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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8하코다테

마지막날 이야기

by 아님말지머 2018. 7. 19.

하루하고도 반나절의 짧은 여행을 마치고 공항리무진을 타러 다시 WBF그란데 호텔로 갔다. 첫날처럼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9시 40분에 정확히 출발한 버스는 하코다테 공항에 도착하기까지 약 35분 정도 소요됐다. 중간에 정류장들을 안 거치면 10분만에도 도착할 것 같은 짧은 거리였다.

국내선 청사에 들어서자마자 뭐라고 뭐라고 방송이 흘러나왔는데 이땐 흘려듣고 있었다. 우산을 접고 옷을 추스르자 비로소 항공편 숫자가 귓가에 들리고,,,전광판을 보니 우리가 타야할 비행기'만'  출발시간이 1시간 지연됐다고 나왔다. 으으...이렇게 되면 원래 환승시간이 2시간 반에서 1시간반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때만해도 김포행 비행기를 못탈 정도는 아니고 약간 빠듯한 정도니까 국내선 타기전에 느긋하게 쇼핑이나 하다 ANA항공에서 준 밀쿠폰으로 점심먹고 타면 되겠다하고 생각했다. 도시락을 사다가 비행기에서 까먹을 생각으로 기대에 부풀었는데(첫날 하코다테행 비행기안에서 일본인 승객들이 너도나도 도시락을 먹기에 부러웠었다. 하지만 하코다테 공항에서는 도시락이 보이지 않아서 어차피 못 먹었을 것 같다) 그러지 못한게 좀 아쉬운 정도였다. 문제는 다음부터.

출국수속을 밟고나서 2층으로 올라가보니 블루스카이를 비롯해 여러군데 상점이 몰려있어서 구경하는 만해도 한참 걸릴 것 같았다. 구매를 하려고 가방에서 신용카드를 찾는데,,, 아뿔사 신용카드를 넣어둔 지갑을 짐과 함께 부쳐버렸네...수중에는 현금 2000엔뿐이라 부탁받은 과자 외에 선물이랑 내가 사고 싶은 걸 살 수가 없었다. 하필 또 친구가 갖고있는 신용카드는 유효기간이 만료되어서 빌릴수도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에겐 체크카드도 있었다. 맞다, 난 체크카드를 믿고 신용카드는 신경도 안썼었지. 그런데 또 생각해보니 체크카드로 해외에서 구매가 가능한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옆에서 친구도 자기 지인이 면세점에서 체크카드로 사려다가 못샀다는 얘기도 했다. 그래서 잘 안잡히는 wifi를 겨우 겨우 잡아서 검색을 하니 마스터카드면 구매가 가능하다는 글을 봤다. 확인차 계산대로 가서 체크카드 오케이? 하니 크레디트카드만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하지만 난 납득할 수 없었고 시험삼아 아무 물건이나 집어들고 체크카드를 내밀었다. 아까와 다른 직원이었는데 마스터카드 마크를 보더니 결제를 했다. 그런데 띠용...결제가 안되고 빈영수증만 나왔다. 생각해보니 해외사용금지서비스를 신청했던 기억이 났다. 이쯤에서 포기를 했어야했는데, 그땐 왜 오기가 났는지 우리카드에 전화를 걸었다.

(이하 구구절절 주의)어쩌고 저쩌고 설명을 하니 BC카드로 연결해줄테니 그쪽에 얘기를 하란다. BC카드에 얘기했더니 다시 우리카드에 얘기해야한단다. 뭐??? 그래서 이미 우리카드랑 얘기를 했다고 불라불라 하니 확인해보겠다고 하더니 홈페이지에 직접 들어가서 해외사용금지서비스 를 해제 해야한단다.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하면 된다는 걸 몰랐던 바는 아니지만 이놈의 하코다테공항은 무료와이파이가 좀처럼 잡히지가 않는단말이다ㅜ.ㅜ 여기서 또 포기를 했으면 좋으련만 다시 오기가 발동한 나는 신청은 했지만 사용할 수가 없던 로밍서비스를 떠올렸다. 핸드폰으로 다시 시도를 해보는데 유플러스고객서비스번호가 보였다. 이건 무료통화라네. 그래서 냉큼 전화했다. 출국날 신청했지만 그동안 인터넷이 안됐노라고 하니 어쩌구저쩌구하면서 폰을 다시 재부팅시키면 이제 될거라고 했다. 그래서 재부팅시켰지만 안됐다. 다시 유플러스에 전화해서 안된다고 했더니 내가 전에 데이터로밍발신금지 서비스를 신청했었기때문에 안됐던거라네. 어쩐지 폰에서 아무리 데이터로밍을 설정해도 안되더라니. 그래서 그 서비스를 해지시키니 비로소 인터넷 접속이 됐다. 신나게 BC카드사에 들어가서 무사히 해외사용금지를 해제하고나서 결제를 하니 이번엔 됐다!!

그런데 이렇게 사방팔방 연락하고 난리를 친 사이에 벌써 시간이 12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부랴부랴 선물할 것들을 사고 마지막에는 아빠와 남편에게 줄 술도 샀다. 그런데 환승할때 술을 가져갈 수 있나하는 의문이 들었다. 아까 구매할 때 직원이 모라모라 하길래 하네타 투 김포 이러니 고개를 끄덕였는데 제대로 의사가 전달 된건지 미심쩍기도했다. 이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다시 인터넷을 접속하려는데 안되네? 오잉? 알고보니 20M짜리 데이터로밍을 아까 카드사 접속할때 다 소진한 것이었다. 아....그래서 친구를 대동해서 다시 계산대로 가서 물었다. 이걸 들고 환승가능하냐는 취지로 손짓발짓-아침부터 정신이 쏙 빠진관계로 일본어는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았다-과 짧은 영어로 물어보니 당연히 되는데 왜 묻냐는 표정이었다. 음,,그래? 뭔가 찜찜했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하면서 밥을 먹으러 식당으로 갔다. 혹시 일본에 '김포현'이라는 곳이 있어서 직원들이 가능하다고 한게 아닐까하는 뻘소리를 주고 받으며. 국내선에는 식당이 두 군데가 있었는데 둘다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이때가 벌써 12시 반쯤 됐었다. 겨우 자리를 잡고 주문을 해서 40분에 나온 음식을 입에 들이붓고 50분에 탑승하러 갔다. 그런데 또 지연이 되어서 결국 1시 35분쯤 타게되었다.

하네다에 도착한 시각은 3시가 넘어서였다. 김포행 출발 시간은 4시10분. 탑승하려면 3시 50분까지는 가야되고 남은 시간은 40분 정도였을까. 내리기 전에 승무원이 환승할때까지 직원이 함께할 거라고 귀뜀해주었고 내리고나니 항공사 직원이 칠판에 우리 이름을 적고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나서 무빙워크를 몇번 뛰듯이 걷고 산넘고 물건너 국제선까지 가는 버스로 갈아타고 드디어 보안검색대 앞에 다다랐다. 아까 친구와 함께 술까지 뺏기면 완벽한 하루라며 웃었는데 말이 씨가 되었고 엑체류 용량초과라며 내 짐에서 술들을 가져갔다. 생각해보면 국제선 탈때 액체류 반입이 안되는게 당연한데 왜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지 못한 건지 모르겠다. 카드사와 통신사에 기를 빼앗긴 탓일까. 아무튼 한결 가벼워진 양손에 짐을 들고 게이트에 도착했다. 우리가 도착하니 보딩하려고 사람들이 줄을 막 서는 참이었다. 탑승구까지는 또 버스를 타야했다. 이렇게 국제선으로 환승하는 긴 여정은 끝이 났다.

그러게 왜 이 나라에 오는데 경유까지 해가지고선 ㅠㅠ 이게 다 하코다테 직항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티웨이에서 다시 직항이 생긴다는 설이 있기는 하던데. 보통 하코다테를 가려면 신치토세공항에서 열차를 타든지 국내선을 타든지 하는데 그렇게하면 국내선 환승시간이 빠듯하고, 열차를 타면 비용이나 시간면에서 큰 출혈이 있기에 하네다를 경유하는 노선을 택한 것이었다. 덕분에 이 가까운 나라 오는데 비행기만 원없이 타보았다.

일본에서도 가장 가보고 싶었던 도시였던 하코다테여행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날씨와 나의 무식함의 콜라보로 웃픈 여행이 되었지만 이 마저도 곱씹으면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개인적인 의견을 내자면 하코다테는 단독으로 오기에는 심심한 도시고 홋카이도 여행에서 한 코스로 오면 만족스러울 것 같다. 상대적으로 북적북적한 삿포로에 갔다가 오면 대비되는 매력도 있고하니까.

거짓말처럼 맑았던 도쿄하늘을 끝으로 여행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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