앞에 나타난 것은 8mm 바늘. 이렇게 호수와 크기가 다른 경우가 있으니 꼭 확인해 보고 사야 한다. 집에 있는 튤립 6mm와 비교했더니 생각보다 차이가 컸다. 7mm를 다시 사기도 귀찮고&돈 아까워서 8mm로 밀어붙이기로 했다. 쫀쫀하게 뜨면 대충 크기를 맞출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원래 초반은 계속 틀리는 스타일인데 이건 웬일인지 한 번도 틀리지 않고 바닥을 완성했다. 가방 옆면도 잘 완성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몸통을 다 뜨고 보니 음? 왜 이렇게 옆으로 거대하게 나왔지?? 이때 호수를 체크하고 다시 떴어야 했는데 그냥 가방끈을 시작했던 게 화근이었다. 양 옆 가방끈 사이 코수가 도안에 제시된 12개를 훌쩍 넘어 있던 것이었다. 그때서야 풀고 다시 시작했다. 문제는 가방끈을 뜰 때는 중간에 실을 한번 끊고 시작해야 해서 두 번째 뜰 때는 내가 원하는 만큼 가방 끈 길이가 나오지 않았다. 첫 번째 뜰 때 잘라놓은 실을 중간에 이어 붙일 수도 있긴 했지만 그렇게 하면 지저분해지니...
다시 뜨니 확실이 정상적인 모양이 나왔다. 콧수체크는 생명이거늘 왜 안 한 것일까....
이것이 완성작. 이 가방이야말로 하루면 다 완성할 정도로 간단하다. 하지만 이대로 들기엔 문제가 있었다. 첫 번째 문제점. 가방끈을 이어 붙인 티가 많이 난다. 두 번째. 가방사이를 벌리면 모양이 가관이다. 가방끈이 더 길었어야 수납 부분이 많이 우글거리지 않을 텐데 짧아져서 문제였다. 한단만 더 늘렸어도 좋았으련만 아슬아슬하게 실이 부족했다. 7mm로 떴거나&중간에 틀리지 않고 제대로 떴다면!!!
들어보면 좀 나으려나? 흠... 끈이 더 길면 더 이상할 것 같기도 하다. 원래 엄마선물로 주려고 했는데 이 애매한 작품은 그냥 창고로 직행해야 할 것 같다. 만들어 놓고 들지 않는 코바늘 가방만 몇 개인지 모르겠다. 이제 코바늘 가방은 안 만들어야지 ㅎㅎ.
얼마 전에 코바늘 대가인 친구와 만났는데 나는 코바늘이 더 어렵다, 친구는 대바늘이 더 어렵다고 의견이 엇갈렸고, 여전히 난 '코바늘이 더 어렵다' 쪽이다. 그렇다고 대바늘을 잘 뜨는 것도 아니지만 완성도 있게 만드는 게 영 어렵다. 코바늘로는 한 번도 '그럴 듯'하게 만들어본 적이 없다. 최근에 만든 옷들은 말을 안 하면 직접 뜬지도 모를 정도로 얼추 기성품처럼 보이는데 이 코바늘은 그게 안 된다. 실력이 더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이 코바늘이고, 섬세하지 못한 성격상 당연한 결과인 것 같다. 자기반성은 이 정도로 하고 어서어서 에이프릴 가디건 완성에 박차를 가해야겠다. 아, 코바늘 모자도 하나 만들어야 되는데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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