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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푸념

끄적끄적14

by 아님말지머 2016. 10. 18.
1.
아기들은 단 5분만에 집안을 청소하기 전으로 되돌리는 능력을 타고난 듯하다. 열심히 치우면 뭐하나 원래대로 돌아갈 것을...이렇게 내려놓은지 오래라 왠만하면 그냥 널부러트려놓는다. 또 어디서 주워듣기론 아기들이 너저분하게 어질러놓은걸 바로 치우면 불안감을 느낀다던데? ㅡ 이러면서 청소안하는걸 합리화 시킨다. 하지만 이따끔씩 엄마가 오시기전엔 대충 싹 정리해놓는데 엄마는 오자마자 집안꼴이 왜 이모냥이냐고 하신다. 그렇다. 우리엄마는 그 유명한 결벽증 비스무리한 깔끔떠시는 분이다. 아기 키우면서 깔끔하게 정리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텐데 울 엄마는 애 둘을 어떻게 키웠을까. 맨날 속뒤집어졌을게 분명하다. 그 엄마 밑에서 자랐지만 전혀 깔끔하지 않은 나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지난번에 사준 크래용이 손에 착착 붙는지 딸내미는 구석구석 부지런히 낙서를 하고다닌다. 티비라던가 베란다문, 벽지, 목마, 화장대 위, 렌지대 옆면 등등 생전 닦지도 않던 곳에 흔적을 남기고 다니는 통에 행주티슈(걸레는 빨기 귀찮으니까)로 매일 닦고있다. 이쯤되면 딸내미는 청소요정이 분명하다.

2.
내 나이 만큼이나 익숙해지지않는 것은 제 3자가 부르는 '아줌마'라는 호칭. 내가 지칭할땐 괜찮지만 남이 그렇게 부를땐 억장이 무너진다. '누구누구 어머님'도 가슴이 철렁내려앉게 만들었지만 아줌마는 '허거거걱'소리가 절로난다. 뭐 이젠 빼도박도 못한 아줌니가 맞긴한데...젤 충격적이었던 경험은 지난 여름, 마을버스를 잘못탄지도 모르고 계속 앉아있다가 기사님이 '아줌마 내려요'라고 했던 것. 가까이 앉은 것도 아니고 멀리서 캐쥬얼차림으로 앉아있었는데...ㅜㅜ지금처럼 짧은단발에 펌을 한것도 아니고 하나로 꽁 묶었던 말이다. 이젠 난 멀리서 봐도 아줌마인 것이야. 언제나 마음만은 대딩3학년쯤에 머물러있기에 남들이 나를 아줌마로 봐주는건 좀 서글픈 일이다.

3.
가을이라 그런가 요새 부쩍 외롭다. 그 흔한 애엄마친구가 없는 탓이 큰 것 같다. 친구중에 애엄마들은 있지만 그들은 자주 보기도 힘들고 새로 사귄 친구가 없는 것이 이 외로움의 큰 원인이리라. 문화센터에 가면 항상 둘씩 셋씩 짝지어서 친하게 지내는 엄마들이 많다. 나는 보면 인사하고 가끔 대화하는 엄마들은 있지만 따로 연락하거나 속깊은 얘길하는 상대는 없다. 워낙 먼저 다가가는 주변머리가 없다보니 상대방이 먼저 손을 내밀지않는 이상 친구사귀기는 요원해보인다. 어차피 애가 기관에 다니면 또 환경은 바뀌니까  문센친구나 동네친구는 부질없다고 머리는 생각하지만 내심 씁쓸하다. 원인은 나에게 있으니 더이상 할말은 없지뭐. 퓨..
또하나 고민은 요샌 엄마들이 애들친구도 만들어준다던데 난 글렀어. 부디 딸내미는 나의 서투른 대인관계를 닮지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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