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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푸념

육아에 유리한 성향에 대해

by 아님말지머 2015. 7. 29.

정말 인류애가 넘치고 아이를 너무 좋아해서 환장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대다수에게 육아란 참 힘든 건데 그래도 육아에 맞는 성향이란게 있는 것 같다. 나는 집순이라서 잘 적응하겠거니 했는데 이거 가지고는 부족하다. 기본적으로 느긋하고, 해야 일을 잘 미루고, 집안이 어질러져있어도 아무렇지도 않고, 양치질은 식사 후 한~참 후에 해도 안 찜찜하며, 뜨거운 음식보다는 식은 음식을 더 좋아하는 사람-ex) 마이 허즈번드-이 육아에 있어서는 절대 유리하지 않나 싶다(그런데 왜 주말이면 애를 서로 안보겠다고 토스하죠??).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설거지는 밥먹은 즉시해야 속이 후련하고, 양치질은 식사 후 30분이내에 해야 안 찜찜하고,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저 가재수건을 일초라도 빨리 바구니에 넣고 싶어하며 음식은 자로고 뜨거울때 후후 불어가며 먹어야 제맛인 사람이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면 이렇게 하고 싶은 일을 재깍재깍 할 수 가 없다. 얼마전 썼던 스팀소독기 후기에도 언급했듯히 '중간에 흐름이 끊기는 현상'이 매일매일 매시간마다 발생한다.

어느 일본인 블로거가 쓴 '육아가 진짜 힘든 이유'라는 글에 의하면 육아를 하면 화장실에 가서 생리현상을 해결한다, 밥 숟가락을 떠서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밥을 먹는다와 같은 단순한 행위도 아이에 의해 끊임없이 방해받기 때문에 욕구불만이 쌓이고 이것이 24시간 365일 반복되기 때문에 힘들게 느껴진다고 언급했다. 이 글을 읽고 무릎을 탁 쳤다. 바로 이그야. 단순히 시간이 없고 외출이 불편하고 이런거는 예상하기도 했고 포기한 부분도 있지만 일상의 아주 작은 행동 하나도 제약을 받으니 울화통이 터질 수 밖에. 성격급한 나는 아이를 안고 재우면서도 머리속에서는 끊임없이 다음에 할 일을 상기하고 있으니 머리속이 복잡복잡한 것은 당연지사다. 저 글에서 말하는 '어중간한 상태'를 견뎌야 하는 것이다.

지금은 아기가 거의 누워있거나 엎드려 있어서 혼자 놀고 있거나 자는 틈을 타서 살림을 하던지 밥을 먹던지 운이 좋으면 머리도 감을 수 있는데 이제 기기 시작하면 진정한 헬이 열리겠지ㅜ. 그때되면 화장실만 가도 아기가 대성통곡해서 안고 볼일을 보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던데..우리아기의 후각은 누가 지켜줄것인가..나의 인권은?? 지금은 또 가끔 부모님이 오셔서 봐주시지만 이제 곧 독박육아의 시대가 도래할 예정이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렇다면 성격급한 사람외에 육아에 적응하기 힘든 유형은 어떤 사람들일까?  혼자있는 걸 즐기는 사람, 반대로 대화를 즐기는 사람, 하루의 스트레스를 음주가무로 푸는 사람, 방랑벽이 있는 사람 등등이 떠오르는데 생각해보니 여기에 한가지라도 해당안되는 사람이 없을 것 같다. 역시 육아는 인류의 무거운 과제로구나하는 뜬금 없는 결론을 내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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