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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푸념

모유수유, 저도 잘하고싶었는데 말입니다.

by 아님말지머 2015. 7. 10.
나를 비롯한 대다수 초산모들은 초반 육아의 어려움의 핵심이 모유수유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을것이다. 당연히 애를 낳으면 젖이 줄줄 나오거나 안나오면 분유먹이면 되는거 아닌가하는 정도, 아니 사실은 한번도 염두에 두지않은 경우가 많을것이다.

나 역시 그랬는데 신생아 키울때 잠을 잘 못자고 체력적으로 힘들거라는 예상은 충분히 해서 놀랍진 않았는데 모유수유, 일명 '직수'가 내 발목을 잡을 줄이야. 첫 난관은 유선이 뚫리기까지 일주일이나 걸려서 조리원에서 대략 5일간은 빨리는 연습만 했던 것이다. 젖을 빠는 힘도없는데 나오지도 않는 걸 물리니 아기는 자지러지기 일수. 게다가 여러산모들과 같이 수유실에 앉아있으면 나 혼자 안 나와서 낑낑대고 다들 여유있게 한손으론 핸드폰을 잡고 있었으니 세상에 다시 없을 쭈구리가 된 기분이었다.
겨우 초유가 나오기 시작했지만 이미 젖병에 익숙해진 아기는 분유를 내놓으라 난리난리여서 속임수로 젖을 빨때 분유 몇 방울을 떨어뜨려가며 수유를 했다. 이렇게 하루에 대여섯번을 전쟁통에 들어선 기분으로 맞이해야했다. 거기다 유축해도 잘 안나오는 치밀유방이라 남들은 유축한 모유를 젖병에 꽉꽉 채워서 신생아실에 갖다주는데 나는 바닥에 붙을 정도의 양을 주는게 너무 창피했다.

조리원퇴소 후에도 난관은 계속됐다. 모유는 빨리 소화가 되기도하고 신생아들은 빨리 크느라 자주 젖을 찾는다는건 알고있었지만 얘는 단 십분도 그냥 있지못하고 젖을 떼는 즉시 심하게 울었다. 어디가 불편한가? 하는 의심도 있었지만 분유를 주면 잠잠해졌기때문에 배고픈게 맞는거였다. 그래서 일단 혼합수유를 하되 점차 완모로 가보자!했으나 쉽지않았다.
50일 쯤이었나? 그때부터 30분이상 물고있어서 잘 먹나 싶어서 보면 잠들어있는것이었다. 나만의 시간이 절실했던 그때는 일부러 깨우지않고 그대로 안고 있기도했다. 이후 어느날 부턴가는 왼쪽가슴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이건 뭐지? 입에 데기도 전에 자지러지니 도무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유축하면 왼쪽이 덜 나와서 양이 부족해서 그런것 같다고 짐작만 할 뿐이었다. 근데 아기들이 왼쪽 오른쪽 구분을 그렇게 잘하나?

새벽에는 시끄럽게 울리기 싫고 푹재우려고 일단 분유를 주고 대신 유축을 했었는데 맘스카페에서 열심히 검색을 해보니 새벽에 수유를 해야 젖이 잘돈다고하고 유축하면 사출이 심해져서 아기들이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고한다. 그래서 인지 오른쪽도 빨다말고 획 고개를 빼는데 바로 물총이 애기 얼굴에 쏘는걸 보곤했다. 그래서 유축을 중단해보았으나 사출은 여전했고 젖도는 느낌도 없어서 모유촉진제를 먹기도했다. 그랬더니 유축량이 다시 전처럼 늘었다(그래봤자 적은 양이었지만). 그러나 이미 뱃골이 커버린 아기는 하루6번 수유시도를 하면 4~5번은 거부했고 많이 빨수록 양이 느는 모유의 특성상 점차 양이 주는 것 같았다. 결정적으로 감기약을 먹었더니 거의 젖이 마른 듯했다. 이때가 거의 90일쯤이었고 고민끝에 100일까지 유축한걸 모아모아 겨우 한병을 만들어 물린다음 완분으로 돌아섰다.

이 지난한 과정 사이에는 너무너무 많은 고민과 한숨이 있었다. 아기의 자지러지는 울음을 하루에 몇번 보는것도 괴로웠는데, 결정적으로 단유를 결심한건 어느날 직수를 억지로 시도하는데 아기가 내 눈을 똑바로 보며 하소연하는 것 같은 표정을 짓는 걸 본 후였다. 애도 힘들고 나도 힘든 이 짓을 계속했던건 '모유는 아기에게 가장 좋은 것이고 분유는 별로 좋지않다'는 사회전반(혹은 엄마들의 세계)의 의식이 나에게 죄의식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분유통에도 아기에게 제일 좋은 건 모유라고 써있으니 말 다했지. 세상에서 젤 좋은 것도 못 주는 죄많은 애미가 된 기분이랄까. 맘스카페 수유게시판에는 '완모'의 꿈을 이루기위한 수많은 문의글들이 올라왔고 내주변 누구도 완분하는 엄마는 없었기때문에 더 혼란스러웠다. 혼합이라도 계속 하고 싶었는데...정작 우리 엄마는 안나오면 끊어버리라며 쿨하게 말씀하셨으나 미련많은 딸은 수많은 나날들을 고민에 빠져지냈던 것이다. 미련을 둔 또 다른 이유는 조리원에서 모유전문가가 젖량은 충분해서 아기가 배부를 것이다라는 말을 들었기때문이다. 근데 왜?? 역시 새벽수유를 걸렀기때문인가? 하지만 80일쯤부터 거의 통잠을 자기시작했기때문에 모...이렇게라도 게으른 나에게 면죄부를 주고싶군.

지금이야 분유먹고도 아픈데없이 잘 크고있으니 후회는 없는데 가끔 젖을 주지못해 미안한 생각이 들기도한다. 대신 잠투정때문에 수시로 안아주니 그걸로 퉁치자,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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